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착각>
자아의 허상을 드러내는 뇌과학 실험 증거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 승리를 위해 미래를 계획해야 한다는 결론의 삐걱거리는 배합. 그럼에도 또 불구하고, 멋지기 그지없는 에필로그.
<과학을 보다 2>
한 알 먹으면 배 부른 알약이 나온다면? 인간의 몸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와 함께 사는 미생물군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굶주리던 미생물군이 폭동이나 혁명을 일으킬 것이다.
<기억 전달자>
새로운 1984, 아니 멋진 신세계. 안정성을 끝까지 추구하면 바로 이런 사회가 된다. 다만, 서사가 빈약한 설명 위주의 전개가 지루하고, 여운을 남기겠다는 결말은 찝찝함을 남긴다.
<내가 떨어지면 나를 잡아줘>
이걸 SF라고 할 수 있다면, 파리가 새다.
<지연된 정의>
남의 입장에, 그저 서보는 것만 해도 얼마나 어려운가. 억울하게 살인죄를 뒤집어쓴 이 사람들에게 지금 우리 사회가 나치독일과 뭐가 달랐을까.
이런 삶을 굳이 선택해 걷는 사람들을 보면, 만화 <송곳>의 대사가 떠오른다. 평범한 삶으로 되돌아 가고 싶다는, 다시 음식 맛을 느끼고 싶다는 그 말.
<푸른 들판을 걷다>
(내게) 2024년의 놀라운 발견, 클레어 키건의 단편집. 호흡이 짧다 보니 주인공에게 몰입하기 어렵다. 마지막 단편, '퀴큰 나무 숲의 밤'은 점술로 큰돈을 벌었다는 (가브리엘 마르께즈나 커트 보니것 소설에 나올 것 같은) 그 이상한 전개만 뺐다며 참 좋은 단편이 되었을 것 같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