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책방, 민들레책밭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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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마음속으로 응원하던 1인 출판사, 담담글방의 글벗이 되겠다고 해서 담담글방의 첫 책을 선물 받았다. 덕분에 오랜만에 누군가를 위한 큐레이션 글을 썼다. 이번 달은 유독 글 쓰는 게 어색하고 어려운데, 한동안 안 쓰던 큐레이션 글을 쓰려니 더더욱 힘에 부쳤다. 예전에 써놓은 글들을 살펴보며 어찌 저리 술술 써 내려갔는지, 오늘의 난 도대체 왜 이 모양인지 좀 우울해지기도 했다. 이 글도 나중에 보면 막힘없이 썼다고 느낄 수 있을까? 글을 마무리하고 불안한 마음에 발행버튼 누르는 걸 망설였다. 이럴 땐 내일의 나에게 발행을 부탁하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다. 잘 부탁해!
'책방에 있다 보니 쓰고 싶은 말이 많아집니다.'를 읽었다. 읽는 내내 작년 여름에 읽었던 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떠오르는 에세이였다. 덕분에 작년에 소설을 읽으며 받았던 감동과 오랜만에 모국어로 쓰인 책을 읽으며 느꼈던 몰입의 즐거움까지 다시 상기할 수 있었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두 권의 책을 읽은 것 같은 감동을 느꼈다. 소설 속에 나올 법한 사랑방 같은 독립서점이 현실에 있다니... 기회가 되면 가보고 싶다.
사람 사는 것에 정답이 없고 흐르는 데로 그러나 열심히 살다가 마주하는 삶은 때론 미처 찾지 못했던 좋은 답이라는 위로를 저자가 자신이 책방지기가 된 사연으로 건네는 느낌이었다. 그런 저자가 민들레책밭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책을 읽으며 아련함이 묻어나는 이런저런 이미지들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동네 슈퍼 앞 평상에서 모인 이웃들의 모습, 학창 시절 동네 서점에 문제집 사러 갔다 둘러보던 책들과 때론 책도 추천해 주며 천천히 둘러보라던 서점 아저씨까지... 민들레책밭은 책을 중심으로 사람을 만나고 교류하는 따스한 장소가 아닐까?
넘쳐나는 들을 거리, 볼거리, 읽을거리 덕에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헤매다 디지털 좀비로 시간을 흘려보내다 보면 누군가 나의 취향에 맞게 나의 선택을 엄선해줬으면 할 때가 있다. 민들레책밭이라면 책방지기 덕에 적절한 읽을거리를 쉽게 손에 쥘 수 있을 것 같다. 운이 좋으면 책과 함께 향까지 선물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기회가 닿아 언젠가 들리게 된다면 책방 한 곳에 책방지기가 책과 어울리는 향기를 조향 해주는 코너까지 생겨있을 것만 같다.
책방지기의 에세이인데 나는 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었을까? 내 상상 속의 민들레책밭은 책방지기의 추천도서 옆에 책과 어울리는 향기를 담은 갈색병이 놓여있다. 책방지기와 함께 책을 읽으며 책과 어울리는 향을 토론하는 향기로운 책모임도 있다. 책방지기가 이끄는 책에 맞는 향을 만드는 조향수업도 있다. 이런 일상을 책방지기는 뉴스레터로 정리해서 정기적으로 발행한다. 뉴스레터는 에세이처럼 책 추천과, 책과 어울리는 향 이야기, 책방의 일상을 포함한다. 문득, 다른 독자들은 마음속에 어떤 민들레책밭을 그렸을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