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는 여러 방면에서 바빴다. 회사 업무와 개인적인 모임 등이 잘 풀리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몸과 마음이 지쳤다. 그러다가 금요일 점심에 12번째 개인 저서 출간 계약을 맺었다. 출판사 대표님이 나를 배려하여 회사 앞으로 와 주셔서 감사했다. 집에 돌아와서 계약서를 다시 보는데 뭔가 울컥했다. 많은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연도가 2015년 초였다. 2012년부터 생존 독서를 통해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할지 해답을 찾고 있었다. 자기계발서 위주로 읽으면서 좁고 편향된 내 사고를 뜯어고쳐 나갔다. 책에 나온 내용 중에 인상 깊은 구절을 골라 적용했다. 내 인생의 변화를 위해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책을 읽고 어떻게 해야 할지 사색하는 일상을 가졌다.
그렇게 독서 후 적용한 점을 바탕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책에 나온 구절을 골라 3~4줄 내 생각을 정리해서 썼다. 그 내용을 독서 노트에 적었다. 몇 개를 골라 방치된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다. 익숙해지자 독후감을 쓰기 시작했다. 책에 읽었던 소감을 썼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서평 위주의 글로 변했다. 그와 동시에 작가의 꿈을 키우게 되었다. 내 글로 타인을 돕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2015년 중순부터 나처럼 포기가 빠르고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억지로 버티고 있는 2030 청년을 대상으로 <모멘텀>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내가 그렇게 살다가 인생이 망친 경험이 있다 보니 나와 같은 실패나 실수하지 말라고 알려주고 싶었다. 원고를 쓰는 여정은 쉽지 않았다. 확실하게 한 권의 책을 쓰는 일은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하루에 온전하게 집중해도 한 꼭지의 글을 쓰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내 인생 처음으로 가슴을 끓어오르게 한 꿈이 작가였다. 국어국문학과나 문예창작학과를 전공하지 않았지만, 왜 그리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어떻게든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었다. 몇 번이라도 포기하고 싶었지만, 참고 견디면서 하나씩 원고를 썼다. 지금 읽어보면 참 형편없고 초라한 글이다. 그래도 어떻게든 끝까지 가보고 싶었다.
글을 쓰는 과정은 충분히 고통이 심했지만, 즐기려고 했다. 지금 쓰는 주제를 잘 풀어내어 궁금한 독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매일 한 편의 글을 쓰고자 결심했다. 나 자신과 이 두 가지를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킨 지 이제 10년 차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글쓰기가 나를 살려준 도구였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가수가 신해철이다. 며칠 있으면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0주기다. 생전의 인터뷰를 찾아봤다. 진행자가 혹시 음악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냐고 물었다. 딱 한 번 있었다고 고백한다. 대학 2학년 시절 대학 가요제에 나가기 이틀 전에 도망가고 싶었다고.
아무리 음악을 열심히 만들어도 데뷔할 무대가 많이 없어서 서러운 적이 많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나간 대학 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 순간 그는 이제야 내가 뮤지션으로 평생 살아도 되겠다고 안도했다. 그 뒤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27년 음악외길을 살았다.
이번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도 글 쓴 지 30주년이다. 소설가로 유명하다. 그런 한강 작가도 글을 쓰기가 두렵고 싫은 날도 많았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어차피 쓰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보니 무조건 어떤 글이라도 짧게라도 남기고 사색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그렇게 탄생한 여러 작품이 세계로 수출되고, 호평받으면서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랐다.
노벨상 수상 이후 그녀의 책은 최소 300만 부가 팔렸다. 한 권의 인세를 10%로 잡아도 최소 30억 정도가 된다. 이런 숫자를 보면 작아지지만, 그래도 30년 이상 나도 써보면 노벨상 까지 아니지만, 내 작품 하나도 어떤 영광스러운 순간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상상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난 확률은 아주 낮다. 이젠 욕심도 이제 내려놓았다.
죽을 때까지 어차피 글은 계속 쓸 것이다. 베스트셀러 작가를 꿈꾼 사람이지만, 이제는 평생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못 쓴 글, 잘 쓴 글을 판단하는 기준은 독자의 몫이다. 그저 내가 공부하고 직접 경험했던 분야를 찾아 계속 ‘쓰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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