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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yden Aug 16. 2018

인크레더블 2는 애들 영화가 아니다

바람직한 가정을 위해 부부에게 던지는 메시지

 <인크레더블 1>에서 돋보였던 이야기는 미스터 인크레더블의 화려한 부활이다. 모종의 음모로 히어로 직을 내려놓고 보험설계사가 되어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주인공 밥(Bob). 하지만 그에게 미스터 인크레더블이라는 히어로 네임을 되찾을 기회가 온다. 컨테이너 박스를 덤벨 삼아 들어 올리고, 열심히 뛰어서 허리 사이즈를 다시 줄이는 데 성공! 슈트 디자이너 에드나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슈트를 착용한 순간, 특별함을 숨기려 애썼던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화려한 영웅으로 다시 거듭난다. 초능력이 있는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멋지게 악당에 맞서는 그의 모습. 14년 전 개봉했던 영화의 이야기다.

인크레더블 1. 아기 잭잭은 엄마 손에 / 2004.12.15 개봉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최근 사회 변화의 큰 흐름 중 하나는 남성 중심으로 편향된 문화를 개선하려는 분위기가 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 인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가부장적인 가정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 남성 중심의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시각은 예전부터 존재했다. 1985년 등장한 백델 테스트라는 것이 있다. 백델 테스트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미국의 여성 만화가 엘리슨 벡델(Alison Bechdel)이 고안한 영화 성평등 테스트이다. 벡델 테스트를 통과하려면 ▷이름을 가진 여자가 두 명 이상 나올 것 ▷이들이 서로 대화할 것 ▷대화 내용에 남자와 관련된 것이 아닌 다른 내용이 있을 것 등 세 가지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벡델 테스트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차기작인 <인크레더블 2>는 최근 사회적 흐름에 응답하듯 백델 테스트를 만족했다는 점, 가부장적 가정 문화에 정면 배치되는 이야기를 들고 나온 점이 돋보인다. 최근 <신과 함께 2>, <미션 임파서블 : 폴 아웃> 등 다양한 영화가 스크린을 점유해가는 바람에 일찍 상영관을 내준 점은 퍽 아쉽다. 초능력을 가진 가족이 악당을 물리치는 ‘애들 영화’로만 보기에는 엄마와 아빠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빠 밥(Bob)의 심리가 그대로 드러난다 / 인크레더블 2

 우선 영화에서 주로 활약하는 주인공은 아빠가 아닌 엄마 헬렌(Helen, 일라스티 걸)이다. 헬렌이 활약하는 바깥세상에서는 더 이상 아빠 밥(Bob, 미스터 인크레더블)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에블린이라는 수석 기술자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그러는 동안 밥은 강제 육아 휴직 중. 아들의 숙제를 도와주고, 도통 잠들지 않는 갓난아이 막내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다. 아내가 밖에서 자신보다 더 나은 커리어를 인정받고 있다는 것에 대한 열등감은 덤. 굳이 덧붙이자면, 수석 기술자인 에블린 역시 여성이다. 이들의 대화는 주로 남성 이야기가 아닌 일 얘기로 이루어진다.

육아는 힘들어 / 인크레더블 2

 그렇다면 인크레더블 2가 보통의 히어로 영화와 달리 여성을 중심으로 내세우는 것으로 끝날까? 사실 영화에서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은 아빠 밥(Bob)의 심리적 갈등이다. 열등감과 맞물려 처음에는 ‘이깟 집안일쯤 히어로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지’라며 자신만만하며 시작했지만, 결국 “나도 아빠가 처음이라 그래!!!” 하며 소리를 치고 마는 부분은 어쩐지 처음 가부장적 문화를 벗어나는 현실 아빠들과 닮아 있다. 결국 밥이 가사의 숭고함을 인정하고, 밖에서 악당을 물리쳤던 것처럼 최선을 다해 집안을 돌보는 변화를 통해 영화는 메시지를 던진다. ‘밖에서 일하는 사람도, 가정을 돌보는 사람도 매일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어려움과 싸우는 히어로다.’ 영화는 결국 역할이 따로 나뉘어있지 않으며, 누가 무슨 일을 하든 가정의 파트너로서 서로를 존중해주는 모습으로 밥과 헬렌을 그려나간다.


 영화에서 뿐 아니라,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아빠들의 육아휴직이 늘어나고 전업주부를 하기도 하는 장면이 심심찮게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변화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를 아빠들과 사회가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변화하느냐 여부일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를 다룬 영화가 반갑다. 낡은 역할 놀이를 그만두고, 진정 서로를 존중하면서 건강한 가정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엄마 아빠가 꼭 봐야 하는 <인크레더블 2>는 애들 영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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