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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Aug 17. 2023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

사랑은 어떻게 시작하고 망하는가 part2

여전히 우리는 서툴러요.
나의 두려움으로 인한 완벽함이라는 가면이,
결국 누군가를 절망하게 하고
관계의 파멸을 가져왔다면
그것은 내가 그를 사랑하지 못함이 아니라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함으로 인한 결말일 테죠.


우리는 이별의 끝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도 위로가 필요했나 봐. 너를 고통에서 꺼내주고 싶었는데 나도 아직 늪에서 빠져나오질 못했다는 걸 늦게 깨달은 거 같아. 나의 오만이었지.“

“미안했어. 나를 있는 그대로 봐달라고 하면서 나는 너를 그렇게 보지 못했던 거야. 여전히 나는 사랑이 부족한 인간인가 봐. 나도 그걸 우리가 이미 멀어지고나서야 알았어. 우린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지 못했네.”

”네가 사랑이 부족한 인간은 아니었어. 너에게 필요했던 건 그저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이었을 거야. 나도 마찬가지고. 나는 네가 누군가에게 손을 잡아달라고 먼저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


당신에게 사랑을 주지 못해서 미안했다는 나에게,

자신 보다도 내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했음을 알려준 사람.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먼저 알려준 사람.

아프지만 따뜻했던,

몹시 이질적이지만 마음을 울렸던 위로.


그랬다.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지 못한 게 아니라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했다. 내가 사랑하지 못하는 나의 결핍을 당신의 사랑으로 채워주길 바랐던 욕심.


우리 둘 다 결국 같았다. 각자의 방식으로 이기적이었던 셈이다. 결국 서로 내민 손을 잡지 못하고 차갑게 뿌리치며 돌아섰다. 절묘하고 안타까운 어긋남. 다른 속도, 다른 시간 속, 같은 알아차림.


그래서 우리의 이별은

지독히도 차분하고, 후회 가득한 이별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붙잡지 않았다.

돌이킬 수 없음을 알았고,

더 아프고 고통스럽게

자신의 상처를 먼저 바라보아야 했기에.


그러나 괜찮았다.

서로를 응원했다.

고맙고 미안했다는 말로 남은 사랑을 전했다.

그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표할 수 있는 최고의

진심어린 마지막 애정이었다.

씁쓸했지만 홀가분한 이별이었다.


비록

‘우리’의 사랑은 끝이 났지만

‘치유’의 사랑은 시작되었으니.


그렇게 또 다른 ‘사랑’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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