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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롱도로롱 Feb 26. 2024

당신은 원숭이와 유인원의 차이를 아는가?

진화심리학 이야기

정답은 꼬리다. 원숭이는 꼬리가 있는데 유인원은 꼬리가 없다. 아주 예전엔 모두 원숭이로 살다가 갈라져서 꼬리 없는 원숭이로 살다가 인간, 고릴라, 오랑우탄, 침팬지로 갈라졌다고 한다. 우리의 엉덩이 사이에 꼬리뼈가 짧아진 만큼 우린 좀 더 원숭이로부터 멀어졌다고 할 수 있다.


대학에서 '진화와 인간사회'라는 수업을 들었었다. 교양 과목을 채우기 위해 들었던 과목이었고 별다른 기대 없이 아주 큰 강의실에서 대충 듣게 될 예정이었다. 강의의 굵직한 주제는 진화 심리학이었는데, 적어도 이 이론 안에서 인간은 유인원, 원숭이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존재였다. 따라서 그 동물들의 사회를 분석함으로써 인간을 연구하고, 사회 변동을 진화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재미난 학문이었다. 교수님은 나이가 꽤 있으신 여성분이셨는데, 아주 거침없이 진화 심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섹스킹을 구글에 검색하면 나오는  시미켄(44세)

첫째로 충격적인 것은 '섹스킹'(실제로 하신 말)이라는 단어가 수업 내내 들렸다. 진화 심리학은 (물론 내가 이해한 범위에서) 모든 생물체들이 자신의 자손을 더 많이 남기는 쪽으로 진화해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교수님의 표현으로는 "섹스킹이 되기 위해 진화했다."로 변한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관습이나 일반적인 태도 등을 모두 이런 논리를 따라 설명하는 것이다. 나는 금세 진화 심리학에 매료되었다. 자극적인 단어 때문이 아니라, 그 '일관성' 때문이었다. 나는 모든 사회이론들이 소위 아다리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현상은 이렇게도 볼 수 있고, 저렇게도 볼 수 있는데 더 아다리가 잘 맞는 쪽이 우수한 이론이 되는 식이다.


가령 혼인을 할 때 여성은 남성의 경제적 수준을 더욱 중시하며, 남성은 여성의 외모를 중시한다는 주장을 보자. 이는 오늘날에도 통용되는지는 모르겠으나 사회적으로 꽤나 관행적인 현상이다. 이를 보고 혹자는 불평등하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조금 더 나아가면 남성이 여성을 노동시장에서 배제시키고 성적으로 억압하기 위해 만든 프로파간다라고 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내가 이 수업을 들었던 2018년에는 더욱 격렬하게 그러했다. 하지만 당시 교수님은 이런 현상을 '양육투자'라는 개념으로 접근했다. 동물이라면 암컷은 아이를 가지는 동안 먹이활동을 하기 어렵고, 적에게 노출되기도 쉽다. 따라서 암컷은 자신이 아이를 잉태하고 어린아이를 양육하는 동안 꾸준하게 먹이를 가져다줄 수컷을 원한다는 것이다. 수컷의 경우는 어떠한가. 진화심리학에서 인간은 일부다처로 설계된 동물이라(고환의 크기로 이를 측정한다) 일단 씨를 뿌리는 것만 중요하기 때문에, 건강한 여성이기만 하면 된다. 따라서 미적으로 아름답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건강함의 지표가 되는 것들이다.(붉은 입술, 맑은 피부 등등) 이런 설명은 진화심리학이 뭔가 정치적 이견 같은 '인간적인' 것들이 끼어들지 않고 아주 냉정하게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도구가 될 것 같다는 기대를 갖게 했다.


두 번째로 흥미로웠던 것은 진화심리학으로 가부장제의 역사를 설명한 것이다. 당시 사회 분위기상 가부장제라는 것은 타도해야 할 매우 나쁜 이론이었으며, 남성들이 여성을 억압하기 위해 만든 나쁜 발명품이라는 것이 대학 내에 통용되던 주장이었다. 하지만 교수님은 "나는 결혼 안 한 노처녀라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실제로 하신 말)라는 식으로 말하시며 가부장제가 탄생한 배경도 진화심리학적으로 설명했다.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의 엄마는 분명 아이를 낳은 그 여성이다. 하지만 아빠의 경우는 누군지 확실하지 않다. 그것이 성적으로 문란한 사회일수록 말이다. 때문에 수컷의 양육투자가 불확실해지고 오히려 자신의 여자형제의 자식(조카)은 확실하게 우리 집안의 유전자이기 때문에 조카에게 투자하는 경향이 커진다. 극단적으로 성적으로 문란한 사회에선 자기 자식보다도 조카에게 양육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즉, 태어난 아이가 자신의 자식임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 수컷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며 때문에 암컷의 성을 억압하는 쪽으로 진화해 왔다는 것이다. 이것이 정당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래서 그랬다는 것이다. 오늘날 사회는 일부일처이며 '부자확실성'역시 거의 갖춰져 있기 때문에 그런 억압은 정당화될 수도 없다는 것을 자명하게 알지만 우리는 어디까지나 인간을 원숭이와 동급으로 보는 진화심리학의 범위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재미난 장면 중에 하나가 인류의 미적 기준이 일률적이지 않다는 반박에 대한 답변이었다. 아프리카에 어느 곳에선 뚱뚱할수록 아름답다고 하는 부족도 있지 않느냐는 식이었다. 그분은 자신의 사진(교수님 얼굴)과 김태희의 사진을 동시에 띄워두고 "남학생들 어디에 눈이 가요?"라는 질문을 했다?! 그러면서 자기 사진에 눈이 가는 사람은 씨를 남길 수 없다고 말했다. 즉 다양한 취향은 물론 존재하지만 결과적으로 씨를 많이 남기는 쪽이 점차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쪽으로 진화하기 때문에 노인을 좋아하는 취향은 점차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었다. 상술한 뚱뚱한 여성을 미인으로 치는 사회역시 극단적으로 영양상태가 부족해서 뚱뚱한것이 더욱 미인으로 쳐주는 아주 예외적인 상황이라 했다. 그렇다면 너무너무 마른 아이돌을 최고의 미인으로 치는 것은 어떠한가. 교수님에 따르면 미디어가 욕구를 증폭시킬순 있지만 없는 욕구를 만들 수는 없다고 했다. 아마 그런 아이돌은 건강을 나타내는 지표들을 극단적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라 하며, 실제로 짝을 찾을때는 건강한 여성을 더 선호할 것이라 했다.


지금은 하도 오래되어 잘 기억이 나지 않으나 수업 내내 굉장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적절한 근거를 들어 이야기하셨던것 같다. 뭔가 갈등 같은 데서 벗어나서 과학자가 사회를 아주 냉정하게 분석하는 기분이었다. 전제부터 원숭이와 인간이 별반 다를 바 없다에서 출발하니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 테지만 재미난 이론이지 않은가? 심심하면 유튜브에서 유인원이 나오는 동영상을 한번 찾아보라, 특히나 손가락은 소름끼치도록 인간이랑 비슷해서 마치 탈을 뒤집어쓴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당신의 꼬리뼈는 우리도 어쩔 수 없는 원숭이임을 알려준다. 뜬금없지만 인간과 유인원에 대한 이러한 관계를 가지고 재미난 상상을 한 영화가 곧 개봉하기도 한다. 바로바로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이다. 전작들도 무척 재밌으니 꼭 보시길 바란다.  

https://youtu.be/LU7ujHmsc-s?si=EgqrqfBbCZEqHW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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