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 2일차
레이스 2일차, 아직까지 설레이는 마음과 정글에 대한 호기심으로
온 신경이 곤두서 있을 때였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뜨거운 물에 부어 팩킹된 식량을 먹고,
800칼로리도 넘는 에너지바를 먹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모든 선수들이 레이스 시작 전 몸 상태를 점검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이 날은 아침부터 레이스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오늘은 약 40km를 달립니다. 정글 지형으로 로프를 잡고 올라가는 경사 구간이
많이 있어 주의를 당부 드립니다."
새벽에 선 잠이 깬 사람들이 셜리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깬다.
레이스에 돌입하고, 다들 긴장한 눈빛이 역력하다.
렌턴에 의지한 채 정글을 달리고 있지만 언제 어떤 물체가 튀어날지 모른다라는
불안감과 울부짖는 아마존 원숭이로 인해 두려움이 더 커져만 간다.
"아.. 뭔가 나올 것 같다. 설마 주최측에서 서바이벌 게임도 아니고, 미리 조치를
해놓지 않았을까?"
나만의 착각이었다. 100미터 쯤 앞에 가던 칠레 선수 두 명이 나에게 뛰어와
갑자기 "몬스터"라고 외치는 것이었다. 함께 달리던 브라질 선수는 이전에
브라질 특수부대에서 근무한 친구였다.
잘 보이지 않았지만 어떤 동물이 우리를 노려보는 것만은 확실했다.
전직 특수부대원 친구는 외쳤다. "재구어! 재구어!"
아마존에서 진짜 재규어를 만나게 될 줄이야,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마존의 가장 상위 포식자라 불리며 수영, 나무오르기 등 아마존의 왕자라고
불리우며, 가끔 아마존 투어를 하는 경우에 재규어가 수영을 해서 따라와
총으로 사살한다는 이야기까지 들어 그 무서움이 증폭되었다.
우리 넷은 그야 말로 얼음장이 되었다. 본능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미리 챙겨왔던 사냥용 나이프를 들었다. 사실 이러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 이렇게 죽는 거구나, 그래도 후회는 없다."
두렵거나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이 신기했고, 재규어가 달려들면
어떻게 싸워야 할지만 머릿 속에 맴돌았다.
다들 혼비백산해 정신을 못차리고 있던 사이에 브라질 전직 특수부대 친구가
오랜 아마존 훈련으로 재규어를 많이 만나보았다고 했다.
재규어는 자신보다 몸집이 큰 상대에게 두려움을 느낀다라고 했다.
특수부대원이었던 친구는 커다란 동물 소리를 내며 가로로 우리의 몸집이 크게 보이게
했다. 노려보고 있는 재규어가 달려들었다면 우리는 더 이상 레이스를 진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날 레이스를 마치고 다른 선수들에게 재규어를 만났던 이야기를 했다.
"you're lucky guy!" 셜리가 말했다.
아...응...?!
실제로 아마존에서 재규어를 만나기는 무척 어렵다고 한다. 인기척이 들리면 그를 눈치채고
모두 나무위로 숨거나 도망간다고 한다. 본의아니게 우리 넷은 재규어를 만난 행운의 선수가
되었던 것이고, 이러한 행운의 신이 우릴 따라주었는지 아무런 이상없이 완주할 수 있었다.
그 날 저녁 해먹을 치고 잠이 들면서 오늘 있었던 사건을 머릿 속에서 정리했다.
오늘 내 인생이 그냥 끝났을 수도 있을 생각과 또 다른 내일이 있다는 안도감에
머릿 속이 복잡했다. 다음 날 있을 레이스를 위해 이른 저녁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