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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론 Jun 23. 2024

어느 의대 교수님의 축사

신념대로 사는 사람의 힘

 벌써 30대가 되었는데도 가끔 대학 입학식 축사를 떠올린다. 오늘도 그랬다. 축사를 해주셨던 분의 기사를 읽었으니까.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는 내용이었다. 급격한 의대 증원으로는 필수의료 기피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이에 앞서 필수의료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는 요지였다. 나는 기사를 읽으며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어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무리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이국종 교수님은 여전히 존경할 수밖에 없는 분이라고 생각하며.


 목표보다 낮은 수능 점수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열패감을 가득 안고 앉아 있던 입학식, 어느 의대 교수님이 축사를 하신다고 했다. 의대 교수라니 얼마나 성공한 사람인가. 게다가 명의시라니. 적당히 희망찬 말이나 하지 않을까 싶던 철없는 예상과는 다르게 '이곳이 목표하던 학교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본인의 위치에서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축사가 이어졌다. 부족한 게 없을 것 같은 의대 교수님이 왜 저런 말씀을 하시는지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이제 그것은 부끄러운 기억이다. 교수님이 외압, 무관심, 부족한 지원싸우며 외상 센터를 운영하고 계셨다는 한참 지나서야 알았으니까. 본인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이보다 설득력 있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게다가 지금까지도 여전히 어려운 상황 속에서 교수님은 본인의 최선을 다하고 계신 것이다. 10년이 넘게 지났어도 내게 그 메시지가 힘을 잃지 않는 이유다.


 시간이 흐르며 수능 점수 때문에 느꼈던 패배감에서는 벗어났지만 가끔씩 주어진 환경이나 조건 때문에 마음이 괴로울 때가 있다. 사실은 혼자 해외살이를 하는 최근에도 그럴 때가 많다. 하지만 다시 교수님의 축사를 떠올리며 나의 신념에 따라, 최소한 그에 가깝게 살아보기로 다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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