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다우드나 등, <인류의 미래를 묻다>
오노 가즈모토라는 사람이 과학자 8인과 인터뷰한 내용이다. 인터뷰는 책과 달라 저자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어 좋다. 조너선 실버타운은 내가 꽤 인상 깊게 읽었던 저자인데, 인터뷰에서 조금 의외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우드나는 책에서 받았던 인상과 비슷하고, 조지프 헨릭은 더 인상적이었다.
리사 랜들이나 찰스 코켈은 이 책에서 처음 접했지만, 재미있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 은하 중심부의 암흑 물질이 태양계에 중력 영향을 미쳐 주기적으로 유성우가 발생했고, 공룡 멸종이 이 현상의 부산물이었을 수도 있다는 리사 랜들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우리는 암흑물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상상은 할 수 있다.
데이비드 싱클레어의 대담한 낙관주의도 좋았지만, 마틴 리스와 조너선 로소스의 신중한 의견이 내게는 조금 더 마음에 와 닿았다.
간만에 가볍지만 즐거운 독서였다.
디르크 로스만, <문어의 아홉 번째 다리>
미국, 러시아, 중국 등 3개 초강대국이 연합하여 기후 위기 대응을 강제한다는 환상적인 이야기. 기후 위기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동기는 훌륭하나, 소설은 소설로서 평가되어야 하지 않을까? 난잡한 세팅, 단조로운 전개, 빈약한 상상력은 물론 사전 조사도 부실한 이런 책을 의무감으로 읽어주기를 바라는 건 아니겠지?
p.s. 우와 정말 이런 소설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물건에 뭐든지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는데, 디르크 로스만이란 사람은 이딴 걸 쓰고 노벨"평화상"을 받고 싶었나 보네... 웃음도 안 나온다.
김지윤, <모녀의 세계>
어렸을 적, 큰이모님과 사촌 누나가 대화하는 걸 들으면, 우리 엄마는 아들밖에 없어 조금 서운하시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대학 시절, 여자 친구와 그녀의 어머니 관계를 옆에서 보면서 간접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심하게 딸을 대하는 어머니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충격적이다.
작가가 그런 관계에서 벗어나고, 오히려 지금은 모녀 관계에 관한 조언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된 것은 참으로 대단하다. 그러나, 모녀 관계에서 어떤 행동을 어떤 행동을 가져온다는 식으로, 마치 어떤 물리 법칙이 있는 것처럼 서술하는 것은 조금 부담스럽다.
박찬일, <노포의 장사법>
저자가 유명한 식당 주인들을 인터뷰하며 기록한 내용 모음이다. 재미있는 것은, 인용되는 식당 주인들의 말투가 저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말투는 당연히 다르다. 그러나 그걸 굳이 다르게 옮긴 의미는, 식당 선택에 하나의 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