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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바 Sep 18. 2022

바닥을 논하려면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지 않을까?

1.


어제 미국 증시가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

(이른바 네마녀의 날)을 맞이하여

장 마감 후 대규모 현물 주식 교환이 발생을 했다.


지난 6월에도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이

하락의 정점이었고,


많은 경우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이

시장의 큰 분기점이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바닥이 잡혔을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는 것 같다.


보통 선물옵션 만기일 즈음에는

대형 투자자들이 새롭게 투자 포지션을

구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로 선물옵션 만기일은

시장의 변곡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금요일의 그림만 보더라도

아래꼬리가 길게 달린 형태의 마감으로

그림 상으로는 마치 반등할 것처럼

그려지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선물옵션 만기로 인해

현물 주식이 누구의 손에서 누구의 손으로

넘어갔느냐 하는 것이다.


현물 주식이 다시 시장에 내놓을

사람들의 손으로 넘어갔다면

아마 증시는 월요일부터

다시 곤두박질치기 시작할 것이다.


월요일부터는 이제 4분기 증시가 시작된다.

물론 4분기 증시가 어찌될지 나는 잘 모른다.


다만, 페덱스 주가가

곤두박질 치는 모양새로 봐서는

지금이 증시의 바닥이기 위해서는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같은 절묘한 일들이

이어져야 된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쉽게 말해

경기침체가 오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이 잡히는

기적이 필요한 것이다.




2.


지금이 하락장의 바닥이기 위해서는

다음의 4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1) 경기침체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2) 인플레이션이 빠르고 강하게

곤두박질 쳐야 된다.


(3) 러시아와 중국이 꼬리를 내리면서

미국 중심의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가

수십년은 더 갈 수 있다는 확신이

퍼져야 한다.


(4) 중국에서 부동산 시장 문제가

터지지 않아야 한다.



일단 (3)번은 가능성이 낮진 않아 보인다.

(4)번은 뒤에 다시 이야기를 해보자


당장의 문제는

(1)번과 (2)번을 동시에 만족하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는 불가능할 것으로

점점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혹자 중에는

이번 인플레이션 사태를

화폐수량설을 가져다가 설명을 하려는

시도를 하는 경우도 볼 수 있는데,


그렇게 간단한 문제였다면

대다수의 경제학자들과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이렇게 심해질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리가 없다.


개인적으로 이번 인플레이션 사태는

기존 경제학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계 특유의

(1) 변동성 집중 현상

+ (2) 지속적 재귀적 영향

+ (3) 시장 참여자들의 창발적 행동

이 어울어진 대형 사고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미국이 양적완화를 했기 때문에,

코로나 때문에 수요가 어쩌구 저쩌구

공급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수십년간 누적되어온 다양한 인자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문제를 극단으로 치닫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흔히 우리가 깜짝 놀라는

대형 재난 사고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타이타닉 침몰사고는

겉으로만 보면 단순히 큰 배가 부주의로

빙산에 부딛혀 침몰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1) 대형 선박에 대한 과용

(2) 선박 운용사의 공명심

(3) 관측사들에게 쌍안경 지급 실패

(4) 예년과 다른 활발한 유빙 활동

(5) 정원보다 적은 구명보트 탑재

(6) 가장 가까운 선박과 연락 불통


등 다양한 원인이 한번에 작용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인플레이션 사태는

어떤 기저 원인이 있었을까?


(1) 원자재 투자 부족


① 지난 수십년간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원자재 투자 부족

(+ 코로나19로 인한 원자재 생산인력 부족)


② 코로나19 초기 마이너스 유가 사태 이후

미국 내 원유 시추 투자 부족


③ 전 세계적인 친환경 에너지 정책 강조로

탄소 에너지 관련 투자 부족 발생


④ 미국의 대중동 정책 변화로 인한

사우디의 반 미국 정책 실시와

주요 원자재 공급 국가인 러시아의 축출



(2) 미국 정부/연준/대중의 판단 착오


⑤ 지난 40년간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인플레이션으로 연준 및 경제학자들의 방심


⑥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미국 민주당 정부의 현금 부양책 공세

(심지어 지금은 인플레이션 보조금 명목으로

현금 지급중)


⑦ 인플레이션과 금리상승

여기에 주택 재고 부족을 이용한

집주인들의 집값 및 렌트비 인상 러시



(3) 노동력 부족 현상


⑧ 미국인들의 노동 의욕 저하로 인한

노동 참가율 저하 (코로나19 우려, 현금성 부양책,

그동안 좋았던 증시 및 코인시장 영향)


⑨ 미국 내 불법 이민자 감소


⑩ 지식 노동자와 육체 노동자 간

급여 차이 심화로 육체 노동 기피 및

임금 인상 요구 현상 극대화



(4) 중국발 공급망 혼란 및 생산 부족


⑪ 중국발 코로나19 봉쇄로 인한

생산 부족 현상과 세계 각국의 물류 정체 현상


⑫ 중국발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경기침체 및 생산 부족 현상


⑬ 제조 기업들의 중국 탈출 러쉬로 인한

생산 부족 현상



이와 같이 현재 인플레이션은

다양한 원인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발생한 것인데,


세계 각국 (특히 미국) 정부와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자신들이 발생시킨) 문제의 원인은 외면한채

중앙은행들에게 문제를 해결하라고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중앙은행은 위에 적혀 있는 문제들을

세밀하게 해결할 수 있는 도구가 없다.


그들에게 존재하는 도구는

세밀한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경제 전체에 광범위한 영향을 주는

거대한 도구 뿐인 상황이다.


조약한 비유를 하자면,

마늘을 까야 되는데 가지고 있는 도구가

부엌용 칼이 아니라

대형 공업용 절단기 밖에 없다면

마늘을 까는 방법은 뭉개고 으깨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연준의 파월 의장을 필두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이 뭉툭한 도구를

사용하기를 최대한 꺼렸던 것이지만,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할 일을 떠넘긴 이상

(떠넘긴 정도가 아니라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한)

이제는 별수가 없다.


뭉툭한 방망이를 휘둘러서

경제가 짓뭉개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를 휘두룰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현재 증시는

인플레이션이 추세적으로 확실히 꺼지기 위해서는

결국 경기침체(기업실적 악화)가 오는 방법 밖에는

없다는 것을 괴롭게 인정해가는 과정으로 보인다.


이대로 간다면 앞에 놓여진 길은

질질 끌면서 오랫동안 괴로움을 느끼느냐,

아니면 빠르고 화끈하게 한번 힘들고 마느냐의

갈림길인 것이다.




3.


이런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서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미국 민주당의 이중적 태도이다.


그들은 곧 다가올 중간선거를 위해

다음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데,

그 결과 상황을 오랫동안 괴로움을

느끼게 만드는 길로 이끌고 있다.


(1) 인플레이션은 안돼!

+ 그런데 선거를 위해 사람들에게

현금성 부양책은 뿌려야 해!


(2) 인플레이션은 안돼!

+ 그런데 민주당 지지자들은

친환경 타령을 좋아하니까

비용이 증가하더라도

일단 친환경만 밀어보자


(3) 인플레이션은 안돼!

+ 그런데 미국인들이 좋아하니까

러시아와 중국을 확실히 굴복시키기 위해

어떤 비용도 불사하겠어!



올해 썼던 수많은 글에서

지적했던 부분이지만


이러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의

행동이 전향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은 쉽사리 해결이 안될 것이고,

그렇다면 연준은 계속 금리를 높일 수 밖에 없고,

증시는 지속적으로 괴로울 수 밖에 없다.


물론 미국 정부의 행동이 극적으로

바뀐다고 해도

미국은 경기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인플레이션은 빠르게 잠잠해질 것이고,

그러면 연준과 정부가

정책을 펼칠 여유가 생긴다.


현금성 부양책을 중단하고,

미국 내 원유 시추를 적극 장려하면서,

중동을 포용하는 정책으로 갈 경우


소비가 위축되면서 3분기, 4분기

경기침체(기업실적 악화)를 겪더라도

미국인들의 노동참여율은 높아질 것이고,

주택 렌트비 상승률이 낮아질 것이고,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이 극적으로 낮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4.


그런데 개인적으로 우려되는

가장 큰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나 경기침체가 아니다.


어쩌면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중국발 부동산 문제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인플레이션은

결국 경기침체가 오고, 공급망 혼란이 해결되면

해결이 가능하고,


경기침체도 인플레이션만 완화되면

정책적으로 해결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런데, 중국발 부동산 문제는

구조적으로 해결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다음과 같은 딜레마에 빠져있다.


(1) 부동산 거품을 빼고,

불필요한 부동산 개발을 중단시킬 경우

부동산 개발 기업, 중국 지방정부,

중국 노동자와 주택 소유자

모두 위기에 처한다.


(2) 그렇다고 경기를 살리기 위해

부동산 개발을 다시 용인해줄 경우

부동산 개발 기업, 지방정부, 일반 대중

모두 엄청난 레버리지까지 동원해서

다시 수요도 없는 집들을 만들어내고

사들이기 시작할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을 할까?


① 중국 인민들은 단 한번도 부동산 시장 붕괴를

경험해본적이 없고,


② 문제가 생기더라도 (사회적 혼란을 꺼리는)

중국 정부가 해결을 해준다는 믿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③ 실제로 중국의 도시화율은 아직 낮으므로

이론적으로는 중국 농촌의 인력이

대규모로 도시로 유입될 경우

대규모 수요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선 전 세계적으로

지금보다 중국산 물건을 2배는

더 사줘야 된다는 가정이 필요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시진핑 정부 치하에서 3번째(맞나?) 시도된

부동산 거품 빼기 시도는

2021년 여름 시작되자마자

중국 경제에 심각한 흉조가 나타나기 시작하자

2021년 말을 기점으로 중단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심상치 않다.

중국 정부가 황급히 부동산 정책을 풀고,

인플레이션 위험에도 금리를 내리고,

지방정부들이 부동산 관련

현금성 부양책까지 쏟아내고 있음에도,

부동산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는 중국의 신용(돈 풀기) 정책과

주택 가격, 증시 변화를 나타내는

China Credit Impulse Index를 나타낸다.


단순히 한가지 지표만을 가지고

중국 경제 전체를 논하는 것이

조금 경솔한 행동일 수도 있지만,


단순히 비교를 해보면 그동안 10년간은

중국 정부가 신용을 완화하기 시작하면

집값이 바로 펄쩍 뛰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2021년 가을부터는

신용이 완화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째 집값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어쨌든 다시 중국 정부가 총력전을 기울여서

집값이 다시 상승 궤도로 올려놓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지금도 중국엔 남는 집이 많다.

이미 재고가 많은데,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필요도 없는

재고를 더 많이 만들라고 부추긴다?


결국 언제든 터질 수 밖에 없는 문제를

최대한 뒤로 미루는 것 뿐이다.


자본 유출이 비교적 자유로운

홍콩에서 계속해서 돈이 유출되면서


홍콩 증시가 연중 최저점 경신은 물론이고

201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갈 기세인 한편,


홍콩 달러 페깅이 지속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은


어쩌면 이러한 위기의 조짐을

살짝이나마 반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이야 우리 모두 중국 정부가

해결 능력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그 믿음이 잘못된 믿음이었다고 드러나는 순간

세계 경제는 다시 한번 대 혼돈에 빠질 수 밖에 없다.




5.


물론 이런 일은

발생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세계 경제는,

인류 문명이 망하지 않는 한

결국 일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살아날 것이다.


다만, 이런 어려움들이

구조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았으므로

이런 문제들이 발생을 하더라도

극복할 수 있는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해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면

인사이트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리스크 관리이다.




P.S.

항상 너무 글을 길게 쓰느라

글 쓰는 것이 힘들고 부담스러워

블로그에 [Shorts]라고 메뉴를 만들어놓고

정작 이번에도 장문의 글을 쓰고 있다.


메뉴를 새로 만드는게 문제가 아니라

나는 왜 짧은 글 쓰기가 안되나에 대한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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