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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종 Dec 26. 2019

아마존 정글무박 2일, 140km

아마존에서 깨달은 교훈






아마존 정글 레이스의 꽃이라고 하면 다섯째 날의 무박 레이스이다.

넷째 날까지 30-40km 정도를 달리는 구간은 말 그대로 없는 길을

만들어서 가는 정글을 헤쳐가야한다. 

예고없이 정글의 위험을 온 몸으로 맞서며 달려야 하는 구간이며,

이 구간에서 선수들 간의 동료애가 발휘가 된다.









이 구간이 지나면 무박 2일의 140km를 달리는 구간이 있다.

넷째 날까지는 엄청난 경사를 기다시피 올라가는 구간도 있지만 

수영을 해야하는 구간 이외엔 평지로 되어있다. 

주최 측의 배려인 듯하다.

하지만, 140이라는 숫자가 주는 정신적, 육체적 압박감이 컸던 것일까.

이 구간에서 가장 많은 선수들이 포기했다.






넷째 날까지는 290km 부문에 참가하는 선수와 135km 부문에 참여하는

선수들이 동시에 달린다. 험한 정글을 헤쳐나가야 하기 때문에 서로를 경쟁 상대라고 생각하기보다 함께 동고동락하는 사이가 되며 평생지기 동료가 생기기도 한다.




함께 페이스를 맞추어 달리던 영국 선수 둘이 있었다.

이 두 선수는 신혼여행을 아마존 레이스로 선택한 커플이었다.

이들에 비하면 나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 두 선수와 친해질 수 있었던 계기이자 사건이 있었다.

페이스가 맞아 우연히 함께 달리며 신나게 대화를 하던 중에 

 여자 선수가 또아리 튼 뱀을 밟는 일이 발생했다.

우리가 서있는 구간은 체크포인트에서 10km는 더 뛰어온 곳이었고,

인적이 드문 정글에서 스탭도 없던 곳이었다.

60km를 이상 달려온 터라 정신적으로 압박감이 들었지만, 이 두 선수를 두고 갈 수 없었다.






온 몸이 젖어있었고, 정신적으로 한계가 찾아왔음에도 

완주라는 결과보다 함께 달리는 선수들가 중요하다라고 생각했다.

머릿 속에서는 완주하지 못하고 한국에 귀국하는 내 모습이 머릿 속을 스쳐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10km 전 지점의 체크 포인트로 뛰어갔다.

 뱀에 물린 상황을 설명했고, 메디컬 팀에서 앰뷸런스를 대동해왔다.



아마존을 달리다.






평생 나를 생명의 은인이라며 눈시울이 붉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때부터 였던 것 같다. 누군가를 이유없이 도와준다는 건 단순히 

상대를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도 이것이

바람직한 행동이었다.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그대로 두고 달려가기엔 너무나도 급박한

상황이었고, 이 때문에 완주라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마존 정글의 두 갈림길에서 고민하지 않고 선택했다.

 이 때 메디컬 팀에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선수가 사망에 이를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서야 듣게 되었다.







무박 2일, 140km를 달리는 구간에서 인생의 교훈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외국 생활을 하며 내가 지켜나가야 할 신념과 정신적인 가치도

얻을 수 있었다. 신념을 가지고 이타적으로 행동했었던것이 내 인생의

가장 큰 자산이 되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아마존 마라톤보다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들어 할 

시간이 다가올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과 시간에 놓여질 것이다.

매일 새벽 일어나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어떤 일을 겪더라도 변하지

않는 신념과 정신적인 가치가 있다면 어떤 상황이 와도 이겨낼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아마존 마라톤은 세상과 마주하는 교훈을 알려준 

인생의 가장 의미있는 시간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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