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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yden Oct 22. 2018

그래서 ‘바다’가 의미하는 게 뭔데?

순수를 깨고 한 뼘 더 성장해 나가는 소년의 이야기, <펭귄 하이웨이>

※ 영화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많은 관객들의 표정은 비슷했다. 하나같이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영화지?’라는 물음표가 가득한 표정. ‘아오야마의 동네에 펭귄이 나타나면서 시작된 평생 잊지 못할 모험을 담은 판타지 어드벤처’라는 설명이 전부인 영화 시놉시스만 보고 21세기의 토토로 같은 걸 기대하고 봤다가 배신당한 게 틀림없다.


 영화는 생각보다 난해하다. 또래에 비해 호기심과 탐구정신이 넘치는 11살 소년 아오야마. 무엇이든지 연구하고 기록한다. 그리고 청명한 여름 마을인 아오야마의 동네에 난데없이 나타난 펭귄 무리. 이렇게 독특한 현상을 놓칠 리 없는 아오야마는 펭귄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조사하고,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물방울 덩어리.. 이른바 '바다'를 발견한다.

'바다'를 관찰하는 아오야마와 친구들 / <펭귄 하이웨이>

 처음에 작은 물방울 덩어리로 시작된 바다는 점점 커지더니 마을을 위협하기에 이른다. 바다 안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는지 보기 위해 레고 탐사선을 띄워도 블랙홀에 걸린 것처럼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 사라진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마을을 위협할 정도로 커진 바다 안에 아오야마가 직접 들어가 이상한 세계를 터뜨리는 데 성공하고.. 영화는 없어진 줄 알았던 레고 탐사선을 클로즈업하며 끝난다. 이상한 펭귄들과 바다에 대한 정체는 밝혀지지 않은 채로 말이다. 이러니 영화가 물음표로 끝날 수밖에. 그래서 직접 바다가 무엇인지 나름의 답을 내려보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동네에 나타난 바다는 아오야마의 순수함 그 자체이다. 우선, '바다' 사건이 있기 전 아오야마는 꽤 호기심 강한 꼬맹이라고 해도 여느 또래와 다름없는 모습을 종종 보인다. 가령 커피가 쓰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하지만 바다를 터뜨리고 난 직후, 아오야마는 더 이상 커피가 쓰지 않다고 말한다. '바다' 가 터지고 순수함을 벗어나 한 뼘 성장하게 된 아오야마의 모습이다.


 이상하게도 바다와 교감하던 펭귄들과 그 펭귄들을 만들어내는 치과 누나. 그중 시름시름 앓던 어느 펭귄은 치료를 위해 동네 밖 동물 병원으로 지하철을 타고 나가다 증발하듯 사라지고, 치과 누나 역시 마찬가지로 아오야마와 동네 밖 바다로 지하철을 타고 나가다 시름시름 앓게 되어 결국 되돌아오고 만다. 조그마한 마을 밖을 벗어나지 못하는 아오야마의 세계관을 상징한다. 이처럼 '바다'는 마을 밖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두려움의 대상이었지만, 유레카라는 외침과 함께 무엇인가를 깨달은 아오야마는 결국 스스로 그것을 부수게 된다.

누나와 함께 펭귄을 타고! / <펭귄 하이웨이>

 유레카는 아오야마의 아빠가 내 준 수수께끼의 답과 비슷한 깨달음일 것이다. 세계를 손바닥만 한 주머니에 담으려면 주머니를 뒤집으면 되듯이, 마을을 위협하는 바다를 없애기 위해서는 밖에서 없앨 방법을 찾는 게 아니라 직접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 바다를 가르면 되는 것. '바다' 속 이상한 세계는 아오야마가 직접 대면하게 되면서 갈라지고,  소년의 현실 세계를 위협하던 소년의 세계는 사라진다. 한 뼘 더 성장하기 위해 관문을 뚫고 자라는 것과 비슷하다. 더불어 아오야마의 첫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누나는 바다가 없어짐과 함께 떠날 시간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그리고 바다가 없어진 자리에는 없어진 줄 알았던 레고 탐사선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펭귄이 다시 나타난 줄 알고 확인하러 갔다가 이를 발견한 아오야마. 탐사선의 발견은 성공적으로 한 뼘 성장한 아오야마의 귀환이자, 성장했음에도 여전히 마음 한편에 남아있는 아오야마의 순수함이다. 성장을 향한 좌충우돌 소년의 모험은 깊은 여운을 남긴 채 드디어 막을 내리게 된다.


 영화의 아쉬운 점이라면 역시 치과 누나의 가슴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아오야마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물론 그 나이 대 꼬맹이들이 충분히 호기심을 가질 만한 요소긴 하지만, 그런 점을 부각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아오야마의 성장기를 묘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장면이 많은 관객들에게 불편하게 다가왔다는 점에 비춰볼 때, 오히려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방해한 요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여기에 더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한 영화이기 때문에 평가는 갈리지만, 아오야마의 성장기와 '바다'의 정체에 관해 생각하면서 영화를 감상한다면 분명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영화인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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