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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Apr 13. 2024

글쓰기는 기억의 이끌림이다

주중 업무차 한 카페에서 사람을 만났다. 간판에 써진 카페 이름을 보고 감탄했다. 카페 이름이 <커피는 기억의 끌림>이다. 지금까지 본 카페 이름 중에 가장 서정적인 느낌을 받았다. 알고 보니 그 동네에서 꽤 오래된 카페라고 한다. 나이 든 주인이 직접 내려주는 핸드드립 커피가 일품이다.     


커피를 처음 마셔 본 기억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수업을 마치고 나서도 밤늦게까지 자율학습을 진행했다. 아무리 10대라 하더라도 하루 종일 수업하고 공부까지 하면 체력적인 한계가 있다. 보통 야간자율학습은 밤 10시까지 하는데, 8시만 되면 눈이 감겼다. 졸음이 밀려왔다. 도저히 잠을 참을 수 없으면 잠깐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었다.      


어느 날 바람 쐬고 들어왔더니 친구가 종이컵 하나를 건넨다. 이것을 마시면 졸음이 달아난다면서. 한 모금 마셨다. 인상이 찌푸려진다. 쓰고 달았다. 다시 한 모금 마셨다. 기분이 좋아진다. 잠이 달아나는 것 같았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커피라고 했다. 다음날부터 커피 한 잔은 내 친구가 되었다. <커피는 기억의 끌림>이란 간판을 보니 정말 희한하게 커피를 먹던 첫 기억에 이끌렸다.      


뭔가에 끌린다는 점은 설레고 좋은 일이다. 좋아하는 이성이나 관심 있는 대상에 따라 다르겠지만, 끌리게 되면 거기에 푹 빠지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그런 끌림도 어느새 잊혀간다. 기억이란 것은 그 순간에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순간을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두 가지 행동을 하고 있다. 사진을 찍거나 기록으로 남긴다.      


여행 가면 왜 사진을 찍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글을 쓰면서 그 의미를 같이 알게 되었다. 얼마 전 강의로 갔던 진주와 오랜만에 바람 쐬러 가족들과 하동에 갔을 때 사진을 찍고 SNS에 올렸다. 그 장소의 느낌을 글감 노트에 따로 적기도 했다. 요새 쇼츠나 릴스 같은 짧은 영상이 유행이다 보니 한번 따라해 보기도 했다.      


글을 쓰면서 잊고 지냈던 기억이 현시점에서 새롭게 되살아난다. 좋았던 추억이나 아팠던 기억 모두 다양한 관점으로 다가왔다. 추억은 행복했던 순간을 다시 한번 떠올리면서 쓸 수 있어서 좋았다. 좋지 않았던 기억은 그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좀 더 성숙해진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 글자 한 글자씩 써 내려갈 때마다 같은 기억도 다르게 이끌린다.      


글쓰기가 왜 기억에 크게 좌우되고 다르게 이끌리는 것일까? 첫째, 글쓰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잊혀가는 경험과 순간을 포착하여 보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기록된 그 경험과 순간은 영원히 남는다. .   

   

둘째,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돌아보고 이해하는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지만, 기록으로 정리된 과거의 경험과 순간을 통해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를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다. 과거의 경험을 재해석하여 자신이 쓰고자 하는 글에 적용하면 진정성과 깊이를 부여할 수 있다.     

 

셋째, 많은 기억을 모아서 정리하면 풍부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기억의 이끌림으로 기록한 경험이 모두 자신의 글감이 된다. 많으면 많을수록 다양한 글을 쓸 수 있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내가 살아온 기억을 다시 한번 더듬어 정리하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떤 강렬한 기억에 이끌려 본 적 있는가? 있다면 놓치지 말고 당장 한 줄이라도 써서 그 기억을 붙잡아보자. 하나씩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자신만의 글쓰기 저장소가 하나 마련되어 있지 않을까? 글쓰기는 기억의 이끌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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