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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현 Sep 15. 2020

라오스 방비엥에서 이쁜 여학생과 함께 마약풍선

나의 아저씨 확인기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미니밴을 타고 5시간가량 달려 방비엥에 도착했다. 이곳은 한국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tvN이 이곳에서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을 촬영한 터라 도시 규모에 비해 꽤 유명해졌다. 미니밴에서 내리자마자 툭툭 드라이버가 1인당 2만킵(3천원가량) 내면 시내 중심지까지 데려다주겠다고 제안했다. 전 세계 배낭여행객은 그 운전자 제의를 수락해 툭툭에 올랐다. 나는 구글맵을 열어 여행자거리까지 거리를 환산했다. 대략 2.3km. 걸으면 40분가량 걸린다. 이에 걷기로 마음 먹고 터미널을 나왔다. 


동네 공터같은 터미널을 나오자마자 또 다른 툭툭 위에 두 여학생이 타고 있었다. 얼핏 봐도 한국인 대학생이었다. “얼마 내기로 했어요?” “1만킵(1천5백원가량)이요.” 담장 하나를 두고 툭툭 값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얼른 툭툭 위에 올랐다. 낯선 곳에서 만난 한국인인지라 반가웠다. 서로 간단하게 여행 정보를 주고 받는 사이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방비엔은 좁은 곳이니 또 만날겁니다.” 인사를 건네고 카카오톡으로 예약한 한인 숙소 주막으로 들어왔다. 


방비엔에는 한국인이 넘쳐났다. 루앙프라방에서 만난 민박집 주인이 “지금 방비엔은 낮에는 가평 저녁에는 홍대 클럽이에요”이라고 말할 정도다. 낮에 카약과 튜브를 타고 동굴도 함께 탐사한 같은 게스트하우스 숙박객들과 저녁에 비바펍이라는 클럽에 갔다. 우리 일행은 아일랜드, 독일, 미국, 인도네시아에서 온 여행객들과 어울려 술먹기 게임하며 정신없이 먹고 마셨다. 


전세계 여행객으로 붐비는 방비엥 사쿠라바

그런데 클럽에 있는 여행객마다 풍선을 입에 물고 다녔다. 그게 무엇인지 물었다. 마약 성분을 든 건 아니지만 풍선 안에 있는 기체를 흡입하면 기분이 좋아진단다. 겁이 많아 덴마크 크리스티나하운까지 가서 헤시시도 시도하지 못한 나였지만 마약이 아니라는 말에 1만킵을 내고 그 풍선을 입에 물었다. 그리고 한번에 흡입했다. 10초가량 황홀한 느낌에 기분이 붕떴다. 만취한 것처럼 기분이 좋지만 속은 편한 상태와 비슷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어깨를 툭 쳤다. 돌아보니 방비엔에 처음 온날 툭툭에서 만난 두 여학생이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내가 맞다고 했잖아. 그 아저씨 맞잖아.” 호들갑 떨면서 먼 타국에서 우연히 만난 친오빠 내지 친삼촌처럼 반가워했다. 그래서 함께 테이블에 앉아 한참 떠들었다. 난 우리 일행과 여학생 테이블을 오가야 했다. 


두 여학생 중 언니격인 친구는 누가봐도 이뻤다. 이에 태어날 때부터 주저함이라곤 타고나지 않은 서유럽 남자들이 여학생 근처에 모여들었다. 낯선 이들과 어울리는 긴장이 흥을 돋웠다. 술, 음악, 춤은 이 기분 좋은 긴장을 증폭시켰다. 그 여학생은 그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전세계 여행객이 뿜어내는 열기 속으로

그 여학생이 우리 테이블로 건너왔다. 그녀와 함께 있던 서유럽 여행객들은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그 여학생은 내 입에 물린 풍선을 가리키며 “그거 하고 싶은데 겁나요”라고 말했다. 난 풍선 하나를 가져와 건넸다. “별거 아니다. 한번 해봐라.” 그 여학생은 내 팔을 꽉 잡더니 그 풍선에 든 기체를 두차례에 나눠 흡입했다. 그 친구 왈 “15초가량 너무 좋아 어쩔 줄 모르겠어요.”


잠시 뒤 우리 일행이 사쿠라바로 이동해 2차 간다고 해서 나왔다. 워낙 좁다보니 사쿠라바에서도 그 여학생을 만났다. 역시 그 친구 옆에는 서양 남자애들로 들끓었다. 사쿠라바가 자정에 문을 닫자 3차 정글바에 간다고 해서 나는 일행을 뒤로 하고 숙소로 향했다. 그 바를 나갈 때 그 여학생에게 가서 귀에다 대고 소리 질렀다. “즐겁게 보내고 조심해서 귀가해.” 역시 난 아저씨다. 내가 뭐 보호자도 아니고. ㅍㅎㅎㅎ


숙소에 돌아와 샤워하다가 깨달았다. 나 그 여학생의 이름도 모른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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