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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영 Sep 11. 2020

대장정의 시작

2019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Spring 여행 준비

대망의 2019년이 되었다.

올해 역시 봄, 여름, 가을 3 계절에 걸쳐 예술제가 열린다.


대부분의 섬과 전시 작품은 예술제 기간 내내 공개되지만, 어떤 작품은 일부 계절에만 전시되는 경우가 있어 예술제가 진행되는 섬도 계절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다. 우리의 목표는 당연히 가능한 많은 계절에 참여하는 것.


2019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공식 포스터 (출처: 공식홈페이지)




1) 항공권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당연히 항공권이다.

세토우치 예술제 일정의 허브가 되는 곳은 타카마츠시로, 공항이 있을 뿐 아니라 타카마츠항에서는 세토내해 지역 주요 섬으로 가는 배가 떠난다.

예술제가 열리는 주요 섬으로 가는 배편 지도 (출처 :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공식홈페이지)


서울에서 타카마츠로 취항하는 항공편은 아시아나와 에어서울 뿐인데, 아시아나 역시 에어서울 비행기로 공동운항을 하는지라 사실상 에어서울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에어서울에서 1년에 몇 번씩 여는 '사이다 특가'라는 할인 행사를 이용하여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특가 행사가 오픈되자마자 홈페이지는 다운되고 겨우 접속해도 최저가 티켓은 이미 다 팔린 뒤였지만

요리조리 남은 자리를 찾아 클릭한 끝에 5월과 8월, 2번의 세토우치 예술제 여행의 항공권 결제 완료! 항공권 비용은 둘이 합쳐 약 60만 원, 3박 4일 왕복 1회 티켓을 인당 15만 원 정도로 구했으니 나쁘진 않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항공권 쇼핑을 마치고 나니 벌써 입꼬리가 실룩실룩 움직인다. 마음은 이미 공항 가는 길.


2) 숙소

항공권은 여름까지 구해놓았지만 우선 숙소는 5월 여행 먼저 준비하기로 했다.


숙소를 정하기 위해선 어디를 갈 것인지를 정해야 하는데, 제일 먼저 생각난 곳은 '쇼도시마'(小豆島)였다. 세토우치 예술제가 열리는 여러 섬 중 가장 넓은 쇼도시마는 사실 3년 전 여행 때도 갔었지만, 당시 렌터카 섭외 실패로 인해 여행 계획이 엉키면서 그 커다란 섬을 거의 둘러보지 못하고 돌아왔다. 이번에는 제대로, 구석구석 돌아다녀보자 싶어 2박을 하기로 했다.


숙소는 당연히 3년 전 묵었던, 토노쇼항 인근에 위치한 오키도호텔(https://www.ohkido.com/en)

벽지에 배인 담배 냄새 때문에 한 시간씩 환기를 시켜야 흡연룸이었지만 모든 불만을 잊게 하는 창문 밖 토노쇼항의 풍경과, 하루 일정이 끝나면 피곤한 몸을 담그던 넓은 온천이 그리웠다.

항구를 바라보는 방 중에 금연룸이 있을 법도 한데, 내가 예약할 땐 왜 항상 흡연룸만 남아있는지.

남편이 지난 3년 간 삶은 달걀만 보면 얘기하던 오키도호텔의 소박한 아침 조식도 드디어 다시 먹을 수 있다. (조식 포함 트윈룸 2박 약 33000엔)


일본 여행 시 숙소 예약은 일본 숙박 예약사이트 자란(Jalan.net) 과 여러 숙박 예약 어플들, 그리고 숙소 홈페이지에서 직접 예약 시의 금액을 비교해서 저렴한 쪽을 고른다. 가끔 가격비교 사이트(혹은 어플)에 나오지 않는 공식 홈페이지 자체 프로모션도 있어서 두루두루 검색하고 예약한다.


대수롭지 않은 듯 쓰고 있지만, 사실은 어디에 숙소를 잡을지, 지역을 골랐으면 어떤 숙소를 고를지, 숙소를 골랐으면 어떤 구조의 방을 고를지까지 눈 밑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검색을 한다. 숙소에 대한 리뷰 정독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끈기와 치밀함을 공부에 썼어야 했는데...

하얀 건물이 오키도 호텔. 페리에서 내리자마자 1분 만에 체크인할 수 있는 최고의 입지
방에서 보이는 항구의 모습. 배가 오가고 사람과 자동차가 나가고 드는 모습만 봐도 시간이 잘 간다


남은 1박은 공항으로의 편한 이동을 위해 타카마츠에서 하기로 했다. 타카마츠의 숙박 역시, 3년 전에 묵었던 타카마츠 항구 바로 앞 JR호텔 클레멘토 타카마츠(https://www.jrclement.co.jp/takamatsu/kr) 로 가기로 했다. 타카마츠 기차역과 항구가 각각 도보 1분 거리에 있고 공항 리무진 출발지이자 종점이라는 편리한 입지가 장점인 곳이다. 호텔 공식 홈페이지에 온라인 프로모션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여 이 곳도 예약 완료(타카마츠성 방면, 조식 포함 트윈룸 1박 약 15000엔)

타카마츠성과 타카마츠항이 함께 보이는 객실. 숙소를 고를 때 탁 트인 시야는 포기할 수 없는 조건이다


공항행 리무진은 이 호텔에서 출발하여 타카마츠 기차역을 지나 비즈니스호텔이 많은 번화가 쪽으로 향하는데 번화가 근처 리무진 탑승장에서는 가끔 만석이 되어 다음 차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있는데, 타카마츠역에서 공항 리무진을 타려는데 혹시나 줄이 길다면 조금만 걸어서 클레멘토 호텔 입구로 오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3) 카가와현 쿠폰북

항공권과 호텔 예약이 끝났다면, 그다음으로 넘어갈 곳은 쿠폰북 신청이다.


처음 여행할 때 나오시마의 다양한 정보를 얻었던 카가와현 관광사무소 블로그(https://blog.naver.com/kagawalove)에서는 인천-타카마츠 왕복 항공권과 1박 이상의 카가와현 내 숙박 예약을 인증하면 카가와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북을 보내주는 이벤트를 연중 진행하고 있다.


타카마츠와 카가와현 관광 책자와 함께 발송되는 쿠폰북에는 타카마츠 공항에서 카가와현의 주요 도시(타카마츠, 마루가메 등)로 향하는 리무진 버스 왕복 티켓, 타카마츠에서 쇼도시마로 가는 페리 왕복 탑승권(단 고속정은 불가), 타카마츠시의 명소 리쓰린 공원 입장권 등이 포함되어 있다. 타카마츠 공항에서 리무진에 탑승하는 거의 대부분의 한국 여행객들은 이 쿠폰을 사용하는 것 같으니 잊지 말고 꼭 신청하여 수령하시길. 주 1회 등기 발송 혹은 평일 근무시간 내 을지로입구역 사무실에 방문하여 받아볼 수 있다.


4) 렌터카

3년 전 렌터카로 쇼도시마를 한 바퀴 휙 돌아볼 생각에 호텔 체크인을 하며 물어보니 이미 모든 차는 출고 중이었다. 아무리 큰 섬이라도 육지에 비하면 교통수단이나 편의 시설이 충분하지 않고 렌터카 역시 그럴 텐데 호텔만 가면 금방 구하겠지 생각한 우리는 참으로 순진했고, 우리가 도착한 때는 2016 예술제의 마지막 주말이었으니 더더욱 차량이 있을 리 없었다. 그때와 같은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아, 태어나서 처음으로 전화로(!) 렌터카 예약을 시도했다.


공항을 포함해 타카마츠 시내에서의 렌트는 인터넷으로도 신청할 수 있었지만, 일정상 하루만 사용할 건데 렌탈료에 추가 금액을 더 들여 쇼도시마행 페리에 차를 싣고 넘어오는 건 비용도 시간도 아까웠다. 검색으로 쇼도시마 내 렌터카 업체를 찾아보니 업체수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게다가 모두 전화로만 예약을 받고 있어서, 결국 호텔 홈페이지에 소개된 '엔젤 렌터카'로 연락하기로 했다. 차량 수령과 반납을 모두 호텔에서 진행하면 되는 거라 제일 편리할 거 같았다. 일본어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전화 통화는 오랜만이고 혹시 상대방 얘기를 못 알아들어서 예약에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싶어 심장이 쿵쿵 뛰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차들이 모두 예약되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까지.


렌터카 사이트에 적힌 안내대로, 미리 대여 날짜, 사용시간, 희망 차종, 픽업 장소, 면책 가입 등의 조건을 정해 종이에 다 적어 넣고 사무실 영업 시작인 아침 9시에 맞춰 일본 국가번호 81부터 누르기 시작했다. '면책' 같은 낯선 단어들은 미리 몇 번 연습도 해보고 그랬는데 신호가 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떨리던지. 지금은 뭐라고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긴장 속에서 통화는 이어졌고 서로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며 전화를 끊었다. 예약 성공이다! (소형차 12시간 이용, 면책 보상금 포함 8600엔)


렌터카 회사에는 예약이 제대로 됐는지 다시 확인할 방법이 없어, 호텔로 메일을 보내 예약 전달이 제대로 됐는지 물었다. 호텔에서도 예약이 확인되었다는 회신이 왔다. 와, 이번엔 차를 구했구나.


호텔에선 렌터카 수령 및 반납에 대한 업무만 대행할 뿐, 예약은 업체와 직접 진행하게 되어 있어 일본어 회화가 가능한 경우에만 예약할 수 있는 제한이 있다. 그래서인지 오키도호텔 홈페이지에도 일본어 설정 시에만 렌터카 업체 안내 페이지가 보이고, 영어 설정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5) 예술제 패스포트

그리고 올해는 필요한 것이 또 하나가 있다.

올해 여행에서 항상 가지고 다닐, 세토우치 예술제 작품 감상 패스포트.

3년 전 여행 갔을 때 많은 여행객들이 아이디카드처럼 뭔가 걸고 다니는 것이 궁금해서 슬쩍슬쩍 훔쳐보니 수첩 같은 것에 예술작품을 볼 때마다 하나씩 스탬프를 찍고 있었다. 여기서 또다시 칭찬할 수밖에 없는 일본의 관광 노하우.


작품 감상 패스포트는 각 시즌별로도 구입 가능하고, 전 시즌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종류도 있다. 당연히 한 시즌 이상 방문할 계획이라면 3 시즌용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 이 여권이 있으면 유료 작품 중에 입장료 면제 혹은 할인을 받기도 하고, 주차 할인 등등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우리는 구입 가격 이상의 할인 혜택을 누렸기에 만족!


이로서 떠나기 위한 준비는 끝났다.

숙소 결정을 위한 큼직한 일정들만 정하고 세부 사항은 현지에 도착해서 정하기로 했다.




사실 예전의 나는, 집을 나서면서부터 귀국까지 모든 스케줄을 빽빽하게 다 짜 놓고 출발하는 사람이었다. 이동할 때 교통편은 플랜 A부터 C까지, 예약할 수 있는 모든 것은 한국에서 끝내기. 하지만 남편과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이런 나의 사전 준비가 다툼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리 짜 놓은 일정대로 되지 못했을 때 동행에게 잘못을 돌리거나, 감정이 상하는 전개로 간다는 걸 남편과의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남편과 연애하기 전까지 누군가와 함께 해외여행을 한 경험이 다섯 손가락을 넘지 않았고, 그나마 같이 다녀온 사람들도 돌아와서 바로 인연이 끊어진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다 저런 이유였지 않을까 싶다. 내가 하고 싶은 게 이만큼인데 그걸 못하면 다 누군가와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연애 시절 해외여행은 항상 같은 패턴이었다. 출발할 땐 기대감에 즐거웠다가, 정작 일정을 시작하자마자 서로 냉전 상태, 그러다 귀국하기 전에 화해. 다행히 우리는 첫 번째 여행 뒤에 헤어지지 않았고, 남편은 나와 두 번 이상 비행기를 탄 세상 유일한 사람이 되었다. 많은 시행착오와 대화를 거쳐 나는 예전보다 덜 준비하고 하루에 해야 할 일을 적게 만들려고 한다. 남편의 말대로 생각했던 걸 못하게 되는 것도 다 추억이고 경험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해외여행이라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요즘, 정말 모든 것이 그리운 추억이 되었다. 좋았던 추억을 남겨두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곳을 소개하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 여행기를 끝까지 다 써내고 나면, 다음 글을 쓸 수 있는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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