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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 ONE Oct 20. 2024

[감사의 말] 귀여움의 뒷모습 너머에

고유한 생각과 나만의 자유로움을 추구할수록 우리는 역설적으로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깨닫습니다. 자신의 시간과 고통으로 빚어낸 그 응축된 깨달음으로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던 사람들을 보며 계속 쓰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다짐합니다.  


이번 브런치북을 쓰기까지 여러 책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최대한 필자의 고유한 생각과 필체로 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많은 분들께 공유하고 싶었습니다만, 사실 고유한 생각처럼 작성한 문장들도 상당수는 더 먼저 고민하고 더 깊게 고민하고 더 치열하게 쓴 사람들의 덕분임을 이제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필자가 처음 <귀여움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를 고민했던 순간은 바야흐로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필자는 연애의 대상으로 삼는 조건이 명확하게 있었는데요, 그중에 하나가 바로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소개팅 주선을 받는다고 하면, '애완동물' 키우지 않는 사람이 조건이라거나 대놓고 물어보기 어려운 경우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미리 확인하고 제가 우려하는 성향의 소유자인지 지독히 따지기도 했습니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기 어려웠던 이유는 귀여운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서로 대화를 하다가도 길가에 있는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주의를 빼앗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서로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서 그 공간에서 분명 '대화'를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런 의식과 미안한 마음 없이 대화가 끊길 수 있는 상황을 아무렇지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에 종종 어안이 벙벙해지기도 했습니다.


다만 동시에 제 생각에 확신을 갖기 어려웠습니다. 2017년 떠났던 덴마크 교환학생 시절에 특히 혼란이 심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국가와 삶으로 여겨지는 북유럽 국가에서의 생활에서 그들의 선택이 맞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난민을 수용해야 하고 다양성은 무조건적으로 존중받아야 하며 정치경제적으로는 사민주의의 성향이, 페미니즘은  하나의 종교와 같이 성역화된 것을 보며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꼈었지요. 그럼에도 2017년의 덴마크 그리고 서유럽 국가는 선진국의 전형처럼 보였습니다. 그 고민의 결과가 <우리는 행복을 교환할 수 있을까> 제목으로 썼던 글들입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happinessdanish)


7년 후 저는 제 생각에 감히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서구 사회에 만연한 여성화된 가치 체계들이 우리 서민들을, 일반 대중들을 천히 무너뜨렸고 그 결과를 우리는 지금 목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배 계층은 예외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서구사회 또는 서구화된 한국 사회의 붕괴 원인을 '여성성'에서 찾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건 이 사회의 보이지 않는 많은 곳에서 여전히 여권 신장이 필요했기 때문이고 단순히 남녀갈등으로 귀결되는 대립 구도의 글을 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며 여성성과 남성성 모두 그 자체로는 가치중립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고민 끝에 나온 키워드가 [귀여움]입니다. [귀여움]은 이 사회에서 성별과 세대를 초월한 긍정의 단어임과 동시에 그 누구도 의심을 품지 않는 단어였습니다.  어느 누구도 의심을 품지 않고 많은 사람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건 강력한 힘, 즉 권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귀여움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라는 제목으로 브런치북을 쓰게 되었지요. 처음 기획 했을 때와 달리 용두사미로 끝낸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기는 했지만 끝을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끝이 있어야 새로운 시작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끝으로 인식의 전환과 사고의 확장에 도움을 준 책들에게 감사를 표현하고 여러분께 그 리스트를 공유하며 이번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먼저, 나심 탈레브의 <안티프래질>. 당신의 책을 통해 사물의 뒷모습을 새롭게 해석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다음으로는 한병철의 <투명사회>와 <아름다움의 구원>. 투명성이라는 키워드로 이 사회에 만연한 매끄러움, 동질성의 위험에 대해 잘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로는 May Simon의 <The power of cute>. 2019년에 프린스턴에서 출판된 이 책의 서문을 읽으면서 '나와 똑같은 사람을 하고 있구나!' -라는 위안을 얻었습니다. 상당 부분 공감한 내용이 많아 이 브런치북을 작성하며 종종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책을 읽지는 않았는데 그 이유는 미리 읽어버리면 오히려 비슷한 방향으로 나의 생각도 흘러가지 않을까 싶어서 스스로 거리 두기를 했습니다.


이외에도 토드 로즈의 <집단 착각>을 읽고 이 브런치북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힘을 얻었습니다. 필자는 타인이 제 인생에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지 않으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집단 착각 속에서 나만 멀쩡하면, 오히려 그게 나의 정체성이자 타인과 구별되는 능력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짧은 생각이었죠. 결국 사회와 국가라는 귀속 집단이 존재하는 한 개인의 행동을 결코 고유하거나 자유로울 수 없음을 진정으로 깨달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글에 본인의 생각을 남겨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평생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받는 지지와 응원은 언제나 기쁘고 기쁜 일입니다. 글쓰기를 멈출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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