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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ignotant Aug 14. 2022

아빠와 고양이

칭찬엔 고양이도 춤을 춘다


아이고 우리 노루 똥 눴나? 잘했네 우리 노루 잘했네.”

우리 노루 물을 이만큼이나 먹었어? 우리 노루 그렇게 물 많이 먹으니까 튼튼하고 병원도 안가고!.”

노루야 밥 먹었어? 편식도 안하고 잘먹네 우리노루 착하네.”


똥 눈 뒤 발을 탈탈 털고 도도하게 걸어오며 나를 쳐다보는 눈빛은

[나 똥만 눠도 이렇게 칭찬받아.]

칭찬에 대답은 시원하게 냐-! 하고 시원하게도 한다.


도도한 발걸음에 도도한 눈빛이 웃기지도 않는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모습은 자식을 키우는 모습이라 했던가.


사실은 이만 닦아도, 세수만 해도 나를 칭찬하는 아빠의 모습이다.


“ 새벽에 출근하는 거 정말 힘든 일인데 오늘도 잘 일어났네.”

“ 휴대폰 만지는 거 어려운데 딸 네가 있어서 정말 편하게 산다.”

“ 들어오자마자 씻고 진짜 부지런하다.”


난 가슴을 펴고 환하게 웃으며

“ 그치?!!!”


6살 우리 집 고양이와 서른이 넘은 나

칭찬 속에서 평생을 살아온 고양이와 나


작은 것에도 이어지는 칭찬세례에  

근거 없는 당당함, 좋은 에너지 속에 살아간다.


그저 서로가 서로를 쳐다보며 이상하게 생각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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