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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론 Jun 08. 2024

호주에서는 약값이 세 배, 병원비는?

아프지만 워홀이다

 몸뚱이 하나 들고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왔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내 몸뚱이엔 지병 옵션이 달려 있다. 매일 먹는 약 네 알 중 처방약이 두 알이나. 다른 사람들 다 든다는 여행자 보험이야 가입했지만 원래 가지고 있던 '기왕증'에 대해서는 여행자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다. 한국에서 가져온 약 3개월치를 다 먹고 여기서 새로 타려고 병원 예약을 할 때까지도. 현지 병원 GP 예약을 도와주던 보험 안내원은 전액 자비 부담인 점을 친절히 강조했다.


 아프기만 하고 돈은 못 버는 몸, 그렇다고 약을 안 먹을 순 없었다.

병원비와 약값이 얼마나 나올지 상상이 안 됐지만 일단 병원에 가볼 수밖에. 본격적인 내용을 서술하기에 앞서 이는 내 개인적인 경험이므로 질병 또는 지역에 따라 관련 비용은 천차만별일 것이라는 점을 밝힌다.

 먼저 한국에서 5만 원 주고 떼온 영문 진단서를 보여드리며 조기완경과 그에 따른 골다공증으로 여성호르몬제와 골다공증 치료제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다. 별다른 질문 없이 1년 치 약을 처방받고 상담이 끝났다. 호주 의료 체계의 좋은 점! 우리나라는 3개월치씩 처방해 주셔서 매번 병원과 약국을 다시 가야 하는데 여기는 1년 치를 처방해 주면 내가 약국에 원하는 주기로 방문해서 약을 탈 수 있다. 하여튼 5분 진료 보고 처방전 하나 받고 85달러(한화 약 77,000원)를 지불했다. 수납하면서 리셉션에 병원비가 어마어마하다고 했더니 호주 사람들은 전부 무료라고 알려주셨다. 아, 다들 이래서 기를 쓰고 영주권을 따는구나?

 의사 선생님이 약값이 꽤 있을 거라고 말씀해 주셔서 약국 가는 길은 긴장이 넘쳤다. 여기 와서 봤던 어떤 면접이나 밤길보다도. 한국 약값은 전문의약품 2종과 일반의약품 1개의 3개월치가 8만 원가량이었다. 세 종류의 약을 똑같이 삼 개월 구입한 결과는 245달러(한화 약 223,000원). 최악의 예상보단 나았지만 그냥 비행기 타고 한국 갈까 싶긴 했다.


 아프면 어딜 가든 서럽다. 지금까진 타지에서 혼자 아프면 진짜 슬프다, 싶었는데 외국에서 보험이 안 되면 더 슬프다. 그래도 이것도 경험이려니 해야겠지. 안 아프면 더 좋았겠지만 아파서 호주 병원도 가보고 약국도 가보고… 그걸로 글도 써서 혹시 필요한 사람들한테 정보도 줄 수 있네. 이 정도면 럭키비키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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