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B 기준으로 수출 견적서 작성하는 법
바이어가 FOB 기준의 견적서를 달라고 하는데,
FOB 란 용어 개념도 생소하고 수출 견적서 작성도 처음이라, 무엇을 알아야 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무지한 상태다.
" 일단 모르는 부분은 물어서 도움을 받아야겠다. "
주변에 해외영업과 주재원 경력이 있는 친구에게 톡을 보내서 조언을 구해 보려고 한다. 무역 관련 업무를 했으니, 뭔가 알려주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면서 말이다.
가깝고 믿을 만한, 그리고 초보적인 질문을 해도 허허 웃으며 답변을 해 줄 친구를 떠올리며.
톡 창을 연다.
" 내가 수출 견적서 작성을 처음 해봐서 말야… 바이어가 FOB 기준으로 견적서를 달라고 하는데,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 거야? "
득달같이 답변이 왔다.
" 질문이 넘 애매한데? "
" 응? 그럼 어떻게 물어봐야 하는건데? "
" 내가 지금 바빠서, 이따 다시 톡 해도 될까? "
" 응, 그러자! "
질문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초짜 중에 초짜라는 생각에 살짝 위축된 마음이 들었다.
초록 검색창에 FOB, 화장품 수출가 등을 넣어보며 서치를 해보긴 했지만,
바이어와의 거래 조건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시작되는지, 수출가를 어떻게 정하고 제시하는지, 바이어와 주고받는 무역 서류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지..
이런 내용은 찾기가 어려웠다.
아마 케이스 by 케이스 일 것도 같고, 딱 정해진 루틴이나 방식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친구의 답변을 기다리면서 무역에 관한 도서를 구입해 볼 생각에 도서를 소개하는 상세페이지의 내용을 하나 하나 살펴본다.
이런 세상은 내 생애 처음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르던 세상. 결국 모르는게 있으면 공부만이 살길이다.
휴대폰이 톡~ 하고 다시 울린다.
" 도매가를 얼마로 할지는 사장님의 가격 정책에 따르면 될 듯. 내가 이렇다 저렇다 할게 아닌거 같네. "
" 수출 할 때 보통 어느 정도에서 책정하는지 일반적인 기준이 있는가 해서 말이야. "
" FOB 는 해외 수출을 위해 우리나라 항구 혹은 공항까지 가져다 놓는 비용이니, 제품 가격 + 공장에서 항구(혹은 공항)까지 운송비 + 항구(혹은 공항) 화물 처리 비용 등을 감안하면 돼. 그 다음이 마진인데 그건 사장님이 손해 보지 않고 파는 수준으로 정해야겠지. "
" 운송비는 화물 트럭을 이용해서 도착지까지 운반하는 비용이지? 도착지와 도착 날짜 등은 어떻게 정하는거야? "
" 도착지는 오더한 사람이 알려줘야지. 어디어디로 보내달라고. 그리고 그 사람이 거래하는 포워더가 있으면, 그 포워더의 연락처를 알려줄거야. 넌 그 포워더와 약속된 시간과 장소로 보내면 되는거고. "
" 포워더? 잠만 잠만. 검색 좀 해볼게. "
" 포워더에게 문의하면 운송비 견적을 알려줄거야. FOB 이니 국내 운송비만 알면 되겠네. 그리고 배로 보내는지 비행기로 보내는지를 알아야 도착지가 정해질 텐데, 일단 부산에서 배로 보내는 방법으로 견적을 준비해봐. 그리고 혹시 필요하면 말해. 포워더 소개해 줄게. "
아하!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뭘 해야 할지도 조금 알겠다.
근데 견적을 요청하면서 오더 수량, 도착지, 포워더 등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 것이 없잖아?
정리해 보자.
먼저,
도착지(수출지 국가의 지정 장소)가 어디인지를 알아야 하고, 도착지까지 국내 운송비가 얼마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수량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야 한다. 수량을 알면 내 제품 사이즈를 계산해서 컨텐이너에 얼마나, 어떻게 선적하는지 공간 사이즈가 나오게 된다.
그 정보를 가지고 포워더에 운송비를 의뢰하고, 포워더는 운송비와 수출지 항구에서 발생되는 부대비용, 수수료 등을 포함해서 운송비를 알려줄 것이다. 그 총 비용을 오더 받은 제품 수량으로 나누어 제품 단가에 녹인다.
그리고 거기에 마진을 붙인다. 내 회사 상황과 현지(일본)의 유사 상품 소비자가, 바이어가 붙일 마진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서 수출가를 책정한다.
여기까지 오니, 뭔가 이상했다.
이런 프로세스라는 것을 바이어가 알고 있을텐데, 오더 수량과 바이어가 거래하고 있는 포워더 등의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니 말이야.
미리 확인할 수 없는 내륙 운송비와 항구 부대비용 등을 어떻게 알라는 것인지. 이 상황에 나는 (추후 거래를 하지 않을 수도 있는) 포워더에게 견적을 요청해야 하다니.
이 세계에 뭔가 있다. 하나 하나 다 공부해서 알아버리겠어.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