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누구에게나 가장 공평하게 적용되는 대상이 하나 있다. 이것은 돈이 많거나 적거나 상관없다. 내가 가만히 있어도 흘러간다. 바로 시간이다. 1초, 1분, 1시간, 하루 등 단위가 점점 커진다.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은 24시간 하루가 참 바쁘다.
나도 마찬가지다. 요새 주중에는 회사 일로 바쁘다. 출장도 많다. 진행하는 프로젝트 일정도 맞추어야 한다. 가끔 있는 경영진 보고 자료도 챙겨야 한다. 갑자기 생기는 돌발상황도 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잠깐 운동하고 7시 반에 출근한다. 9시 전 회사에 도착하면 저녁 6~7시까지 일하게 된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7~8시 사이다. 밥 먹고 이래저래 정리하다 보면 벌써 밤 10시가 훌쩍 넘는다. 이런 시간을 쪼개서 어떻게든 하루에 한 편의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오늘도 업무 출장으로 춘천에 다녀왔다. 경춘선을 자주 이용한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읽는다. 잠이 오면 잠깐 눈을 붙인다. 오고 가면서 오늘은 무슨 글을 쓸까 고민했다. 글감을 찾는 것이다. 시간이 없다 보니 이렇게 틈새 시간을 이용하고 있다. 글감을 찾고, 어떻게 쓸지 잠깐 낙서한다.
자기 전 초고를 쓰려고 하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모니터를 보는 눈이 감긴다. 몸은 천근만근이다. 어서 침대로 들어가 눕고 자고 싶다. 하지만 매일 쓰겠다는 나의 약속을 지켜야 하기에 다시 노트북을 켜고 의자에 앉았다. 이제 초고를 쓸 시간이다. 오늘따라 하루 종일 밖에서 추위에 떨었더니 더 눈이 감긴다. 졸리다 보니 마음이 더 급해진다.
가끔 내가 쓴 블로그 글을 보고 너무 급하게 쓴 티가 난다고 누군가 말한 적 있다. 피곤하다 보니 끝으로 갈수록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모호해진다. 결론을 빨리 지은 티가 역력하다. 조급하다는 모습이 내 글에도 나타난다. 가끔 황무지 라이팅 스쿨 수강생이 쓴 원고를 봐도 급하게 쓴 원고와 시간을 들여 공들인 원고는 확연히 다르다.
글쓰기에서 가장 먼저 버려야 할 요소가 바로 조급함이다. 빨리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은 시간이 중요하다. 시간을 들여 고치고 또 고치다 보면 글이 더 좋아진다. 글쓰기의 장점이 바로 이것이다. 언제든지 천천히 몇 번이고 수정을 거듭하다 보면 대작이 나올 수 있다. 글쓰기에서 조급함을 버려야 하는 5가지 이유에 대해 오늘은 한번 알아보자.
첫째, 자신이 쓰고자 하는 작품의 깊이를 살리기 위해서다. 급하게 쓰면 깊이가 사라진다. 한 단어, 한 문장을 신중하게 골라 쓴다. 한강 작가도 한 편의 소설을 쓰기 위해 몇 년이 걸린다고 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글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쓸수록 내용이나 분위기 등이 깊어진다. 왜냐하면 생각하면서 쓰기 때문이다.
둘째, 독자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다. 작가가 왜 글을 쓰는가? 독자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생각나는 대로 자신의 감정을 적거나 그냥 오늘 일상에서 있었던 일을 쓰는 행위는 일기 수준의 글이다. 내가 쓰고 싶어서 쓴 글이기 때문이다. 그 감정과 일상의 경험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여 독자에게 공감을 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천천히 독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여유를 가지고 써야 한다.
셋째,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쓰기 위함이다. 조급해지면 새로운 발상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있는 자료에서 짜깁기하거나 어디서 본 듯한 글을 조금 틀어서 쓴 글을 보면 빨리 쓴 것처럼 느껴진다. 시간을 두고 여유롭게 사색하면서 그 대상이나 현상에 대해 자신만의 창의적인 느낌이나 아이디어를 적어보자.
넷째, 지속적인 글을 쓰기 위함이다. 조급함은 포기를 불러온다. 한두 번 써보다가 글쓰기는 나와 맞지 않는다고 그만둔다. 한 가지를 꾸준하게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
다섯째,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기 위함이다. 조급하면 글을 쓰는 과정의 재미를 잃어버린다. 자꾸 한 편의 글을 완성해야 하는 결과에 집착하면 몇 줄 쓰지 못한다. 내가 지금 5줄밖에 못 쓴다고 하면 일단 분량을 채우는 과정을 즐겨보자. 조급해하지 말고 어떻게든 천천히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