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La Strada, 1954〉가 말하는 순수한 잔혹함
인간은 참 이상한 존재다.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동시에 상처 주고,
이해받고 싶으면서도 말하지 않는다.
페데리코 펠리니의 〈La Strada, 1954〉는 그 모순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이탈리아의 오래된 흑백 스크린 속, 젤소미나는 늘 웃는다. 그 웃음은 순수하지만, 세상은 그 순수를 견디지 못한다. 페데리코 펠리니는 인간의 내면을 해부하듯, 순수함과 잔혹함이 얼마나 가까운 거리에서 공존하는지를 보여준다.
여자 주인공인 젤소미나는 세상을 믿는다. 그 믿음이 아름답지만, 동시에 위험하다. 그녀의 순수함은 타인을 감동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불편하게 만든다. 선함은 세상을 구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 영화가 주는 첫 번째 잔혹한 진실이다.
우리는 흔히 “착하면 된다”고 말하지만, 〈La Strada〉는 묻는다.
“그 착함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젤소미나의 선함은 결국 자신을 파괴한다. 그러나 그 파괴 속에서 인간의 진짜 얼굴이 드러난다.
잔혹함, 잔혹함은 악이 아니라 무지일지도 모른다.
남자 주인공인 잠파노의 폭력은 증오가 아니라 무능이다. 그는 감정을 표현할 언어가 없어서 몸으로 부딛친다. 그의 잔혹함은 사랑의 결핍에서 비롯된 인간의 본능이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말하지 못한 감정이 쌓이면, 그것은 형태를 바꿔 폭력처럼 나온다. 그것이 말로, 냉소로, 무관심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타인과 나, 그리고 우리 사이의 거리는 존재한다. 젤소미나와 잠파노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불가능함이 바로 인간의 조건이다. 인간은 끝내 타인을 완전히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거리를 줄이려는 시도 자체가 관계를 만든다. 삶이란 그런 미세한 시도의 연속이다. 서로를 다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다가가는 것 — 그게 인간의 품격이다.
영화의 마지막, 잠파노가 바다 앞에서 운다. 그 눈물은 회한이 아니라 인식이다. 그는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 안다. 늦었지만, 그 깨달음이 그를 인간으로 만든다. 우리는 언제나 뒤늦게 깨닫는다. 그것이 인간의 비극이자 구원이다.
〈La Strada〉에서 유일하게 말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는 인물은 더 풀(The Fool)이다. 그는 젤소미나에게 “너도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야”라고 말한다. 그 한마디는 인간이 자기 존재를 ‘타인 속에서’ 자각하는 순간이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자신을 배우고, 그 관계의 실패 속에서 성숙해진다.
결국, 우리는 서로의 길 위를 걷는다. La Strada는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준다. 삶의 의미는 완벽한 사랑이나 이해가 아니라, 불완전한 인간이 서로를 마주하려 애쓰는 그 노력 속에 있다.
순수함은 약하고, 잔혹함은 무지하며, 이해는 불완전하다. 하지만 그 모든 불완전함이 인간을 만든다. 그리고 바로 그 불완전함을 채워나가기 위해 우리는 시민으로서 배우고, 사유하고, 행동해야 한다. 시민성은 인간의 미성숙을 극복하는 학습의 과정이며, 서로의 상처와 무지를 이해하기 위한 지식의 윤리다. 결국 인간의 품격은 개인의 선의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해 배우려는 시민적 의지에 달려 있다.
인간은 혼자서 완전해질 수 없다.
함께 배우고, 함께 깨닫는 길 위에서만 인간은 인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