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의 권한을 가지고 와라
대부분의 바이어들은 먼저 거래 조건을 제시하지 않은 채로 제품 견적을 문의했다.
여기서 거래 조건이란 오더 수량, 인코텀즈, 결제 방법, 필요 시기 등등이다.
일단 제품의 가격을 먼저 파악하고, 그 가격이 합당하면, 그 이후에 상세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것 같았다.
이렇게 아무런 조건을 알지 못하고, 특히 오더 수량도 모르는 상황에 견적서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되고, 난감했다.
유수한 K-뷰티 기업의 제품을 수입하고 싶은 바이어의 경우라면,
하면서 프로세스가 시작될 것이다.
우리는 작은 규모에 인지도가 없으니,
라고 바이어에게 접근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이렇게 해야 하더라.)
바이어에게 직접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되는 거 아닌가요? 싶지만,
이게 어려운 것이 바이어와 실시간 채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이메일이나 전화로 "원하는 수량은 얼마나 되나요?" 라고 물어보는 것도 좀 그런 것 같고 말이다.
이렇게 되면 답이 나온다.
바이어측에서 아무런 코멘트나 요건 제시 없이 "견적서를 달라"고 하는 건, 수출자 입장에서 애매한 부분을 상세하게 기재해서 견적서를 전달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수량에 따른 가격 조건, 인코텀즈 방식 지정, 결제 방식 지정 등 물류의 권한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가져오면 된다는 것!
그래서 나는 이런 방식을 사용했다.
1. 수량대 별로 가격의 변화를 보여주는 가격표(Price List)를 만들어서 제시하자.
예로, 수량이 50개일 때 $10, 100개일 때 $9.8, 200개일 때 $9.6, 500개일 때 $9 등 수량에 따라 제품 단가의 변화를 보여주는 가격표를 만든다.
바이어도 처음부터 3,000개, 5,000개 등 큰 수량을 오더 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수출자가 먼저 Small Order 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것이 방법이 된다.
현지 국가 소비자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테스트용이라 생각하고, 적은 수의 수량도 수출할 수 있음을 먼저 제안해 보자.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믿음과 함께, 조금 더 가깝고 편안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바이어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2. 인코텀즈는 FOB, 출항지는 부산항을 기준으로 하자.
바이어측에서 수출 견적서를 요청할 때 인코텀즈*는 기본적으로 FOB** 이다.
이것이 default.
* 인코텀즈(INCOTERMS) : 문건을 인도하는 시점과 비용을 정해놓은 규정
** FOB(Free On Board) : 수출지 국가의 선박 갑판에 물건을 적재하는 방식
(인코텀즈는 추후 상세하게 포스팅 하려고 한다)
즉, FOB는 수출자 국가 무역항의 선박 갑판까지 제품을 가져다 놓으면 그 후로는 제품을 수입국까지 바이어측의 책임과 권한 하에 가져가겠다는 것을 말한다.
만약 바이어가 바이어의 현지 사무실까지 운송해 달라는 조건이나, 혹은 바이어 국가의 무역항까지 운송해 달라는 조건 등으로 견적서를 요청한다면 - 간혹 있다 - 이 경우엔 요청하는 대로 제시는 하되, FOB 조건의 견적도 함께 제시하며, FOB 방식으로 거래가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인코텀즈는 문건을 ‘인도’하는 시점과 비용에 대해 국제상업회의소(ICC, 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형거래조건으로,
무역 거래에서 수출 가격을 정할 때는 ‘어떤 조건에서 얼마’ 라는 식으로 정해야 한다.
즉, 무역 거래를 하기 위해서 발생하는 운송비, 보험료, 통관비용 같은 부대비용 중 어디까지를 가격에 포함시킬 것인지, 제품 운송 중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 수출자와 수입자 중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등등 여러 상황에 대해 미리 정한 후 해당 조건으로 거래할 때의 가격을 정하는 것이다.
FOB 조건은 수출자가 수출지 국가, 예를 들어 부산항의 선박 갑판에 선적을 하면, 그 이후의 과정은 바이어측에서 책임을 지는 방식이다.
수출 초보 기업 입장에서는 운송에 대한 일은 일단 여기까지의 과정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본다.
어느 정도 수출 건수도 많아졌고, 자신도 붙었고, 지식과 업계 상황을 파악했다면, 그 이후엔 FOB 외의 조건으로 거래를 해도 될 것이다.
많은 바이어들이 한국 기업과의 거래를 긴 시간 동안 해왔기에 이미 거래하는 포워더가 있고, 그 과정에 일련의 이해관계가 이미 형성되어 있다.
그러니 우리는 수입국까지 제품을 안전하게 운송하는 일은 바이어에게 맡기고, 제품이 무사히 현지까지 도달하는지 트랙킹 하면서 기다리자.
3. 결제 방식은 T/T (게다가 in Advance) 로 명시하자.
무역은 계약 체결을 시작으로 수출자와 수입자가 무역 계약의 이행 - 수출자는 물품을 수출하고, 수입자는 대금을 지급한다 - 을 완료하면 종결이 된다.
무역 대금 결제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그 중 T/T(Telegraphic Transfer, 전신환 송금) 거래와 L/C(Letter of Credit, 신용장) 거래가 가장 대표적이고 실무에서 많이 사용되는 방식이다.
각기 장단점이 있기에, 어떤 방식이 더 유리한 결제 방식인지는 구분하기가 어렵겠으나,
그 중 T/T 는 송금 결제 방식으로 - 쉽게 말해 계좌 이체 – 다른 방식보다 편리함을 가진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통신망을 이용하기에 분실이나 도난으로부터도 안전하다.
바이어가 별도의 결제 방식을 요청하지 않는다면 - 혹은 요청을 하더라도 - T/T 방식으로 먼저 제시하는 것이 좋다.
특히 100% 지급 조건으로, 게다가 선지급(in Advance)로 진행한 후, 제품을 보내도록 하자.
바이어가 오케이 하겠나요, 이걸?
바이어 입장에서는 선지급을 진행할 경우 수출자가 물품을 발송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수출자 입장에서는 후지급으로 진행할 경우 수입자가 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우리는 바이어와 거래 조건을 커뮤니케이션 하는 중에 ‘우리는 당신이 선지급을 해도 당신이 오더한 제품을 최상의 상태로, 안전하게, 약속된 장소까지, 시간에 맞춰 운송할 것’ 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런 힘이 있다.
T/T in Advance
이 제안은 바이어측에 무리가 되는 요구사항이 아니며, 충분히 먼저 제시해서 진행이 가능하다.
*특히 거래 물품이 화장품인 경우, 신용장을 발행할 만큼 거래액이 크지 않기에 더 용이한 방식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조건으로 진행이 가능한 건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많은 기업들이 우리나라의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 하셨던 수많은 노력과 고초 덕분이라 생각한다. 그 과정과 결과로부터 국제 사회에 ‘made in Korea’ 와 ‘from Korea’ 라는 인정과 신뢰가 생긴 것이다.
후배인 우리가 할 일은 그 덕을 발판으로 삼고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 성실히 노력하며 신뢰를 이어가면 된다.
우리의 후배들도 그렇게 할 것이다.
이런 말도 있더라.
시장 조사 차원에서 견적 낚시를 하는 바이어들도 많다고.
작은 기업은 바이어가 견적서를 달라고 할 때, 일단 정성을 다하여 답을 한다.
한 건이라도 더 수출을 성사시키고 싶은 마음이 오죽하겠는가.
그리고 이는 바이어에게는 얼마나 좋은 먹잇감이겠는가.
그럼, 낚시를 하는 것 같은 바이어는 걸러야 하는 것일까.
아주 이상한 느낌을 주는 사기꾼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일단 커넥션을 갖는 것을 추천한다. 계속해서 이런 바이어, 저런 바이어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다 보면, 보는 눈이 길러지고 높아질 것이다.
이제 수출을 처음 시작하는 우리는, 하나하나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참고 인내해야 할 것도 많다.
언젠가 우리에게서 제품을 받기 위해 길게 줄 서는 바이어들을 보는 날이 올 것이다.
줄을 서시오!
그 때를 위해 갈고 닦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