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피카소 미술관 in Paris
Massacre in Korea, 1951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전시가 되어 있지 않았는데 샵에서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주는 그림의 엽서가 있었다.
잔인하면서도 뭔가 익숙한 메시지를 던져 주는 그림이었다.
너무 강렬한 나머지 머릿속에 계속 남아있어 숙소에 와서 검색까지 해보았다.
그 결과 발끝까지 소름이 끼쳤고 왜 익숙한 느낌을 주는지도 알았다.
'한국에서의 학살', 그것은 우리의 잔인하고 부끄러운 역사를 기록한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피카소가 미국에 의해 자행된 한국 전쟁의 학살을 보여주는 그림으로 1950년 신천 학살 사건으로 알려져 있고, 반공 우익단체 즉 서북청년단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상징한다고 한다.
얼마나 참혹했으면 먼 나라 프랑스 파리에 있던 피카소가 이런 그림을 그려 그 참상을 알렸을 정도였을까.
잔인한 우리 역사가 피카소의 어법으로 그려진 그림은 너무 비참하고 슬프다.
임신한 여자와 아이를 안고 있는 여자의 슬픔과 공포로 일그러진 얼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천진하게 노는 아이…
표정 없는 이념이란 갑옷을 두른 치졸한 살인자들…
그림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차오르고 공포스럽다.
이런 역사는 다시는 반복되지 말기를 소원하지만, 아마 인간이 인간인 이상 불가능할 것이다.
지금도 부조리한 살육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지 않은가.
서북청년단은 지존파보다 훨씬 많은 무고한 시민을 죽였다. 지존파 재건위가 마땅히 처벌되어야 하듯이, 서북청년단 재건위도 처벌되어야 한다.
- 조국 서울대 교수 시절의 트위터
광복 이후 결성되었던 서북청년단은 한국에서 재현된 독일의 나치 친위대라 할 정도로 부끄럽고 끔찍하며 창피한 역사다. 한국이 국제사회의 구성단위로 지속 가능한 사회임을 스스로 증명하려면 저 단체를 심각한 혐오 범죄로 분류해 관리해야 마땅하다.
- 영화평론가 허지웅
피카소 그림 치고는 화려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피카소가 수집한 컬렉션이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끌린다. 처음보다는 두 번째, 두 번째보다는 세 번째, 다시 볼 때마다 로봇 같은 얼굴에 빙구 미소가 점점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 작가의 다른 그림도 보고 싶어서 인터넷에 검색해봤는데 작가의 이름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역시 마찬가지로 검색을 해도 이 그림의 작가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이 작품은 불행하게도 그림보다 화려한 엔틱 액자가 더 눈에 들어온다.
그림의 색상도 전체적으로 꽤 어두운 편이라 더더욱 액자만 도드라진다.
자세히 살펴보면 한쪽 팔로 자기 몸을 감싸고 침울한 듯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있는 여인의 표정이 울 것 같이 보여 꽤 시선을 끄는데 말이다.
Portrait of a Spanish Dancer, 1921
호안 미로(JoanMiro)
몽환적이고 동화 같은 그림을 그렸던 호안 미로가 이런 입체풍의 그림을 그리던 시절도 있었나 보다.
호안 미로와 피카소는 평생 친구였다고 한다.
가는 길도 달랐지만 흥미로운 것은 연애관도 판이하게 달랐다는 것이다.
피카소가 수많은 여인들과 염문을 뿌리고 다녔다면 호안 미로는 평생 한 여자와 살았다고 한다. 역시 사람은 비슷한 성향보다는 나와는 다른 성향의 사람한테 더 끌리는 법인가 보다.
이런 입체파의 그림들, 특히 인물화는 강한 인상을 주기 마련이다. 스페인 무희라는데 어떤 춤을 췄을까? 플라멩코였을까? 초승달 같은 눈썹 아래 다크서클 같은 그림자가 재밌다.
Self Portrait, 1921
호안 미로(JoanMiro)
피카소는 호안 미로를 무척 아꼈던 것 같다.
그와 처음 만났을 때쯤의 그의 자화상을 평생 가지고 있었고 지금도 이렇게 전시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스페인 무희의 초상'과 나란히 걸려 있었고 비슷한 계통의 붉은색 옷 때문에 강한 유대감이 느껴졌다. 처음 봤을 때는 부부인가 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단정한 머리 스타일이 모범생처럼 보인다.
보통 자화상을 그리는데 저런 잠옷을 입고 그림을 그릴 것 같지는 않다. 정장을 입는 다던지 피카소처럼 탈의를 한다던지 그러나 호안 미로는 잠옷을 입고 있다. 재밌는 것은 추후에 그가 그렸던 그림들을 생각해 보면 주로 자신의 꿈, 몽상을 그렸으니 그에게는 당연한 자기 정체성이다.
저 당시만 해도 자기가 그런 그림들을 그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면 무의식의 발로였을지도 모른다.
물론 나에게는 그렇게 보이지만 저것이 잠옷이 아닐 수도 있다.
Musée National Picasso
5 Rue de Thorigny, 75003 Paris, 프랑스
2017년 08월 10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