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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Apr 05. 2024

내가 몰입하는 대상은


한동안 또 글을 쓰지 못했다. 새로 옮긴 회사에서 일이 너무 많다 보니 매일 쓰기가 힘들었다. 매일 외근과 복귀 후 야근까지 하고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기 일쑤다. 일주일에 세 번 30분 이상 헬스장에 가서 운동도 2주째 가지 못했다. 오랜만에 시간 내서 글을 쓰려고 하니 좀 낯설기도 하다.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생각도 잘 나지 않았다. 그래도 쓰지 않으면 더 못 쓰기가 어려워 무슨 글이라도 쓰기 위해 노트북을 켜고 한글창을 열었다.      

오늘은 내가 몰입하는 대상에 대해 써보기로 했다. 요새 몰입하는 대상은 나와 잘 맞지 않지만 20년째 일하고 있는 본업이다. 대학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하고, 기술자로 일하고 있다. 일 자체는 재미있지만, 그 주변을 둘러싼 환경은 참 열악하다. 발주처와 공무원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통해 어떤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일도 좋지만, 그들의 갑질은 참기가 어렵다. 업무가 과다하고 가끔 수용하기 힘든 요구할 때는 죽고 싶은 생각까지 했다.     

업무를 제외하고 약 10년 동안 몰입하고 있는 대상은 독서와 글쓰기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 30페이지 이상, 일주일에 2권 정도 책을 읽고 있다. 인생이 힘든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 시작한 글쓰기도 적어도 매일 한 편씩 쓰려고 노력한다. 읽고 쓰는 삶 자체가 나에게 루틴이 되었다. 예민하고 욱하는 성질을 그나마 많이 줄여준 두 개의 도구이기도 하다.      

읽고 쓰는 삶에 빠져들게 된 계기는 위에서 언급한 나의 민감한 성격도 관계가 있다. 30대 중반 다니던 네 번째 회사에서 해고당하면서 처음으로 인생의 쓴맛을 겪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 우울증과 무기력증이 심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게 누워 있는 날이 많았다. 아무런 인생의 해답을 찾지 못했던 순간, 학창 시절 길을 잃었을 때 책을 통해 다시 방향을 찾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우선 읽는 삶에 빠져들게 된 계기였다.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접했다. 각 책을 쓴 저자가 앞에서 나에게 대화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이 해주는 한 마디가 내 가슴을 울렸다. 그 감동을 같이 나누면서 나도 인생이 힘든 사람이 있으면 도움을 주고 싶었다. 글이 쓰고 싶어졌다. 못 쓰는 글이라도 조금씩 써서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큼 보람 있는 일은 없을 거라 여겼다. 글쓰기에 몰입하게 된 이유다.      


읽고 쓰는 삶을 조금씩 접하면서 예전보다 감정에서 자유롭게 되었다. 여전히 가끔 일희일비하고 있지만, 그 횟수가 많이 줄었다. 또 그냥 스쳐 지나갔던 현상이나 사건, 사물 등을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글을 쓰려면 글감이 필요한데, 관찰과 생각에서 나온 결과가 도움이 많이 되었다. 많은 책을 읽고 쓰다 보니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가 되었다. 인생의 모든 원인은 나에게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읽고 쓰는 행위를 통해 진짜 인생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지금 인생이 지치고 힘든 사람이 있다면 당장 서점이나 도서관에 달려가 책부터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책은 인생의 스승이다. 어떤 책도 인생에 도움이 된다. 그렇게 읽다 보면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어떤 글이라도 좋으니 자신만의 감정과 생각을 노트북을 켜서 한글창에 풀어보자.      


읽고 쓰는 삶을 통해 인생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그래도 지치고 힘든 나를 위로할 수 있었다. 앞으로 많은 사람이 읽고 쓰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잠시 바쁜 본업으로 도와주지 못하고 있지만, 다시 한번 내 사명을 되새겨서 많은 사람이 읽고 쓰는 삶의 기쁨을 알 수 있도록 전파하고 싶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현재 몰입하고 있는 대상이 있는가? 그 대상이 아마도 당신의 인생을 좀 더 근사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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