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독립 (1)
며칠 전 강남역 한복판으로 이사했다. 싱글 침대와 식탁을 놓으면 꽉 차는 7평짜리 오피스텔이다. 누군가를 초대할 때 그걸 집들이나 홈파티라고 부르기에는 어딘가 쑥스러울 정도로 작은 크기다. 그렇다고 룸 파티나 파티 룸이라고 하면, 여기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별로 좋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손님을 모시게 되면 거기에 거창한 이름 같은 건 붙이지 않으려고 한다.
회사를 옮긴 이후로 2년 동안 10 to 11의 생활을 제법 규칙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그런데 이제 강남에서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광교에 살면서. 그러다 보니 회사를 제외하고는 일상이라고 부를 만한 게 사실 별로 없었다. 주말에는 완전히 방전된 기분으로 방에 처박혀 있거나, 친구들을 만나서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사실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나은 대안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기꺼이 집중할 수 있은 일을 찾고, 불안감 없이 그 일을 하기. 그리고 놀고 싶을 때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고 놀기. 그건 이직하기 전의 내가 바래 마지않던 두 가지였다. (지나간 연인을 흉보고 싶지 않지만, 그녀는 내가 늦은 시간까지 밖에서 술을 마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연애 기간 동안 친구들은 내가 어디 수감된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듯, 반복되면 금세 지루하고 이내 공허해진다. 최근 몇 개월동안은 뭐라도 좋으니 그게 뭐든 변화가 필요하다고 간절히 느꼈다. 그 마음의 키가 그간의 저축액과 지출, 서울의 월세와 전월세 전환율 같은 숫자 더미들을 훌쩍 넘어섰을 때, 난 홀린 듯이 저녁을 대충 때우고 회사 인근의 방을 보러 다녔다. 쉽지 않았다. 강남은 복잡하고, 좁고, 비쌌다.
(2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