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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Apr 18. 2024

테러리즘, 전쟁, 그리고 세속주의

[책을 읽고] 유발 하라리,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6)

테러리즘


테러범들은 군의 장군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 연극 연출가처럼 사고한다. (192쪽)


테러리즘으로 죽는 사람의 수는 극히 적다. 테러리즘의 효과는 공포에 기인한다. 자동차 사고로 죽는 사람 수가 비행기 사고보다 100배 이상 많지만, 비행기 사고가 훨씬 무섭게 다가오는 것과 같은 원리다. 테러리즘의 목적은 적에게 실질적 타격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적의 마음에 공포를 심는 것이다. 그래서 테러리스트는 전략가가 아니라 연출가처럼 사고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만 테러리즘이 효과적인 이유는, 현대사회가 기본적으로 안전을 약속하기 때문이다. "무고한 시민의 생명 하나 지키지 못하는 정부"라는 표현만큼 강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정치적 구호도 별로 없다. 정치적 폭력이 난무하던 근대 이전의 사회에서 테러리즘은 아무 효과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논의도 하나의 전제가 달라지면 무너지고 만다.


만약 테러범들이 대량살상무기까지 손에 넣을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198쪽)


결국 여기에서도 문제되는 것은 과학 발전의 결실을 오용하는 사람들이다.



전쟁 - 인간의 어리석음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말라


냉전이 냉전으로 끝난 것은 실로 다행이었다. 논리적으로는 완벽하게 성립하는 핵 균형이라는 개념이 실제 세상에서도 통한 결과였다. 그러나 핵전쟁이 일어날 뻔했던 순간들은 실제로 많았다. 이런 행운을 앞으로도 바라는 것은, 적어도 훌륭한 전략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경악한 사람이 나뿐은 아닐 것이다. 21세기에 전면 전쟁이라니, 생각도 하지 못했다.


최근 러시아가 벌인 군사행동에 대해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못지않게 빌 클린턴과 조지 W. 부시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208쪽)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십분 동감하지만, 오랫동안 쌓인 어그로를 풀어내는 방법이 전쟁이라는 사실에는 여전히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인류라는 종의 문명이 발전을 거듭한 끝에, 전쟁이라는 어리석은 선택지는 거의 사라질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인간의 어리석음을 절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어리석음을 치유하는 한 가지 해법이 있다면, 그것은 겸허함이다. (213쪽)



세속주의 - 신은 필요없다


이제, 책은 분석에서 실천으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리석음에 대한 치유책으로 하라리는 겸손을 내세운다. 나와 내 가족과 내 민족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사고 방식은 그동안 끈질기게 인류를 위협해 왔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내가 세계의 중심이라면, 유아론(solipsism) 역시 절대 논파할 수 없다. 거울에 보이는 것이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안다면, 그것이 다른 개체들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도 추론해야 정상이다.


다음으로 저자는 신에 대한 짧은 논의를 거쳐 세속주의를 논한다. 세속주의라고 하니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신이 없는 세상에서 무엇이 중심에 있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관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세속주의의 가치는 진실이다. 단지 믿음이 아닌 관찰과 증거를 기반으로 한 진실을 말한다. 세속주의자들은 이 진실과 믿음을 혼동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243쪽)


진실과 함께 세속주의자가 중시하는 가치는 연민, 평등, 그리고 자유라고 저자는 말한다. 믿는 신에 따라 종교를 분류하는 방법을 그대로 사용해서, 신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세속주의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고 특징을 찾는 하라리의 접근 방법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세속주의에 관한 저자의 논의는 신이 없어도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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