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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Feb 01. 2023

가까운 이들이 떠난 뒤 마주한 벽

팟캐스트 추천: 'We Were Three', 코로나로 인해 세워진 벽

배경 이미지 출처: Pexels



나와 가까운 이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확실하진 않지만, 약 20년 전이었던 것 같다. 아버지는 할머니가 사셨던 시골집을 팔고 싶어 하셨다. 과거에 번성했던 시골의 큰 길가에 있던 집은 작았지만, 대지면적이 200평이 넘었다. 어차피 집은 오래되어 가치가 없었지만, 땅은 여전히 가치가 있었다. 쇠락한 시골이라지만, 여전히 시골치곤 인구가 상당했고, 큰 길가라는 이점이 있었다. 누가 봐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팔릴 매물이었다. 


아버지는 차분히 기다리는 게 싫으셨나 보다. 어떻게 알았는지 서울에 있는 부동산에서 아버지에게 연락을 했다. 그 부동산은 부동산 전문 정보를 다루는 매체에 광고를 내면 금세 집이 팔릴 거라며 아버지를 꼬드겼다. 이삼백만 원 정도 되는 광고비를 아버지가 부담하는 조건이었다. 우리가 보기엔 부동산 광고를 아버지 돈으로 하겠다는 의도였는데, 아버지는 그들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셨다.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너희들이 뭘 안다고 아버지 일에 간섭이냐는 아버지의 태도에 우리는 물러섰다. 자식보다 사기꾼 같은 타인을 전문가라며 신뢰하던 아버지에게 나는 벽을 느꼈다. 말이 통하지 않는 보이지 않는 벽이 우리와 아버지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그 후로도 나는 종종 그 벽을 마주하고 있다. 결국, 우리의 예상한 대로 아버지가 부동산 광고비만 내준 격이 되었는데도 말이다.



팟캐스트: 'We Were Three' 

코로나로 가족을 잃고, 코로나로 인해 세워진 벽을 마주했다.


백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뉴스를 접하며 부모님을 잠깐 걱정한 적이 있다. 자식 말에 귀 막고, 사기꾼 말은 전문가라며 믿은 전력이 있으니, 외국에 살아서 부모님과 직접 마주할 수 없으니,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다행히 코로나 백신이 그런 경우였다. 매번 독감백신을 꼬박꼬박 챙기시는 부모님들이 코로나 백신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백신문제로 부모님과 실랑이를 하지 않아도 돼서 얼마나 좋던지... 부모님과 나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마주하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었다.


코로나로 가족을 잃은 사람이야기를 접했다. 그냥 코로나로 어쩔 수 없이 가족을 잃어도 슬플 텐데, 그녀는 코로나보다 남동생의 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아빠와 남동생을 떠나보내야 했다. 어쩌다 보니 계속 밀려나는 삶을 살게 된 그녀의 아빠와 남동생은 주류의 정보를 불신하고, 음모론자들의 정보를 맹신하다 치료시기를 놓쳐 죽음에 이르렀다. 물론 주류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기에 비판적 시각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주류에게 세운 비판적 시각을 반대 주장에도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그랬다면 그녀의 동생이 그런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을까?


사람들은 하나가 옳다고 생각하거나 무엇이 틀리다고 생각하면 그 믿음 주의에 벽을 세우고 자기가 원하는 말만 들으려 한다. 비판의 목소리는 철벽을 치며 외면한다. 그 벽은 굉장히 경고한데, 우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그 벽을 무시하곤 한다. 안타깝게도 그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손해나 피해가 발생해야 한다. 이런 벽을 좀 더 쉽게 무너트릴 방법은 없는 걸까?


그녀는 어리석음으로 아빠를 죽음에 이르게 한 남동생이라도 살리고자 애썼다. 둘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보이지 않던 벽을 피해 남동생에게 손을 내미려 애썼지만, 그녀의 손은 남동생에게 닿지 않았다. 오히려 동생이 저항 없이 받아들인 다른 친척의 조언은 의도와 달리 동생을 죽음으로 더욱 밀어 넣었다. 두 사람이 떠난 뒤 남겨진 흔적을 따라 그녀가 마주한 진실의 조각들은 동생과 그녀 사이의 보이지 않던 벽의 존재를 확인시켜 줬다. 답답함이 남는 팟캐스트지만, 가까운 이들과의 보이지 않는 벽에 대해 고민할 계기를 주는 것 같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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