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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종 Dec 12. 2019

아마존 ,나 자신과의 싸움




대회 3일차, 간 밤에 아무런 뒤척임없이 깊은 잠을 자고,

새벽 4시 30분이 되자 눈이 반사적으로 떠졌다.

아침이 되자 서로 컨디션을 체크하며 오늘의 주로를 확인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며 아침을 먹다가 포기를 하는 선수도 있었다.








새벽에 아침을 먹는 중에 나 또한 위기가 찾아왔다.

평소와 같이 압축형 식량을 먹고, 가그린을 하던 도중에 갑자기 엄청나게 열이

나는 것이었다. 놀란 마음에 의무대로 뛰어가 갑자기 심장이 너무 급격하게 뛰고

몸이 좋지 않다라고 설명하니, 2알의 알약을 받았다.

이 약을 먹으면 오늘 대회는 달릴 수 없다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오늘은 42km 구간, 평지가 많은 구간으로 그리 난이도가 높지 않음에도 

약을 먹고 뛰면 최악의 경우 죽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머릿 속이 하얘졌고, 잠시 정신이 멍했다. 












달리기를 하며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을 돌이켜 보았다. 

2014년 6월 기말고사를 보던 대학교 3학년, 밤을 새어 공부하던 시기에 

마라톤 선수에게 달리기를 배울 수 있는 이벤트에 지원하여 합격한 상태였다.

당시 너무나도 잠을 못 자 힘이 든 상태에서 달리다보니 전속력으로 뛰고

코피가 한동안 멈추지 않았던 기억이 났다.









정신을 가다듬고 오늘 달려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전에

이 약을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고민했다.

다행히 함께 달리던 동료에게 이런 상황을 설명했고,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앰뷸런스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뛰는 구간은 평지여서 그렇게 힘들지 않았지만,

내내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았다. 














"계속 달리다가 쓰러지면 어쩌지?" 쓰러져 본 적 한 번도 없는데..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달리던 중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아  정말 포기해야 하는 걸까" 달리면서 이런 고통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살면서 포기하면 안되지만 포기해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정글을 달리던 그 때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아침에 메디컬 팀에 간 시간부터 장비를 챙기고 달리는 준비를 하며 달리는 그 순간까지

몇 만 번을 고민했는지 모른다. 맞다, 포기할 때가 아니다.











달리면서 몸이 점차 호전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을 이 때부터 믿는다.










살아가면서 되지 않을 것만 같은 일을 억지로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남들이 볼 때 포기가 빠르다고 보일지 모른다. 

"도전"이라는 것도 내 역량이 가진 한계까지 해보는 것이며, 

그 이상의 결과에 대해서는 내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이다.











순리에 어긋나게 행동하며 거스르겠다고 하더라도 해결되지 않는 일이기에 

나 자신의 신념과 철학에 기반한 선택을 믿고 존중한다.

나의 의지가 허락하는 한 끝까지 하는 것을 인생의 신조로 삼았다.

아마존을 달리던 그 날,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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