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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Apr 25. 2024

의미를 찾아서

[책을 읽고] 유발 하라리,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8)

목차를 살펴보면, 이 책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 알 수 있다. 물론 나는 이 책을 거의 다 읽은 다음에야 이 사실을 발견했다. 전형적인 후행 예견 오류다. 그러나 멋지지 않은가. 이 책은 분석에서 시작해서 해결책을 제시한다. 해결책은 자아로부터의 해방이고, 방법은 명상이다.


교육 - 변화만이 유일한 상수다


2050년의 세계에 발맞춰 살아가려면 새로운 생각과 상품을 발명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반복해서 재발명해야만 할 것이다. 왜냐하면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경제뿐 아니라 ‘인간이라는 것’의 의미 자체가 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09쪽)


변하지 않는 건 모두 변한다는 사실 뿐이다. 제리 카플란은 인공지능의 도래에 따라 파라오의 호의에 좌우되었던 경제 시스템이 다시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라리도 비슷한 말을 한다.


수천 년 전 인간은 농업을 발명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소수의 엘리트만 부유하게 했다. 인간의 다수는 노예로 만들었다. 대다수 사람은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뙤약볕 아래에서 잡초를 뽑고 물동이를 나르고 옥수수를 수확하며 일을 해야 했다. 이는 앞으로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313쪽)


알고리즘에 모든 것을 맡기고 그냥 살아도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만약 그게 싫다면,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사진: Unsplash의Aaron Burden


의미 - 인생은 이야기가 아니다


교과서에 실린 위인전을 읽고, 이야기를 들으며 잠자리에 들던 우리들이 이야기가 의미의 전제 조건이라 생각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신화와 영웅 서사도 온통 이야기뿐이다. 그러나 인생은 이야기가 아니며,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이야기를 찾을 필요도 없다.


하라리는 이야기에서 의미를 도출하는 이론이 두 가지 결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첫째, 이야기의 길이와 의미의 깊이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고, 둘째, 이 이론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인생의 의미는 실제 수류탄을 갖고 노는 것 비슷하다. 다른 누군가에게 넘기면 당신은 안전하다. (328쪽)


의미라면 불멸해야 한다고 믿게 되면, 인생의 의미는 불멸성과 연결된다. 인간은 필멸자이므로, 무언가 영원한 것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이른다. 사후에도 어떤 실체를 남긴다면 삶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나름의 장점이 있지만 친절의 거대한 사슬도 결국에는 거북의 거대한 사슬과 좀 비슷한 데가 있다. 의미가 맨 처음 어디에서 나오는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329쪽)


결국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 본성은 진실 따위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파시즘이 추악하다고 배웠어.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아주 아름다운 것만 보여. 그러니 나는 파시스트일 리가 없어.’ (344쪽)


사진: Unsplash의Gayatri Malhotra


정체성이 더 중요한 것이다. 객관적 세계보다 나의 의식이 더 소중하다. 그러나 어쩌면 이것이 해답이다.


자유주의의 해석에 따르면 진실은 정확히 그 반대다. 우주가 내게 의미를 주는 게 아니다. 내가 우주에 의미를 준다. (350쪽)


결국 이 모든 고뇌는 자아라는 허상을 지키기 위한 사피엔스의 허망한 몸부림의 결과다. 


우리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내디뎌야 할 결정적인 걸음은, ‘자아’야말로 우리 정신의 복잡한 메커니즘이 끊임없이 지어내고 업데이트하고 재작성하는 허구적 이야기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353쪽)


유례없는 속도로 변화하는 현재를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는 하라리의 식견과 용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은 어딘가에 어떤 영원한 본질이 있으며, 그것을 찾아서 연결만 하면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 영원한 본질을 때로는 신이라 부르고, 때로는 국가, 때로는 영혼, 때로는 진정한 자아, 때로는 진실한 사랑이라 부른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그것에 집착하면 할수록 예정된 실패에 따른 실망과 참담함도 커진다. (356쪽)


그래서


인류가 직면한 커다란 질문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고통에서 벗어나느냐”이다. (360쪽)


그리고 저자가 말하듯, 붓다는 이미 2,500년 전에 이 질문을 탐구하고, 답을 찾아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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