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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ignotant Aug 29. 2022

엄마와 사과

엄마는 제철 과일 먹는 걸 좋아하는데 특히나 사과를 좋아한다.


언제였던가 엄마는 시장에서 사과 한 박스를 사 왔고 우리는 정리를 시작했다. 아마 늦여름 가을이 시작되는 이맘때쯤이었겠지.


엄마와 나는 사과를 정리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딸아, 사과도 종류가 있어 알아?"

"아니? 사과도 종류가 있어? 종류마다 차이가 있어?"

"홍로라고 하는  발갛게 예쁘게 생겼어.  공주가 먹을  같은 그런  있잖아. 새콤한 맛이 거의 없고 달지. 부사는 홍로보다 조금 늦게 나오는데 새콤한 맛이  . 우리가 시장에서 많이 보는  부사야. 사과도 철에 맞춰서 먹어야 . 홍로철이 있고 부사 철이 있어."

"엄마, 나 이제 사과 볼 때마다 홍로랑 부사 생각이 날 것 같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생각날 것 같아."

"그럼 좋지. 니가 자식을 낳아서 사과를 볼 때 할머니가 가르쳐 준거야 하고 이야기해줄 수 있고."


나는 그 순간 엄마가 돌아가신 뒤 사과를 볼 때마다 이 순간이 생각나 슬퍼하는 내모습이 떠올랐다.


나이가 들어가며 더 이상 외면 할 수 없는 부모의 죽음, 부모의 부재.

어쩔 수가 없다.


이런 생각은 아주 사소하고 별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을 의미 있는 순간으로 느끼게 한다.


난 사과를 볼 때마다 평생 이 순간을 생각하겠지.

과일 중에서도 특히 사과를 좋아했던 우리 가족과,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던 이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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