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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 ONE Nov 16. 2023

대기업 취업에 성공해도 대다수 인생은 고통스러울 예정

에필로그. 30대 흙수저 대기업 직장인 5년 생활 결산 보고

대기업은 꿈을 이루는 장소가 아닙니다.
꿈을 잃어가는 곳입니다.

대기업 취업 프로젝트의 마지막 글입니다. 앞서 여러 노하우를 정리했지만, 이 연재글을 본다고 해서 인생이 극적으로 바뀌진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대기업 취업에 성공하든 그렇지 않든, 사실 우리 인생에서 크게 중요치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대기업 취업 성공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인생의 비극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기업은 꿈꾸는 능력을 앗아가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 이 글은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데 필요한 연구 개발에 힘쓰시는 이공계열에 계신 분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특별한 능력은 없지만 대우는 받고 싶은 문과 사무직에 한정해서 쓰는 글임을 말씀드립니다.

대다수의 취준생들은 면접에서 탈락할 것입니다. 그리고 자존감이 떨어질 것입니다. 저도 그런 과정을 거쳐 봤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사치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라는 사람은 '자기 밥벌이도 혼자서 할 수 없는 무능력한 존재'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은 밥벌이가 아닌 것 같습니다.(물론 중요하지요) 이미 제가 본인 밥벌이는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이기에 하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습니다. 회사인간으로서, 직장인간으로서 유효기간은 정말 길어도 20년입니다. 대기업 취업이 꿈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30살에 취업해도 50살에 무능력한 사람이 됩니다.  


더욱 비극은 회사에서만 무능력해지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 점입니다. 우리 인생에서 꿈꾸는 능력 또한 퇴화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기업에서는 꿈을 꿀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주어진 일만 하거나, 회사에서 부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뿐입니다. 애초에 조직의 목표만 있지 꿈은 없습니다. 자신의 꿈을 소중히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결국 자기 사업을 해야 합니다.


저는 그 누구보다 자유롭게 살기를 원했던 사람이라고 믿었지만 이미 대기업을 5년이나 다녀버렸습니다. 가장 슬픈 사실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함에도 그 자유를 찾아가려는 용기, 꿈을 그리는 것보다 보고서를 그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듯이 행동하는 제 자신을 모니터에서 마주할 때입니다. 


바로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그 순간은 여전히 '가능성'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시점입니다.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이지요. 대기업 재직의 거의 유일한 장점은 그나마 상대적으로 대출 심사를 용이하게 받는다는 것입니다. 장점이 빚을 지는 데 있습니다. 스스로 빛을 내는 능력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지요.


현실이라는 이유로 제가 꿈을 꾸는 삶의 모습은 대기업 재직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고착화된 사고의 범위에서 벗어나기가 참으로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취준생은 다릅니다. 비록 그 현실이 가장 견디기 힘들다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언젠가 한 번쯤 스스로 정신승리가 필요할 때 이렇게 생각해 보십시오.

취준생은 아직 꿈을 꿀 수 있는 시기다.
스스로 어디까지 꿈을 꿀 수 있고,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모습을 그릴 수 있는 유일한 시기다.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 것입니다. 필자도 대기업 최종면접에서 떨어지고 스타트업에 들어갔다가, 주변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너무나 초라해보여 두 달도 채 다니지 않고 나왔었습니다. 재취준을 위해서 말이죠. 저는 이 시기를 후회합니다. 본인의 인생에서 압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쳐버렸기 때문입니다.


불확실성의 시대입니다. 이 글도 분명 틀린 말 천지일 것임을 확신합니다. 유일하게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대상은 오로지 자기 자신밖에 없지만 취준생의 자아는 그 무엇보다 불안 그 자체 일 것입니다. 힘들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본인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질 수 있을만큼의 자기 탐색과 고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누구보다 확실한 나를 찾으시기를  바라며(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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