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린 Feb 13. 2024

결핍의 사랑

여전히 우리는 서툴러요.


나의 두려움으로 인한 완벽함이라는 가면이 결국 누군가를 절망하게 하고 관계의 파멸을 가져왔다면 그것은 내가 그를 사랑하지 못함이 아니라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함으로 인한 결말일테죠.


우리는 이별의 끝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도 위로가 필요했나봐. 너를 고통에서 꺼내주고 싶었는데 나도 아직 늪에서 빠져나오질 못했다는걸 늦게 깨달은거 같아. 나의 오만이었지. 너를 사랑할수록, 나의 결핍이 더 크게 느껴지더라."

"미안했어. 나를 있는 그대로 봐달라고 하면서 나는 너를 그렇게 보지 못했던거야. 여전히 나는 사랑이 부족한 인간인가봐. 이미 멀어지고 알았어."

"나를 사랑하는 마음에 부족함을 느끼진 않았어. 너에게 필요했던 건 그저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이었을거야. 나도 마찬가지고."


핑계이거나, 혹은 진심이거나.

그것은 알 수없지만, 서로의 상처를 더이상 끌어안을 수없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는것만으로도

우리의 이별의 이유는 충분했다.


당신에게 사랑을 주지 못해서 미안했다는 나에게,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했음을 알려준 사람.


그랬다.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지 못한게 아니라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했다. 내가 사랑하지 못하는 나의 결핍을 당신의 사랑으로 채워주길 바랐던 욕심. 우리 둘 다 결국 같았다. 각자의 방식으로 이기적이었던 셈이다. 결국 서로 내민 손을 잡지 못하고 차갑게 뿌리치며 돌아섰다. 절묘하고 안타까운 어긋남. 다른 속도, 다른 시간 속, 같은 알아차림. 


지독히도 차분하고, 후회 가득한 이별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붙잡지 않았다.


‘우리’의 사랑은 끝이 났지만

‘치유’의 사랑은 시작 되었으니.

그렇게 또다른 사랑을 배운다.

매거진의 이전글 Revers : 사랑은 어떻게 망하고 시작되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