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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 ONE Sep 20. 2024

마음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길

Roots and Routes

Roots and Routes

29시간짜리 Sunset limited 암트랙 탑승을 앞두고 만난 택시 기사의 대화로 3번째 미국 여행이 시작되었다.


마약 중독과 우울증, 범죄 이력까지 있는 49살의 그는 종교에 귀의한 후 삶을 다시작할 수 있었다고. well-behaved life를 위해 끊임없이 자신과 싸울 수 있는 이유는 이미 신이 자기 안에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았다나 뭐라나.


뭐라고 말하는지 크게 관심이 없던 찰나에 갑자기 차 안을 감싸는 음악이 바뀌었다. 하루 종일 운전하느라 교회를 갈 시간이 없는 그는, 차마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일요일 교회를 가기에는 부담스럽다고 했다.


21년식 현대 베뉴를 몰며, 매주 수요일 저녁 6시 30분부터 7시까지는 기도문과 찬송가를 틀어놓고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있다는 Arturo. 황 비록 택시 기사를 하고 있는 본인은 돈이 많지 않지해 질 녘 찾아오는 황혼의 저녁 앞에 새로운 희망을 맹세한다고 했다. 49년 만에 찾아온 그의 약혼녀와 함께.


서부의 석양을 캔버스 삼아 기도 하는 모습에 흥미로운 표정을 지은 내 모습에 그는 확고한 믿음이 있냐고 물었다. 어떤 믿음을 두고 살지 고민 중이라고 대답하자, 그는 진심으로 신을 만나는 순간, 믿음을 갖는 순간이 있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언제 그 믿음의 순간이 찾아왔는지 되묻자 그는 누군가를 사랑한 것에서부터 믿음이 시작된다는 그의 말. 결혼했다는 소식을 말했을 때, 와이프를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삶에 대한 믿음도 시작될 수 있다는 그의 대답에 차창 너머를 본다.


29시간의 기차 여행은 어느덧 절반을 지났다. 애리조나와 뉴멕시코를 거쳐 텍사스로 향하는 기차의 식당칸. 창문 너머로 보이는 광활한 대지 앞에서 축복받은 미국의 땅과 그 축복을 빗겨나간 것처럼 보이는 존재들을 동시에 마주한다.


전경과 후경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어지는 광경을 옆에 두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 모든 것이 은총처럼 느껴지는 서부의 파도와 남부의 태양이 만난 화학작용 앞에 새로운 언어를 찾고 싶은 욕망은 커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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