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신뢰를 잃을 때 어떻게 흔들리는가

by ShionJins
2025.10.17(금)-18(토)동안 Reuters, AP News, BBC Chinese, RFI, 신화통신(新华社), 자오바오(联合早报) 등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한 뉴스를 타전했다.


2025년 10월 17일, 중국 국방부와 중앙군사위원회가 발표한 내용이었다.

“복수의 상장(上将)급 장교가 심각한 위법·위당규율(당에 대한 불충성과 국가에 대한 불법 행위) 혐의로 당적과 군적에서 제명되고 군사검찰에 이첩되었다.”


공식 발표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经党中央、中央军委批准,中央军委纪委监委陆续对中央政治局委员、中央军委副主席何卫东,中央军委委员、军委政治工作部原主任苗华……9人立案审查调查。经查,这9人严重违反党的纪律,涉嫌严重职务犯罪,数额特别巨大,性质极为严重,影响极其恶劣。依据相关党内法规和法律法规,党中央决定给予9人开除党籍处分,将涉嫌犯罪问题移送军事检察机关依法审查起诉。”
(출처: CPC People)


그중에는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허웨이둥(何卫东, He Weidong), 정치공작부 주임 먀오화(苗华, Miao Hua) 를 비롯해 何宏军(He Hongjun), 王秀斌(Wang Xiubin), 林向阳(Lin Xiangyang), 秦树桐(Qin Shutong), 袁华智(Yuan Huazhi), 王厚斌(Wang Houbin), 王春宁(Wang Chunning) 등 9명의 상장급 장성이 포함되었다. 이 발표는 중국 공산당 제20기 제4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四中全会, 10월 20~23일 예정) 를 불과 며칠 앞두고 터졌다.


BBC Chinese와 RFI는 이를 “四中全会前三天爆出的大规模军队整肃”이라 표현하며, “이례적인 정치 신호”라고 해석했다. 로이터(Reuters)는 “이 사건은 시진핑의 군 개혁 이후 가장 광범위한 숙청이며, ‘충성의 체계’가 내부 붕괴를 맞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으며, AP통신(AP News)은 “이번 숙청의 범위는 로켓군·해군·무장경찰·동부전구 등 군의 거의 전 조직에 걸친다”고 보도했다. BBC Chinese는 한 발 더 나아가 이렇게 전했다. “일부 내부 소식통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부패 단속이 아니라, 군 내부의 ‘정치적 신뢰 붕괴’를 수습하기 위한 시도라고 본다.”


공식 발표 직후, 중국 내외에서는 또 다른 뉴스가 급속히 퍼졌다. “시진핑이 사중전회(四中全会)를 앞두고 연금되었다”, “권력 내 쿠데타 징후가 있다”, “북부전구 일부 지휘관이 교체되었다” 등 출처가 불분명한 루머가 온라인과 망명언론을 통해 확산되었다. 이러한 보도들은 확인된 사실이 아니지만,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현상 자체가 ‘체제 피로와 신뢰의 붕괴’를 드러낸다. 루머는 근거 없는 말이 아니라, 신뢰가 사라진 사회의 증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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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习近平, Xi Jinping)은 집권 이후 군 개혁을 통해 지휘 체계를 중앙에 집중시키고, 군의 절대적 충성을 요구해왔다. 그 결과, 권력의 언어는 ‘전문성’보다 ‘충성’을 우선시했다. 그러나 충성의 언어가 관계를 대체할 때, 권력은 필연적으로 자기불신(self-distrust)의 궤도에 들어선다. 충성은 명령으로 확보되지만, 신뢰는 상호성으로만 유지된다. 이 둘이 분리되는 순간, 권력은 스스로를 감시하기 시작한다. 중국식 발표문에서 등장한 '당에 대한 불충성', '국가 법규 위반'은 단순히 법률 위반이 아니라 충성 위반의 코드 언어로 해석 할 수 있다. 즉, 정치적 불신을 법적 언어로 번역한 것이다.


이번 숙청은 부패의 척결이라기보다 ‘충성의 시스템이 신뢰를 삼켜버린 사건’으로 읽힌다. 시진핑이 직접 발탁한 장교들까지 제명되었다는 사실은, 그 체제가 더 이상 자기 신뢰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권력은 강화되지만, 강화된 만큼 자신을 두려워하게 된다. 그 두려움은 루머로 번진다. “시진핑이 연금되었다”, “사중전회에서 사퇴한다”는 말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런 이야기가 등장하는 현상 자체가 권력의 피로와 신뢰의 공백을 보여준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는 말했다. “권력은 타인을 강제할 때가 아니라, 신뢰받을 때 작동한다.” 신뢰가 사라진 권력은 필연적으로 공포를 통해 자신을 유지하고, 그 안에서는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 이번 사건은 단지 중국의 정치적 균열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권력과 조직이 반복해 마주치는 철학적 질문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지금 무엇으로 유지되는가 — 충성인가, 신뢰인가.

정치든 행정이든, 혹은 우리가 속한 조직이든 ‘충성’이 ‘신뢰’를 대체할 때, 그 체제는 이미 스스로를 감시하기 시작한다.


권력은 언제나 타인을 통제하기보다 자신을 정당화하려 한다. 그러나 진정한 통치는 두려움이 아니라 신뢰의 언어로 이뤄진다. 신뢰를 잃은 권력은 더 강해질수록 불안해지고, 그 불안은 결국 자신을 삼킨다.


따라서 이번 중국의 군 숙청은 한 국가의 사건이 아니라,
모든 권력의 운명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 거울 앞에서 우리는 묻게 된다.

“우리의 권력은, 우리의 사회는,
아직 신뢰의 언어로 말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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