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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돌리 May 20. 2023

15. 자기소개서는 미리 준비해야 잘 써집니다 (3)

직무 고르기 1 - 준비하는 사람들 (연구/개발)

 일은 보통 하기 싫습니다. 되도록 내 일이 아니었으면 싶죠. 그래서 미루고, 또 미룹니다. 그러다 보면 성질 급한 동료가 대신 가져가 주기도 하고, 어물쩍 옆 팀으로 넘어가기도 해요. 이상하게도 그레이 영역, 아무나 해도 될 것 같은 일을 서로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신경전을 벌입니다. 사수와 부사수 사이에서도, 팀과 팀 사이에도 어떻게든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샅바 싸움에서 이기는 쪽은 대부분 고유의 업무 영역이 있는 쪽입니다.



 “그래 너는 그 일을 하는 게 맞지”라고 인정하는 그 순간부터 곁가지의 일들은 특수성이 옅은 부서나 포지션이 애매한 직원이 가져가게 됩니다. 여기가 암묵적으로, 그리고 일반적으로 직무를 나누는 구분선입니다. 그렇게 정해진 영역은 보통 서로 침범하지 않아요. 침범할 수도 없습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직무 구분의 시작은 '너와! 나의! 연결! 끊기!'입니다.


 이번 글에서 다루려고 하는 고유의 영역은 ”연구와 개발“입니다. 이 단어에서 친근함과 자신감이 느껴진다면 곧장 시작해도 부담이 없는 직무라는 뜻일 거예요. 반면에 엄두도 나지 않는다면, 아쉽게도 여러분은 그 선 밖에 계신 겁니다. 좀 애매하다 하신 분들도 있겠죠. 내가 그 선을 넘은 건지, 넘을 건지, 밖에 있을 건지를 결정하려면 적어도 연구와 개발을 하는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고 있어야 하니까, 도움을 드릴게요.



 연구/개발 직군이 하는 일의 어딘가에는 보통 이런 단어들이 들어갑니다.

설계, 재료, 소자, 요소, 기술, 시험, 분석, 평가, 시뮬레이션, R&D, 특허, 선행, 인공지능, 빅데이터,,,

 거리감이 느껴지나요? 아니면 기시감이 드나요? 혹시라도 거리감이 느껴지는 이유가 아직 무슨 일을 하는 건지 잘 몰라서일 수도 있으니, 좀 더 가까워져 봅시다.



  연구와 개발은 특정한 공부를 한 사람들이 맡을 수 있는 특수한 일들의 총체입니다. 이쪽 동네는 특히나 한 분야의 전문가가 옆 분야 전문가의 영역에 함부로 입을 대지 못합니다. 그리고 보통은 ‘가방끈’이 길어요. ‘석사는 기본, 박사는 선택’은 아마 이공계 쪽으로 공부하신 분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으신 불문율입니다. 가방끈이 길수록 “나만의 영역”은 분명해지지만, 또 내 공부가 힘들었던 만큼 “남의 영역”에 손 대기에는 스스로도 부담스러워집니다.



 무슨 업종에는 어떤 전공 출신의 연구자가 많이 진출하는지와 같은 민감한 부분은 말씀드리지 않을게요. 그렇지만 ‘회사의 과학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징에 대해서는 최대한 정리해 드릴게요. 이공계를 전공으로 하신 분들 중에 남들보다 더 많이 공부하신 이 분들은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입니다.



연구/개발 직무는 미래를 준비하는 전문가 집단입니다.
쌓아온 지식으로 초석도 쌓습니다. 


 연구하고 개발하는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냅니다. 좀 더 정확하게는 아이디어가 살아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을 찾아내는 일을 해요. 아이디어는 누구나 낼 수 있는데요, 그 생각들이 모두 현실화되지는 못합니다. 제품을 연구하고 서비스를 개발하는 이유는 그 생각들이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모든 제품과 서비스는 ‘개발’의 단계를 거칩니다. 그리고 개발 단계에 있는 아이디어는 면죄부를 갖습니다. 용서받는 범위도 꽤 넓어요. Cost가 비싸도, 양산이 어려워도, 시장이 작아도 개발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으면 그래도 일단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요. 왜냐하면 이 아이디어가 말이 되는 생각인지는 한 번은 만들어봐야 하거든요. 그래서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일은 ‘단기적으로는’ 사업성과는 살짝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당장의 이윤보다는 먼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하는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초장부터 사업성까지 따지고 들어가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훨씬 더 좁았겠죠.



 아니 아직도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없다고? 싶은 상상 속 문명의 이기들은 수두룩 합니다. 그만큼 지금 우리를 놀라게 하는 수많은 제품들은 아주, 아주, 아주 오래전부터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합니다. 스마트폰도, 심지어 접고 다니는 스마트폰도, 배터리로 달리는 자동차도, 소설도 줄줄 써내는 AI도 쌓이는 기초 연구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성과입니다. 아마 갓 탄생한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을지도 몰라요.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의 연구원들부터 차곡차곡 준비한 것들이 시간이 흐르고 여러 가지 조건의 변화로 인해 어느 순간  드디어 인정받는 걸 보면 연구/개발 직무는 느리지만 확실한 변화에 종사하는 일이 분명해요.



 ‘준비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제품과 서비스의 근본을 다룹니다. 재료, 요소 기술, 특허와 같은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언젠가는 쓰일 ‘기초 체력’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들의 일은 양산과 사업화 직전 단계까지 이어집니다. ‘준비하는 사람들’도 크게 세 부류로 나뉩니다.  


 1) 기초를 쌓는 사람들

 2) 만들고 검증해 보는 사람들

 3) 기획하고 관리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모여서 내리는 결론은 결국 ‘이대로 만들면 됩니다.’라는 최종 컨펌입니다. 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는 것은 무거우면서도 엄청난 일입니다. 이 분들이 없으면 세상에는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아요! 멋지지 않나요.



 그래서 각자 가지고 있는 사명감들이 있습니다. 아마 연구/개발 분야를 생각 중이신 분들이 애용할 수 있는 문구들이지 않을까 싶어요.


[1단계 - 기초를 쌓는 사람들]

- 기술 Leadership 개발을 통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고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기여한다.  

- 신규 Infra 구축을 통해 신기술/요소기술 트렌드에 적기 대응하여 사전 경쟁력을 확보한다.

- 외부 기술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필요시 내재화하여 미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신사업 기회를 발굴한다.


[2단계 - 만들고 검증해 보는 사람들]

 - 연구/개발/양산 단계별 규격 적합성을 사전에 검증하고, Guide, 인증 취득 및 사후 관리 업무를 수행하여 판매 국가 규격을 취득하고, 규제를 준수할 수 있도록 한다.

 - 예측 Modeling 및 Simulation을 통해 이슈를 조기 검출하고 개발 일정을 달성하여 R&D 효율성과 완성도를 향상한다.

 - 최적의 설계를 통해 Cost 및 품질 경쟁력 확보한다.


[3단계 - 기획하고 관리하는 사람들]

 - 미래 준비를 위한 R&D Portfolio 전략을 수립한다.

 - 체계적인 PJT , Issue 관리 및 효율적인 QCD 관리를 통하여 성과 극대화에 기여한다

 - R&D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여 기술 경쟁력을 극대화한다.

 - 연구 개발 조직의 HR 및 제반 사항을 운영하고 관리한다.

 -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 재산권) 전략을 수립하고 IP Risk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기술 자유도를 확보한다.



 아이디어로 미래를 그리고 싶으신가요? 생각보다 오르막길이고, 예상보다 난관이 있어도 ‘나의 전문성‘으로 세상을 바꾸는 단단한 퍼즐 한 조각을 만들고 싶으시다면, 연구/개발 직무에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기여도가 남다릅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Intro. 자기소개서 쓰기는 사실 재밌습니다.

1. 자기소개서는 정치적인 글입니다.

2. 자기소개서는 면접까지 가기 위한 수단입니다.

3. 자기소개서는 컨셉이 분명해야 합니다 (1) - 스케치하기

4. 자기소개서는 컨셉이 분명해야 합니다 (2) - 지우기

5. 자기소개서는 컨셉이 분명해야 합니다 (3) - 색칠하기

6.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1) - 자소서용 에피소드

7.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2) - 문제 해결 경험

8.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3) - 장점 및 역량

9.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4) - 성장 과정

10.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5) - 지원 동기

11.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6) - 향후 계획

12.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7) - 사회 이슈

13. 자기소개서는 미리 준비해야 잘 써집니다 (1) - 축적의 시간

14. 자기소개서는 미리 준비해야 잘 써집니다 (2) - 직무 고르기


#컨설팅 문의는 여기로 주세요. (Kakao)

#자기소개서 작성법을 영상으로도 남겼습니다.(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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