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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Oct 11. 2024

오늘도 무사히 잘 지나갔으면 다행이다


“따르릉! 따르릉!”

어제 아침 스마트폰 알람 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을 떴다. 오늘도 지방 출장이 잡혀 있다. 생각보다 먼 길을 떠나야 한다. 몸이 무겁다. 그래도 늦지 않으려면 지금 일어나야 했다. 손으로 눈을 비빈다. 기지개를 켜고, 한 번에 몸을 일으켰다. 나이가 들었는지 온몸이 쑤신다. 가끔 나도 하루 쉬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가족을 위해서 일해야 한다. 흔히 남들이 말하는 경제적 자유는 꿈도 꾸지 못한다. 여전히 회사 열심히 다니면서 일해야 굶지 않는다.      


8시 동네 근처 정류장에서 같이 일하는 직원의 차를 기다린다. 조금 일찍 도착했지만, 배가 아프다. 아침에 일어나면 전날 먹었던 음식이 소화가 잘되지 않았는지 또는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장이 꼬여서인지 모르겠지만 항상 속이 좋지 않다. 화장실을 2번 정도 왔다 갔다 해야 그나마 좀 나아진다. 겨우 속이 괜찮아졌는지 컨디션이 괜찮다. 저 멀리 주차장에 직원의 차가 보인다.      


2시간 30분 이상 달려 지방의 한 군청에 도착했다. 지금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진행 관련하여 담당 공무원과 회의를 진행했다. 1시간 정도 소요 되었다. 끝나고 나오면 힘이 빠진다. 그만큼 회의 자리도 에너지를 많이 뺏긴다. 잠시 직원과 휴식을 취하고 또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 일과 관련된 주민을 만나러 40분 정도의 거리를 차로 또 이동했다. 주민과 1시간 정도 면담하고 다시 서울로 올라오니 벌써 밤이다.      


저녁 7시 전후로 직원과 헤어졌다. 퇴근한다고 집에 있는 가족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잠시 멈춰서 하늘을 본다. ‘오늘 하루도 무탈하게 잘 지나갔구나. 좋은 일은 없지만 또 그다지 나쁜 일이 생기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나이가 드니 행복하게 사는 것도 좋다. 하지만 그것보다 너무 행복하거나 불행하지 않는 상태로 지내는 일상이 가장 좋다고 느껴졌다. 지금 순간 불행하게 살면서 그것이 다 나중의 행복을 위해서 참는 것이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점이 나쁘다고 말하는 점이 아니다. 젊은 시절 고생하면서 열심히 일을 하며 나중에 돈 걱정 없는 완벽한 노후 준비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행복하게 산다는 것의 의미가 마흔이 넘어가니 달라진다. 앞으로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짧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현재 내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불행하다고 하면서 안주한다. 지금 내 몸을 갈아서 시간과 돈을 바꾸고 있다. 일이 재미있으면 어떻게라도 버틸 수 있지만, 대부분 사람은 그렇지 않다.      


하기 싫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묵묵히 자신이 맡은 바 책임을 다한다. 그 책임을 완수하는데 상당한 고통이 따른다. 새로운 일을 맡게 되었을 때의 두려움, 그 일이 자신과의 적성에 맞고 새로 시작하는 설레임 등 여러 감정이 현재 오고 간다. 그런 감정 중에 행복은 항상 후순위로 밀려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정신 승리를 하면서 나이가 들면, 나중에는 꼭 행복하게 살 것이라 다짐한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지금이 행복하지 않으면 나중에도 똑같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올해 4월 말에 당한 사기 사건으로 일상의 소중함을 더 알게 되었다. 정말 금융사기는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하다. 한동안 마음이 너무 무거워 한 달 정도 폐인처럼 지냈다. 그러다 이렇게 되면 문제가 생길 것 같아 나의 루틴을 바꾸었다.     

루틴을 하면서 오늘 하루만은 ‘행복하게’ 보다 ‘무탈하게’ 라는 표현을 써보면 어떨까? 너무 애쓰지 말자. 행복에 대한 강박관념이 생길 수 있다. 아무리 지옥 같은 현실이라도 계속 지옥만 만나지 않을 것이다. 순간순간 행복을 느끼면서 하루가 끝났다면 무탈한 표현으로 자신을 칭찬하자. 오늘도 무사히 지나가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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