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정글에 첫 발을 딛고 무거운 레이스백을 메고 달려 들어가던 때
"아...이게 뭐지..?"
평생 한 번도 보지도 못한 식물과 동물들이 여기 무슨일로 왔냐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만지지 말아야 하는 알록달록한 나무도 보여 잠깐의 호기심이 들었으나 사진도 찍지 않고
이내 주로만을 바라보고 달렸다.
정글에 함께 달리던 동료가 있었지만, 다치지 말고 조심히 달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었다.
아마존을 달리는 것은 길이 없는 정글 숲을 헤쳐가는 것 뿐 아니라,
아마존 강을 직접 수영해서 건너야 하는 구간도 있다.
그래서 방수팩은 필수로 챙겨야 하는 물품 중 하나다.
차가운 강물에 온 몸을 담궈야 하니 발이 성할 날이 있을까,
레이스 간 한 번도 신발을 벗어서 확인하지 못하고 찢겨져 있는 발만을 확인했을 뿐
수영을 하고 강 밖으로 나와 땅을 딛으면 찢어져있는 발의 통증이 온 신경에 전해져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차가운 강물에 혹시나 피라냐가 있을까 상처를 모두 동봉하고,
강을 건넜다. 피냄새를 맡고 피라냐들이 몰려든다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마존이라는 미지의 땅에 달리고 있음을 실감하게 하는 통증의 연속이었다.
이렇게까지 해서 아마존에 와야만 하는 이유도 있었기에
(미지의 세계에 발을 딛는다는게)두려웠지만,
(아마존을 달린다는 것을)두려워하지 않았다.
약 35km - 40km의 구간을 매일 달리고, 낭떠러지와 경사진 정글을 기어올라가는
일을 반복하다보니 너무나도 배가 고팠고, 매 순간 물을 마시고 싶었다.
달리고 난 후 경쟁이 끝났다 싶지만, 또 다른 경쟁이 시작된다.
좋은 자리에 먼저 해먹을 치는 사람이 다음 레이스도 잘 뛸 수 있다라는 것.
방수팩에 물건을 담았지만, 대부분의 물건이 젖어있기에 햇볕이 잘드는 곳에 이를 말려놓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한 코스를 달리면 보통 몇 천 칼로리가 소비되기 때문에
끼니를 거르면 건강에 큰 이상이 생긴다. 상처난 부위를 의약품으로 동봉하고, 빨래를
잘 말려 놓으면 그 날의 레이스는 끝난다. 레이스를 마무리하면 대략 오후 6시 쯤이 되고,
일찍 저녁을 먹고 동료들과 대회간 어땠는지 서로 컨디션을 체크하고 메디컬 팀에
건강 체크를 하러 갔다. 혼자 달렸지만, 이렇게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어 행복했다.
인생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전율의 시간, 아마존을 달리며 깨달았다.
혼자 나 자신만의 싸움을 하고 있다라고 여겼던 나는 혼자가 아님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