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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영 Nov 07. 2021

여전히 진보 정치의 아이콘

노회찬6411

시커메진 한국 정치의 판을 바꾸고자 했던 사람 

서민의 언어로 그들의 속을 시원하게 대변했던 사람 

함께 비를 맞으며 약자와 공감하고자 했던 사람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길 희망했던 사람

누구나 악기 하나 정도는 다룰 수 있는 사회를 꿈꿨던 사람

지금 더욱 그리운 이름

노회찬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출처 : 다음영화 movie.daum.net)




사실 노회찬이란 정치인에 대해 별로 아는게 없었다. 그저 동네 아저씨 같은 친근함을 가진 , 노동자 출신으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분이다 정도? 유시민 선생이 떠난 뒤 잠시 멀리했던 썰전의 새로운 패널이 되셨다고 해서 그럼 이제 다시 좀 챙겨볼까 하던 와중에, 그의 선한 웃음은 자료 화면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되어버렸다.


그의 정치 역사는 노동자를 기반으로 한 진보 정치의 개척 과정과 맞닿아 있었다.민주노동당에서 진보신당, 통합진보당, 그리고 정의당에 이르기까지 기득권보다는 서민, 노동자, 소외계층을 대변한다는 사명감이 그의 다양한 활동과 언어에서 드러났다. 민주노동당에 처음 국회 입성에 성공했을 때, 당사에서 걸어서 5분이면 오는 국회의사당이지만 노동자를 대변하는 이들이 국회에 들어오기까지 50년이 걸렸다고 인터뷰하는 그의 벅찬 얼굴을 보며, 이미 미래를 알고 있는 나는 마음이 저릿했다.


우여곡절 끝에 처음 제도권 정치에 진입했지만 함께했던 동지들이 서로 갈라지고 내부에서부터 무너지며, 처음엔 웃음 짓는 모습이 많았던 푸근한 그의 얼굴에 고민과 피로함이 비치기 시작했다. 노 의원이 벚꽃시즌 윤중로를 걸을 때 누구나 다가와 반갑게 응원의 말을 건넸던 호시절은 너무 짧았고, 몇 년이 흐른 뒤 다시 또 선거 운동을 위해 윤중로를 걷는 그는 선뜻 손 잡고 인사할 사람을 찾지 못한 채 벚꽃에 대한 이야기를 머쓱하게 남길 뿐이었다.


기득권층의 다양한 비리를 고발해왔던 그는 정치자금 논란이 발생하고 정말 며칠이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계속 결백을 주장하거나 아니면 잘못을 인정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열심히 일하겠다고 밝히는 뉴스를 들을 줄 알았는데, 돌이켜봐도 정말 빠른 결단이었다. 부끄러움을 갚을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있었을텐데 좋은 어른이자 성실한 정치인을 너무 쉽게 잃었다. 


그동안 나온 노무현 대통령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들과 비교해보면 이 영화는 담백한 재미가 있다. 극적인 역전 드라마와 치열한 대립을 빼놓을 수 없는 강렬한 캐릭터인 노무현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인물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노회찬이란 인물을 보여줌과 동시에 승리하지 못했던 적이 더 많고 승리한만큼의 권력을 누리지도 못한 진보 정치의 고된 길을 함께 보여주고 있는 것이 좋았다. 


대부분의 의석을 거대 여야가 나눠가지는 우리 나라 상황에서 군소 정당들은 이중고를 겪는다. 각자의 당을 어필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단일화에 동참하지 않았다가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당선을 시키거나, 혹은 미래에 투자하거나. 이 둘 중 하나의 목적에만 부합한다면 사표가 아니라는 노 의원의 말이 많이 회자됐으면 좋겠다. 물론 세상이 쉽게 바뀌진 않겠지만 매 번 그저 눈 앞의 승리만을 위해 투표한다면 양당의 핑퐁게임만 계속되지 않을까. 내년엔 큰 선거가 2개나 있다보니 과연 어떤 세상이 될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고 그렇다.



노회찬6411 The Man with High Hopes 

민환기 / 127분 / 다큐멘터리 / 한국 /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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