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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Jul 22. 2024

악의 제국에 솜주먹을 날리다

페북의 악행과 집단 소송

어느 날, 스팸메일이 왔다


몇 달 전, 대단히 스팸처럼 보이는 메일이 왔다.

클릭하지도 않고 스팸처리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Facebook이라는 이름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현재 세상에 존재하는 기업들 중에서 가장 악에 가까운 기업들 중 하나. 

아니, 어쩌면 그 목록의 가장 윗 자리를 차지해야 할지도 모르는 순수한 악덕 기업.


기업 운영이 악덕스러운 건 기본이고, 기업 활동 자체가 악행이다. (SNS+도박)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 같은 악행은 물론, 예상 가능한 범위다.

전혀 놀랍지가 않다.



자, 이제 내게 온 메일의 내용을 살펴보자.

또 하나의 악행이지만, 다른 건들에 비하면 꽤나 소소한 악행이다.


Facebook은 2011년부터 2014년에 걸쳐, 사용자들의 동의를 얻지 않고 그들의 사진과 실명을 사용해 광고를 해왔다.

이는 당시 브리티시 컬럼비아 등 캐나다 4개 주의 법을 명백히 위반한 일이다.

이에 대해 집단 소송이 진행되었고, 합의에 따른 보상 절차가 예정 중이라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탁월하고 실용적으로 훌륭한 영미법 덕분에,

법익을 침해받은 사람은 집단 소송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화해 절차에 참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법익을 침해받은 사람이란 누구인가?


1. 2011~2014년 해당 기간 동안 실명으로 Facebook에 가입되었거나 실명을 추정할 수 있는 사진이 Facebook 계정에 올라와 있던 사람이자,


2. Facebook이 당시 감행했던 광고 프로그램, Sponsored Stories에 실명과 사진이 도용된 사람이다.


두 조건 모두 충족해야 한다.

나는 분명히 1번에 속하지만, 2번에 해당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런 경우다.

이 광고는 정밀 목표 광고였기 때문에, 주로 친구목록에 있는 사람들 소수에게 맞춤 제작되어 뿌려졌기 때문에 확인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1번 조건만 충족하는 경우, 법익을 침해받은 사람으로 인정한다.


그렇게, 나는 악의 제국 Facebook에 법익을 침해받은 사람이 되었다.



악의 제국에 솜주먹이라도 날리자


자, 이제 (늦었지만) 소송에 참가할 때다.

솜주먹도 안 되는 수준이겠지만, 악의 제국에게서 10원이라도 벌금을 물릴 수 있다면 뿌듯하지 아니한가.


그런데, 참가 신청서에 당시 내 주소를 적어야 한다!


과거 파일을 좀 뒤져 봤지만, 10년도 넘은 문서는 지금 컴퓨터에 없다.

드롭박스에 있을지도 모르지만, 드롭박스 안 쓴지도 거의 10년 정도 됐다.


당시 내가 살던 집은 대강 기억한다.

캠퍼스에서 그냥 죽 걸어오면 되는, 대로변 버스 정류장에서 멀지 않은 아파트였고, 캠퍼스 근처라 university 어쩌고 하는 이름이었다.


길치인 나로서도 기억하기 쉬울 정도로 위치가 명확한 아파트였다.


결국, 구글 지도를 뒤져 찾아냈다.



University Towers, 바로 여기다.

저기 보이는 2층 두 유닛 중 하나다.

밴쿠버 올림픽 당시 성화 봉송이 집 앞으로 지나갔다.


10년이 넘게 지났는데, 내가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다.

우리나라는 5년 뒤에 가보면 천지개벽한 장소들이 넘쳐나는데 말이다.


사진에서 왼쪽에 있는 집은 개인주택인 것 같은데, 겨울에 눈을 안 치워서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반가운 마음에, 출근 길에 지나치던 주변 상가들도 찾아 보았다.

파키스탄(?) 사람이 하던 청과물 가게도, 동네 도서관도 그대로다.


다만, 큰길 건너편에 있던 Safeway가 망했나 보다.

구글 지도 Street View에 공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공사 현장을 바라보는 저 사람의 반응이 마치 내 모습을 보는 듯하다.


내가 예전에 살았던 곳들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시간 날 때 구글 지도로 돌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사족


악의 제국에 대한 분노로 시작했지만, 옛 기억에 대한 향수로 끝났다.

원래 인간이란 존재가 그런 거 아닐까.

정당한 것이라도 분노는 어렵고, 흐릿한 것이라도 향수는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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