모녀관계는 늘 어렵다
그날 이후로 엄마랑 통화할 때마다 왠지 모르게 찜찜했다.
영미권에 ‘elephant in the room’이라는 표현이 있다. 누구에게나 뻔히 보이지만, 아무도 건드리지 않으려 하는 문제. 우면산 등산 사건이 딱 그랬다. 엄마와 나 사이에 코끼리처럼 떡하니 앉아서 모든 대화를 가로막았다. 나는 “쟤… 어떻게 좀 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아마 엄마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한 3개월 후에 일이 터졌다.
그날도 저녁을 대충 때운 후 침대에서 핸드폰을 붙잡고 뒹굴뒹굴하고 있었다. 그러다 스르르 잠에 든 모양이다. 그 시기에는 이런 일이 잦았다. 할 일 없는 백수 자취생답게.
얼마나 지났을까,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다. 누군가 문을 쾅쾅 두드리고 있었다. 현관 걸쇠가 흔들릴 정도로 세게. 몇 시나 됐는지 보려고 핸드폰을 집었는데 화면이 켜지지 않았다. 자는 동안 배터리가 다 된 듯했다.
야밤에 누가 이렇게 시끄럽게 문을 두드리는 걸까, 하면서 다시 이불을 덮었다. 나는 문을 열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일단 갑자기 잠에서 깨 굉장히 불쾌했다. 그리고 예고 없이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대체로 별 볼 일 없는 잡상인이다. 못 들은 척하고 누워 있으면 알아서 사라진다(나는 살면서 겪는 거의 모든 문제를 이런 식으로 해결한다).
그런데 그다음에 들려온 소리는 무시할 수가 없었다.
“박세민 씨, 문 여세요. 경찰입니다.”
오 미친. 무슨 일이지?
하는 수 없이 침대에서 기어 나왔다. 인터폰 화면을 보니 유니폼 입은 아저씨 두 명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이때쯤 대충 상황 파악이 됐다. 살면서 경찰을 만날 일이 몇 번 있었는데, 모두 술 먹고 의식을 잃어 가족과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오해가 있었을 것 같았다. 그 와중에 더러운 방을 보여주기 싫어서 걸쇠를 걸어 놓은 채로 얼굴만 빼꼼 내밀었다.
“박세민 씨 본인 맞으신가요?”
“네, 그런데요.”
“연락이 안 된다고 어머니께서 신고를 넣으셔서요. 잠깐 통화 부탁드립니다.”
경찰관이 핸드폰을 내밀었다. 화면에는 엄마 전화번호가 찍혀 있고 스피커폰이 켜져 있었다. 거기다 대고 나보고 무슨 말을 하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엄마 미쳤어?”부터 “걱정시켜 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까지 온갖 말이 떠올랐지만,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하기엔 왠지 구차했다. 결국 ‘어 엄마, 이따 다시 통화할게’ 정도로 퉁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