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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바 Jul 01. 2022

주식시장이 패닉에 빠진 이유

중국 증시가 코로나19 완화와 경기부양책의 힘으로 5월 중순부터 6월 말까지 강력한 랠리를 펼치는 사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대다수의 주식시장은 6월 초부터 박살이 나고 있는 상황이다.


어쩌다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있었던 일련의 상황들을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 2022년 5월 말 - 6월 초 경제지표 이벤트 ]


- 스페인 5월 인플레이션 잠정기록이 전월기록 및 예상치 대비 상승 (5/30)

- 독일 5월 인플레이션 잠정기록이 전월기록 및 예상치 대비 상승(5/30)

- 프랑스 5월 인플레이션 잠정기록이 전월기록 및 예상치 대비 상승(5/31)

- 유럽 5월 인플레이션 잠정기록이 전월기록 및 예상치 대비 상승(5/31)


- 바이든 대통령 - 파월 연준의장 회동 (6/1)

- 한국 5월 인플레이션 전월기록 및 예상치 대비 상승(6/3)

- 인플레이션을 가지고 거래하는 픽싱 트레이더들은 앞으로 5개월간 8.5%가 넘는 인플레이션 수치 예상 (6/8)

- 백악관 높은 인플레이션을 볼 수 있다는 밑밥 깔기 발표(6/8)


- 미국에서 실제로 높은 인플레이션 발생 (6/10)

- 미국 미시건대가 조사하는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 급등 (6/10)

- 미국 연준, 월스트리트 저널을 통한 빅스텝 가능성 의도적 노출 (6/13)

- FOMC 빅스텝 발생 (6/16)




일전에 몇번 이야기했듯 올해 상반기 투자자들이 가졌던 희망은 인플레이션이 상반기 중에 완화되고, 연준의 긴축이 적당한 선에서 끝나리라는 시나리오였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 러시아에서 발생한 전쟁과 중국에서 발발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오히려 인플레이션 상승에 더 불을 붙여버리자 시장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 바로 5월부터 시작된 급락 장세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4월, 5월 인플레이션 지표는 시장 참여자들의 예상보다 훨씬 높았고, 작금의 인플레이션이 단순히 연준이 긴축을 하므로써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그 책임을 연준에게 떠넘기므로써 연준은 이제 경제가 어찌되었던 간에 인플레이션을 때려잡아야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는 것을 시장 참여자들이 깨닫기 시작하자 주식시장이 연일 추풍낙엽처럼 휩쓸려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월 연준의 기준금리 빅스텝(75bp)이 발생한 이후,


경기침체 징후가 보이기 시작하고 기업들의 재고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과 경기침체 우려로 인한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시장은 이번에야 말로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증거가 나올 것이라는 희망을 갖기 시작했던 결과 6월 중순부터 지난주 금요일까지 있었던 2022년 상반기 마지막 단기 랠리가 발생을 했다.(미국 시장에서만...)


그런데 그런 희망도 잠시였을 뿐, 이번주부터 시장에 다시 심각현 흉조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 현재 상황 ]


- 픽싱 트레이더 앞으로 4개월간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 예상중 (6/17)

- 스페인 6월 인플레이션 잠정기록 역대 최고치 발생 (6/29)

- 독일 인플레이션 예상 밖 하락 (6/29, 단, 정부 보조금 덕분에 낮아진 것으로 추정)

- 프랑스 6월 인플레이션 잠정기록 역대 최고치 발생 (6/30)




일단 이번주에 나타난 유럽 주요 경제 대국들의 인플레이션 조사 결과, 6월 인플레이션 기록은 오히려 더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럽 경제 대국들의 인플레이션이 높다면, 유럽연합 전체의 인플레이션도 높게 나올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유럽 또한 7월 기준금리 인상을 기존 예고치인 0.25% 인상이 아닌 0.5% 이상의 인상을 진행해야 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유럽 뿐만 아니라 한국이나 아시아의 6월 인플레이션이 높다면, 미국의 6월 인플레이션 지표도 안심할 수 없다. 연준의 일부 위원들은 벌써부터 7월 FOMC에서도 빅스텝(0.75% 인상)을 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던지고 있다.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 수치가 더 강한 긴축으로 이어지고, 더 강한 긴축이 엄청난 유동성 압박을 가하는 현상이 발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FOMC)까지 남은 가장 중요한 이벤트들은 다음과 같다.




[ 경제지표 대기 이벤트 ]


- 유럽 6월 인플레이션 잠정기록 (7/1, 금요일 밤)

- 한국 6월 인플레이션 기록 (7/5, 화요일 낮)


- 미국 6월 FOMC 회의록 공개 (7/6, 수요일 밤)

- 미국 6월 노동참가율, 실업률 발표(7/8, 금요일 밤)


- 중국 6월 인플레이션 기록 (7/9, 토요일 낮)

- 미국 6월 인플레이션 기록 (7/13, 수요일 밤)


- 한국 기준금리 결정 (7/14, 목요일 낮)

- 한국 월간 옵션 만기일 (7/14)

- 미국 월간 옵션 만기일 (7/15, 금요일 밤)


- 미국 미시건대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 발표 (7/15, 금요일 밤)

- 연준 FOMC (7/27, 수요일 밤)




주식시장 정리 글에서 몇번 밝혔듯이 연준의 긴축 사이클의 끝이 예상되지 않으면 채권 시장이 박살나게 되고, 채권 시장이 박살나면 주식시장도 박살이 날 수 밖에 없다. 돈을 쥐고 있는 자들이 거래를 꺼리기 때문에 극도로 빠른 유동성 위축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유동성과 신용이 가장 취약한 암호화폐 시장이 가장 먼저 박살이 나고 있는 상황이다. 암호화폐 시장은 루나/테라 코인 사건에다 유동성 위축까지 발생하자 급격히 붕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셀시우스 네트워크'라는 암호화폐 기반 대부업체는 디폴트가 발생하여 골드만 삭스에 인수가 될 예정이라고 하며, 암호화폐 시장의 대형 헤지펀드 중 하나인 3AC 라는 펀드가 파산신청을 냈다.


이런 현상은 암호화폐 시장 내에서도 서로 거래를 꺼리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이 미국의 부동산 시장 위기를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키웠던 이유는 바로 거래 상대방이 파산 할 수도 있으므로 믿을 수 없다는 공포를 발생시켰기 때문이다.


몇달 전 시장 정리 글에서 농담 삼아 이번 위기가 암호화폐 시장의 붕괴가 일어나야 끝나는 것 아닌가? 라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며칠 전 영화 <빅쇼트>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도 현재 시장의 바닥을 논하려면 암호화폐 시장 붕괴가 발생해야 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일단 지금부터 7월 말까지는 사실상 매일매일이 지뢰밭이다. 유럽 인플레이션 > 한국 인플레이션 > 미국 인플레이션 모두 예상보다 상승했을 경우 7월 중순부터 7월 말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까지 주식과 채권시장 모두 초토화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당연히 갑자기 파산하는 기업이 발생을 하고, 암호화폐 시장 붕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7월 말 FOMC가 끝나기 전까지는 바닥을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할 수 있다.


7월 말 FOMC가 되기 전 시장이 크게 반등하기 위해서는 다음 중 하나에 해당하는 이벤트 정도는 나타나줘야 한다.


  

    우크라이나 - 러시아 전쟁 종결  


    미국의 예상보다 낮은 인플레이션 지표 발생  


    미국 대량 실업 사태 발생  


    일런 머스크의 화성 탐사 프로젝트 성공  


마지막건 농담이지만, 이 정도급 이벤트가 아니라면 현재 시장 심리를 되살릴 방법이 없어 보인다. 일단 무조건 인플레이션이 잡힐 조짐이 나타나야 한다.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고 예상대로 미국의 6월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다면 아마 주식시장은 7월 말까지 계속 하락을 하다가 7월 말 FOMC에서 기준금리가 결정되고 이제는 그야말로 더 이상 긴축 강화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 시작해야 주식시장에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아직 신용잔고 비중이 높다는 사실이다.


지난주 국내 주식시장이 급락했던 배경에는 코로나19 유동성 장세 이후 증가한 신용잔고 비중이 급격히 감소했던 영향이 컸다. 코로나19 발생 이전까지 10조원 수준에 불과했던 국내 주식시장의 신용잔고 규모는 코로나19 유동성 장세를 맞아 한때 25조원까지 늘어났었다. 그리고 1월~ 5월 주식시장 급락에도 불구하고 신용잔고 규모는 여전히 20조원을 넘어서며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2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최근 신용잔고는 급격히 감소하며 17조원 규모까지 하락을 했지만, 일단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 보다 30% 정도 더 높은 상황이므로, 신용잔고도 그 정도 규모까진 늘어날 수 있다고 하면 대략 13조원 수준 정도까지 하락해야 2019년말 정도 기준의 신용잔고와 유사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아직 4~5조원 규모의 매도세가 더 출회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만약 지금이 진짜 금융위기급 상황이라면 그 정도 출회로도 부족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신용잔고는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 대비 0.1%, 코스닥은 전체 시가총액 대비 1% 수준까지 떨어졌었다.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을 1800조원, 코스닥은 300조원 정도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신용잔고는 5조원 규모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신용 반대매매만 10조원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계산을 필부인 나 조차도 하고 있다면, 나보다 몇수는 더 위에 있는 외국계 투자자금이나 기관 투자자들은 더 빠삭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대략 지수가 얼마 정도 하락하면 신용 반대 매매가 얼마나 일어나겠다는 계산까지 다 되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최소한 신용잔고가 충분히 빠지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면 더 싼 가격에 주식을 쓸어담을 수 있는데 굳이 빨리 살 이유가 없지 않은가?


주식 시장에서 가격을 떠받치면서 주식을 사려는 사람은 없고, 가격을 내려서라도 주식을 팔려는 사람만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게 바로 지금 한국 주식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다.


외국인은 현물 주식을 많이 팔고 있지도 않다. 하루에 코스피는 겨우(?) 2~3000억원, 코스닥은 1~2000억원 규모로 그냥 꾸준히 팔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가격을 떠받치면서 주식을 살만한 힘있는 주체가 없다보니 주식시장은 박살이 나고 있다.






(7/1일 17:20 추가)


결국 금융위에서 신용 반대매매에 대한 긴급 대책으로 담보비율 유지의무 면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국 증시를 더 큰 하락으로 이끌던 대규모 반대매매 강제청산 위기는 한결 완화될 수 있을 것 같다.



[속보]금융위 "증권사 신용융자담보비율 유지의무 면제"

입력2022.07.01. 오후 5:11

https://n.news.naver.com/article/008/0004765832?cds=news_edit







일부 시장 전문가는 공매도 금지가 나타나야 바닥일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다만, 현재 정부 스탠스로 봐서는 더 충격적인 주식시장 급락이 발생하지 않는 한 공매도 금지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기획재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고, 윤석열 정부의 공약 중 하나가 한국 주식시장을 MSCI나 FTSE 등의 선진국 지수에 편입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모건스탠리 측이나 미국 금융회사들은 한국의 경제상황이 나빠서 선진국 지수에 편입을 시켜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공매도 제한과 24시간 환율 시장 개방이 안되어서 선진국 지수에 편입을 시켜주지 않고 있다. 


아마 세계 다른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금지가 나타나지 않는 한 우리나라 단독으로만 공매도 금지가 나타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주식시장의 바닥이 잡히기 위해서는 다음의 조건들이 하나 또는 여러개가 충족이 되어야 한다.


  

    인플레이션이 잡히는 것이 확인이 되어야 한다.  


    신용잔고가 충분히 낮아져야 한다.  


    대형 금융위기 등이 터지면서 미국 연준 등의 태도가 급격히 바뀌어야 한다.  



간밤 미국 증시가 급락함에 따라 미국채 금리도 따라서 하락하여 10년물 금리가 3% 밑으로 떨어질 상황까지 도달했다. 이렇게 국채 금리가 하락함에 따라 반대로 기계적인 매수세가 유입되어 미국 주식시장은 일시적인 반등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시장 상황은 주식시장이 상승하면 미국채 금리도 다시 상승을 하고, 주식시장이 하락하면 미국채 금리도 덩달아 하락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주식의 가격 하락을 경기침체 징후로 판단하여 채권 금리가 하락을 하는 것인데,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주식시장이 다시 좋아지면 경기침체 징후가 덜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미국채 금리가 다시 상승을 하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오르면 미국채 금리가 같이 오르며,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을 하여 주식시장에 불을 일으킨다. 그런데, 이 불을 잡을 수 있는 소방수는 이 불을 당장 제압했다가는 더 큰 불이 날 수 있으므로 기왕 이렇게 된거 그냥 불이 계속 타서 스스로 꺼지도록 내버려두자고 방관을 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좀 더 빨리 눈치챘어야 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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