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제철 과일 먹는 걸 좋아하는데 특히나 사과를 좋아한다.
언제였던가 엄마는 시장에서 사과 한 박스를 사 왔고 우리는 정리를 시작했다. 아마 늦여름 가을이 시작되는 이맘때쯤이었겠지.
엄마와 나는 사과를 정리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딸아, 사과도 종류가 있어 알아?"
"아니? 사과도 종류가 있어? 종류마다 차이가 있어?"
"홍로라고 하는 건 발갛게 예쁘게 생겼어. 꼭 백설공주가 먹을 것 같은 그런 거 있잖아. 새콤한 맛이 거의 없고 달지. 부사는 홍로보다 조금 늦게 나오는데 새콤한 맛이 더 나. 우리가 시장에서 많이 보는 게 부사야. 사과도 철에 맞춰서 먹어야 해. 홍로철이 있고 부사 철이 있어."
"엄마, 나 이제 사과 볼 때마다 홍로랑 부사 생각이 날 것 같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생각날 것 같아."
"그럼 좋지. 니가 자식을 낳아서 사과를 볼 때 할머니가 가르쳐 준거야 하고 이야기해줄 수 있고."
나는 그 순간 엄마가 돌아가신 뒤 사과를 볼 때마다 이 순간이 생각나 슬퍼하는 내모습이 떠올랐다.
나이가 들어가며 더 이상 외면 할 수 없는 부모의 죽음, 부모의 부재.
어쩔 수가 없다.
이런 생각은 아주 사소하고 별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을 의미 있는 순간으로 느끼게 한다.
난 사과를 볼 때마다 평생 이 순간을 생각하겠지.
과일 중에서도 특히 사과를 좋아했던 우리 가족과,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던 이 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