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12월 25일은 찾아왔다. 크리스마스다. 나이가 들면서 성탄절에 대한 기쁨이나 즐거움은 희석된 지 오래다. 1년 365일 중 똑같은 날 중 하나다. 별다를 게 없는 평범한 날이라고 느껴졌다. 그래도 쉬는 날이라 늦잠 잤다. 오랜만에 오전 9시 넘어 일어났다. 아무리 피곤해도 쉬는 날에도 7시면 일어났는데, 요 며칠 무리했더니 정말 몸이 피로했나 보다. 간만에 늦잠 잤더니 상쾌했다.
우리 가족은 크리스마스 날이면 오전 교회에 가서 성탄절 예배를 드린다. 오늘은 특별하게 교회에서 준비한 뮤지컬 공연을 보고 왔다. 별 기대 없이 봤는데, 공연이 주는 재미와 메시지가 상당했다.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공연의 제목은 <Everyday Christmas> 다. 우리 말로 하면 “매일 크리스마스”라고 보면 된다.
주인공 소녀 “메리”는 크리스마스 날 아침에 눈을 뜬다. 오늘 글 서두에서 내가 밝힌 것처럼 메리도 크리스마스라고 특별하게 느끼지 않는다. 그냥 평범한 하루라고 생각한다. 기쁘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다. 엄마가 오늘 크리스마스인데, 즐겁지 않냐고 해도 시큰둥하다. 밖에 나가 친구를 만나도 마찬가지다. 모든 게 다 귀찮다. 마술사 친할머니 “캐시”를 찾아갔다가 메리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줄거리 소개는 여기까지 하고, 공연이 끝나자 교회에 온 모든 사람이 환호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나도 40분 정도 공연을 몰입해서 봤다. 거의 마지막 부분에 할머니 캐시와 주인공 메리, 주변 사람들이 같이 부르는 “매일 크리스마스” 노래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특히 가사가 와닿았다. 가사가 정확하지 않지만, 그 노래가 주는 의미를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사람들은 설레고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아닌 날은 걱정과 불안, 불평하며 한숨으로 가득하다. 얼굴은 어둡고 짜증만 난다. 왜 우리가 만나는 매일매일을 크리스마스처럼 즐겁고 설레는 날로 지낼 수 없을까?”
그 노래를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또 울컥했다. 참 감성이 높은 나는 갱년기가 더했는지, 툭하면 웃거나 울기를 반복한다.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자고 해놓고, 가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정작 하고 싶은 일은 뒤로 미루는 현실에 절망하기도 했다. 회사에 출근하는 마음이 사실 즐겁지 않다.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하는데, 또 다른 마음 한쪽에는 불만만 가득한 나를 또 발견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스스로 웃으면서 설레는 날을 맞이한 적이 많이 없었다. 그냥 억지로 일어나서 회사에 가서 책상에 앉아서 닥치는 대로 일하다가 퇴근한다. 스트레스에 사람과 만나 술 마시면서 마무리한다. 집에 가면 쓰러져 자기 바쁘다. 떠지지 않는 눈을 붙잡고 알람소리에 겨우 일어난다. 계속 이런 패턴으로 살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마음이 무거웠다. 아니 무서웠다. 오늘 하루는 또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 두려웠다. 설레는 마음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 마음으로 회사에 가니 어떻게 즐겁고 기쁘게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런 일상조차 한숨으로 점철되었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행동은 또 다르게 하고 있는지. 머리 따로 몸 따로 사는 일상이 다시 시작되었다.
공연이 끝나고 목사님의 말씀이 시작되었다. “오늘만이라도 걱정과 근심, 불안으로 초조하게 시간 보내지 말고, 편안하고 기쁜 시간을 보내라고. 매일 크리스마스처럼 살 수 있다면 설렘과 기쁨. 즐거움이 가득한 날이 될 것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지나고 보면 그 시절에 그렇게 걱정하고 불만했지만, 현실로는 나타나지 않았다. 나타났다 하더라도 그렇게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 적은 없다. 아마 업무 문제, 가족 문제 등은 인생에서 늘 부딪히고 만나게 된다. 또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이 무겁고 두렵다. 어차피 죽을 때까지 인생은 문제는 계속 생기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는지의 연속이다.
나이가 드니 이제야 왜 마음 편하게 살라고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마음이 편하다는 의미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 편한 게 아니다.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자신의 마음을 기쁘고 설렘으로 바꿀 수 있으면 된다. 행복과 즐거움 자체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오늘도 참 기쁜 크리스마스다. 남은 연말이라도 매일 크리스마스처럼 자신만의 인생 기적을 써보자.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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