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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축적과 발산 Aug 01. 2022

엄마가 주식을 시작했다. 도망가자.

주식시장에서의 전조증상 (feat, 영원히 고통받는 삼촌과 이모부)

자연재해가 일어나기 직전에 동물들이 먼저 알아차리고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한다.

인간은 동물들의 행동이 재난의 전조증상이었다는 것을 재난이 일어난 후에 알 수 있다.

하지만 사건이 일어난 다음에 이를 해석하면 재난을 마치 예측할 수 있었던 사건으로 착각하게 되는데, 이 또한 인간의 비이성적인 행동의 한 가지 예라고 볼 수 있다.(사후확신편향이라고 한다.)


수억 명 이상의 인간에 의해 움직이는 금융시장에서 경제학자나 일명 전문가들이 특정 사건을 그저 숫자를 통해 정확히 예측하려 시도한다 것은 큰 오류와도 같다. (인간의 행동은 숫자로 예측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 또한 붕괴되기 전 까지는 언제 발을 빼야 하는지에 대한 완벽한 타이밍을 절대 알 수 없다.

시장은 그저 인간의 선택과 행동에 대한 결과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직장동료 김대리가 내일 저녁에 무얼 먹고 싶어 하는지는 우리도 모르고 김대리도 모른다.


하지만 재난이 일어나기 직전에 나타나는 동물들의 행동처럼 인간에 의해 움직이는 금융시장에서 나타나는 전조증상은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진화론을 기준으로 살펴보자면, 인간이란 동물은 수렵과 채집을 하던 원시시대 때부터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공동체를 이루며 생존해왔는데 무리에서 도태된 개체는 야생에서의 생존 확률이 낮아짐과 동시에 자손을 남기는 확률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따라서 원시의 야생 환경에서는 혼자가 아니라 공동체 즉,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생존의 측면에서 유리했다는 것이다.(원시시대에서 아웃사이더는 곧 죽음을 의미했을 것이다.)


무리로부터 추방되지 않기 위한 전략은 오래도록 유전되어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남아있는데, 바로 군중심리다.

우리가 다수에  반대되는 의견을 내거나 행동을 할 때 무의식적인 불안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주식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2008년 고등학생일 때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다.

당시에는 학생인지라 투자할 돈은 없었지만 매일매일 뉴스와 신문에 주가지수 폭락이라는 글자들이 대부분의 지면을 장식했던 것만큼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때 금융위기가 터지지 않았더라도 주식이라 하면 세상에 존재하는 악 중에서도 극악이라고 보일 만큼 암적인 존재로 인식되어 왔었다.(주식으로 패가망신시킬뻔한 삼촌, 이모부들의 예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이 대중에게 팽배해진 데에는 당연히 원인이 있다.


1990년 후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 형성된 닷컴 버블은 당시에 주식투자를 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인식을 가지게 할 만큼 IT 주식의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시기였다.

때문에 우리의 인생 선배였던 삼촌들은 당시 현재의 우리와 비슷한 나이에 똑같이 월급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며 '가즈아'를 외쳐댔을 것이다.

주변에서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번졌을 것이고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너도나도 불길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평생 상승할 것 같은 주가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고 삼촌들의 계좌는 새파랗게 물들었다.


이 스토리 상당히 낫 익지 않는가?

코로나 이후의 주식, 코인시장에서의 우리들의 심리와 전혀 다를 바 없다.

역사는 반복되고, 역사를 반복하는 건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도 머지않아 누군가의 삼촌이 되고 이모부가 될 것이다.


10여 년 전, 고등학생이던 내가 주식을 한다는 것에 극심한 우려를 표했던 엄마가 2021년 하반기에 주식을 시작했다는 소식은 나에게 있어서 쓰나미 적색경보와도 같았다.

나 또한 당시의 주가 상승 분위기에 취해 있었기에 시장의 온도가 얼마나 달궈졌는지에 대해서 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연과도 같은 이 소식을 계기로 나는 연일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는 주가지수 신고가, 신용 과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변에 주식이라는 단어와 전혀 매치되지 않던 사람들 대부분이 주식을 하고 있었단 걸 깨달았고 포지션을 축소해나가기 시작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역시 인간지표는 위대했다.

현재 엄마의 계좌는 평가손익 기준 마이너스이지만 나는 파도를 피했다.

마치 불효자처럼 보일 순 있지만 엄마는 돈을 잃은 대신 교훈을 얻었다. '소문난 잔치엔 먹을 것 없다'

하지만 수년 후 비슷한 상황이 재발한다면 대다수의 우리는 다시 망각한 채 똑같은 행동을 반복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인간의 행동은 숫자로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엉터리 모델을 바탕으로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이 숫자를 통해 펼치는 논리를 깡그리 무시하면 된다.

굳이 멀리 볼 필요도 없다. 주변을 둘러보시라.


부자들은 소수이다.

그렇다면 부자가 되기 위해 소수와 다수 중 어디에 편승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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