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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돌리 Apr 26. 2023

13. 자기소개서는 미리 준비해야 잘 써집니다 (1)

축적의 시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지금까지 거의 대부분의 자기소개서 문항을 다 만나봤어요. [문제 해결 경험], [장점 및 역량], [성장 과정], [지원 동기], [향후 계획], [사회 이슈]의 범위를 벗어나는 질문은 저는 아직까지 못 봤습니다. 각 문항별로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도 알아봤어요. 세부 전략은 조금씩 달라도 한 줄 요약은 결국 “자문자답을 잘하자“입니다. 내가 쓰고 다시 읽고 또 고쳐도 여전히 보이는 빈틈을 채우는 작업을 서류 접수 마감일까지 반복하면 됩니다. 어떻게든 “괜찮게 대답한” 자기소개서 한 편은 만들어집니다. 이제 자소서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을 갖게 되셨다면 충분합니다.


 

 흑흑 그런데 충분함으로는 부족해요. 이곳은 고수들의 무대입니다. 재야의 전쟁터에서 살아남는 사람들은 전투 몇 판 이겼다고 우쭐대지 않습니다.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는 그들이 과연 남들과 똑같이 주어진 공고 기간 동안에만 칼을 갈았을까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 순간을 기다렸을 거예요. 스토리를 차곡차곡 쌓아놓고, 나만의 결을 찾아내고, 발견한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채우면서 때가 오길 바라고 있었을 겁니다. 당연히 싸울 상대도 파악해놨겠죠. 전망이 있는 회사, 나의 실력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는 회사(혹은 실력보다 더 많이 우대해 줄 것 같은 회사), 내가 하고 싶은 직무가 잘 자리 잡혀 있는 회사, 나의 성향과 어울리는 조직 문화를 갖고 있는 회사, 내가 가진 역량을 되도록 일찍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회사, 언젠가는 내가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 같은 튼튼한 회사 등을 아주 오래전부터 지켜보면서요. 마치 투자자의 마음으로.



괜찮은 자소서는 사실 충분하지 않습니다. 탁월해야 합격합니다.


 취업도 ‘시간’이라는 자원을 투자하는 행위입니다. 그렇다면 투자처를 제대로 찾는 것 역시 공부가 필요해요. 리셀용 신발, 파인 다이닝, 화장품, 힙한 카페를 찾으려고 하루 일정 시간을 소비하는 우리는 왜 그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회사를 고를 때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서류 난사’를 할까요. 저 멀리서 조준 후 격발하는 경쟁자들에게 헤드샷을 허용하면서 말이죠. 어렵게 완성한 한 편의 자기소개서를 복사+붙여넣기 하는 건 그래서 스스로 초식동물이 되는 길입니다. 그리고 보통 이렇게 한 회사의 입사 경쟁률 '허수' 역할을 하는 분들은 다른 회사에서도 탈락 통보를 받습니다.



 학점을 관리하고 NCS, 인적성 같은 필기시험을 공부하는 것처럼, 자기소개서'도' 준비할수록 더 잘 쓸 수 있는 글입니다. 준비 기간은 길면 길수록 좋습니다. 역대 합격 자소서를 달달 외워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건 이미 잘 알고 계시겠죠? 매년 출제하는 문항이 똑같아도, 그래서 비슷한 답변들이 쏟아지는 서류 속에서도 회사는 진주를 발견해 냅니다. 끊임없는 자가복제로 욕을 먹어도 방송사들의 시청률을 견인하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생각해 보면 됩니다. 슈퍼스타 K, 쇼미더머니, 미스트롯, 미스터트 모두 최종 승자들은 결국 자신만의 차이점 어필에 성공한 사람입니다. (꼭 우승자가 아니어도 국힙은 이찬혁인 되어 버린 것처럼요) 크게 바뀌지 않는 형식 속에서도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은 매년 새로운 스타일의 스타를 만들어냅니다. 노래 진짜 잘하는 사람, 랩 진짜 잘하는 사람은 차고 넘칩니다. 다들 얼마나 준비하고 나왔겠어요. 기본을 갖춘 실력자들 사이에서 독특함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더 오랜 시간 동안 갈고닦아야 합니다. 빵틀에서 찍어낸 것 같은 기업들의 채용 절차를 통해서도 가능성과 실력이 출중한 인재가 끝내는 발굴된다는 것 역시도 오래전부터 준비된 사람만이 이길 수 있다는 뜻일 겁니다.



 다음의 세 가지가 미리 준비되어 있는 자기소개서는 더 쉽고, 깊게, 잘 써집니다.


 ① 글감 모으기

 ② 표현력 넓히기

 ③ 직무/회사 고르기


 글감을 미리 모으는 것만큼 취업과 이직을 위해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습관은 없습니다. 소재를 모으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경험의 순간에 충실하고. 그 일을 통과할 때의 내 감정을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해 둔다.(되도록 글의 형태면 좋지만, 사진으로 찍어놔도 상관은 없다.) 그리고 가끔 기록들을 다시 훑어본다. 끝입니다. 너무나도 사소하고 귀찮은 작업이지만, 얼기설기 만들어진 임시 포트폴리오가 여러분을 분명히 해방시킵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은 특히 미리 어딘가에 옮겨두세요. 표현력을 높여줍니다. 꼭 책을 많이 읽지 않아도 됩니다. 주변에서 들리는 인상적인 말귀를 메모장에 적어두세요. 게임 중에 상대 플레이어가 물어보는 신박한 가족 안부도 탄복할만한 발상이면 로직을 배워두세요. (되도록 그대로 써먹지는 맙시다.) 예능, 유튜브 영상에서 깔아놓은 자막도 내 표현력을 넓혀주는 훌륭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구사할 수 있는 문장만 많아져도 회사마다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표현하는 자기소개서 작성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쓸 수 있는 무기가 많을수록 더 많은 기업에 더 정확한 글로 나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자기소개서도 미리 준비해야 더 잘 씁니다.


 직무도 그리고 회사도 미리 골라두세요. 근로자가 자신의 시간을 투자한 회사에서 수확하는 것은 커리어입니다. 나머지는 부차적인 것이거나 나의 통제 밖의 일입니다. 월급, 성과급, 이들을 모아서 산 실물 자산, 금융 자산, 자산처럼 보이는 자동차, 연봉과 회사 네임 벨류가 주는 사회적/경제적 지위 등등은 일터에서 얻어내는 수확물 같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주식의 배당금, 채권의 이자 같은 개념입니다. 배당을 많이 주고 이자를 많이 쳐주면 당연히 좋지만, 중요한 건 자산 자체의 가치가 성장해야 하는 거죠. 근로자가 삶의 일정 시간을 회사에 투자해서 회수해야 하는 수익은 점차 커지고 무거워지는 직무 경험입니다. 그 시작을 결정하는 일을 가볍게 여기지 마세요.



 합격을 하기 위한 자기소개서는 당장 요리조리 덕지덕지 붙여서 만들어낸 화려한 문장들이 아니라, 첫 문장에서부터 회사와 핀트가 맞아떨어지는 정제된 글입니다. 다음 글에서부터는 아무나 쓸 수 없는, 나만 할 수 있는 자기소개서를 준비하는 방법에 대해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세 가지 방법(글감 모으기, 표현력 넓히기, 직무/회사 고르기)을 자세히 알아가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Intro. 자기소개서 쓰기는 사실 재밌습니다.

1. 자기소개서는 정치적인 글입니다.

2. 자기소개서는 면접까지 가기 위한 수단입니다.

3. 자기소개서는 컨셉이 분명해야 합니다 (1) - 스케치하기

4. 자기소개서는 컨셉이 분명해야 합니다 (2) - 지우기

5. 자기소개서는 컨셉이 분명해야 합니다 (3) - 색칠하기

6.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1) - 자소서용 에피소드

7.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2) - 문제 해결 경험

8.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3) - 장점 및 역량

9.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4) - 성장 과정

10.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5) - 지원 동기

11.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6) - 향후 계획

12.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7) - 사회 이슈



#컨설팅 문의는 여기로 주세요. (Kakao)

#자기소개서 작성법을 영상으로도 남겼습니다.(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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