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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시 Jan 25. 2024

인간의 '도살'이 자연의 '사냥'과 다른 점

[댕냥구조대 '다섯번째(5)' 이야기]

경제지 기자가 본업이지만 일을 사서 하느라 동물 관련 취재를 별도로 해 되는 대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걸 하지 않으면 불면증이 나아지지 않을 거 같아 시작한 일입니다.


'댕냥 구조대'에선 제가 작성한 동물 관련 기사 링크를 걸어둡니다.


브런치에 남기는 글은 기사 관련 '취재과정'과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뒷이야기'를 풀어내려 합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8/0005658297?sid=102



"보신탕 먹어본 사람?"

부서 회식을 하는데 '보신탕'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부서에서 가장 연배가 있으신(그래봤자 40대 후반) 분에게 다들 시선이 쏠립니다.

정작 그 분은 아무 말이 없지만, 다들 그 분을 바라봅니다.

취기에 힘을 빌려 누군가 장난 스럽게 "먹어봤네~" 라고 말을 띄웁니다.


이제 보신탕 관련 논란은 2라운드로 진입합니다.

먹어봤냐, 안먹어봤냐를 지나 '법'이 통과 됐으니 "이제 먹으면 불법을 저지르는 거다! "라는 논리 앞에 막힌 '먹어본 자'들은 항변합니다.


"아니 그럼 당장 식용견으로 길러진 50만 마리는 어쩌냐? 솔직히 누가 키우냐. 안락사 당할 텐데 그건 맞는건가?"


◇22년만의 쾌거, 여전히 무거운 책임감


이 답을 구하기 위해 동물권 행동 카라의 전진경 대표님께 직접 물어보았습니다.


개 식용 종식을 위해 공식적인 활동을 2002년부터 이어온 카라는 긴 시간 동안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해 동지들을 끌어 모았고, 우리나라에서만은 안돼 국제 사회에 우리 사회의 개식용 실태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와 함께 국회와 정부, 지자체에 지속적인 요구와 현장 구호 등의 활동을 동시에 꾸준히 이어왔습니다. 그렇게 22년 어두운 터널을 통과한 끝에 '개식용 종식 특별법 통과'라는 쾌거를 얻어냈습니다.


하지만 장밋빛 현실만 드리운 건 아닙니다. 크게 두 가지 문제가 눈 앞에 있습니다.


1)식용견으로 길러진 52만 여 마리의 향방

2)불법 번식장을 운영해오던 개장수들 보상 문제

개식용 농장에서 길러지는 식용견들. 평생을 뜬장에서 나오지 못하고 음식물 쓰레기만 먹다가 도살당하는 삶을 살고 있다.(사진-동물권 행동 카라)


◇52만 마리를 죽이는 법일까, 수천 수억만 마리를 살리는 법일까


"아니 그럼 당장 식용견으로 길러진 50만 마리는 어쩌냐? 솔직히 누가 키우냐. 안락사 당할 텐데 그건 맞는건가?"


전 대표님은 “식용견 도살장에선 여름에 사육 중인 개의 절반 정도를 도살하고, 다시 가을에 교배시켜 이듬해 여름 개들을 다시 도살시키기를 반복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이 굴레를 끊지 않으면 50만 마리가 아니라, 매년 50만 마리에 50만 마리, 그리고 50만 마리가 더해져 수백 아니 수천만 마리가 매년 새로 태어나고 뜬장에서 고달픈 삶은 보내다 도살 당하는 끔찍한 일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일시적으로 희생을 불가피하지만, 그렇다고 문제를 외면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희생을 최소화 할 수 있을까요?


전 대표님은 "식용견 금지법 유예기간 3년은 허용 기간이 아닙니다. 이젠 당장 교배와 번식부터 멈추고 ‘희생을 최소화’ 할 현실적인 대책들을 논의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당장 50만 마리 식용견의 개체수를 줄이려는 노력부터 시도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 대표님은 "이를 위해선 정부 지원을 바라며 여전히 개체수를 늘리고 끝까지 버티는 식용견 농장 보단 빨리 폐업을 하고 전업을 하려는 농장주들에게 인센티브를 더 주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너무 당연한 논리이지만, 혹여나 공무원분들께서 빠르고 조속한 일처리를 위해 단순하게 식용견 마리수당 보상금을 주게 된다면(그럴 일은 절대 없겠지만) 상당히 문제가 될 것 입니다.


팔리지도 않을 식용견들이 법 유예기간인 3년 간 무작위로 생산될테고 법이 적용되고부터 이렇게 번식 된 개들은 우리 사회가 감당 못할 수준이 될테니까요.


정부의 전업지원은 개체수 억제를 유도할 방식으로 가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전 대표님은 특히 “차등 지원방안이 합리적으로 제시되지 못한다면 공정의 개념에 위배 되며, 어느 개농장이든 소비가 유지되는 한 끝까지 버티며 개사육과 도살을 지속해 고통을 연장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장 개고기 소비를 줄여야, 생산도 급격히 줄어듭니다.


두번 째로 시장 논리에 의해 개농장 주인들이 생산을 줄일 수 있도록 개고시 소비를 줄여야 합니다.


이건 정부가 아닌 국민들이 함께 수행해 주어야 합니다.

내가 안먹더라도 주변에 개고기를 먹지 않도록 독려해야 합니다.


보다 쉬운 독려를 위해 아래의 사진 한 장을 활용해 보시길 권합니다.

개농장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는 개의 모습과 그런 개가 배설한 기생충 가득한 배설물 모습(사진=동물권행동 카라, 위액트)


음식물 쓰레기를 허겁지겁 먹는 식용견과 음쓰를 먹은 식용견이 배설한 기생충 가득한 배설물입니다.

(식사 전이거나 식사 중이시라면 죄송합니다.)


사실 우리나라 보신탕 시장이 산업화 될 수 있었던 배경 중에는 바로 이 '음식물 쓰레기'가 한 몫을 했다더군요.

지난 2013년 이후 음식쓰레기를 바다에 버리는 것이 금지 되자, 돈을 내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기 싫었던 업자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대거 개농장에 갖다 줍니다.

공짜로 식용견 먹이가 생겼다 생각한 개농장 주인들은 이걸 받아다가 개들에게 먹이고, 그렇게 저비용 구조가 자리잡으면서 불법 개농장은 규모화 되면서 늘어납니다.


전 대표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에 대규모 개농장이 속속 설립되기 시작했다. 대규모 밀집 사육으로 빈발하게 된 조류독감이나 구제역등으로 허가 규제가 엄격해진 정규 축산·축종 동물들과 달리 개 사육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규제도 없고 경쟁도 덜했다”며 “여기저기 한탕주의처럼 얼기설기 뜬장 시설을 짓는 곳들이 우후죽순 생기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음식물 쓰레기를 먹은 식용견이 과연 건강에 좋을까요? 보신탕이..란 말이 맞을까요?


전 대표는 “아무런 관리나 규제 없이 이뤄지는 개도살과 지육의 유통은 엽기적일 만큼 비위생적”이라며 “국민 건강을 해할 정도의 상태이기에 정부는 개지육의 도살 판매를 단속해야 하고 소비자도 지금 당장 개고기 취식을 중단해야 한다. 나아가 주변에 개소주나 보신용으로 개고기를 먹는 분들에게도 현실을 알려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도와야한다”고 독려했습니다.

비위생적인 모습의 개식용 농장모습(사진=동물권행동 카라)

이어 “일부 수술 후 환자나 화상환자 또는 암 환자에게 아직 까지도 개고기를 권하는 일부 의료인들이 있다더라”며 “이런 행태에 대해서는 의사협회 차원에서 제지해 주어야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암 수술 환자가.. 저런 음쓰를 먹은 개들은 먹는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취재 후기 : 새끼사자를 먹이기 위해 새끼 누를 죽이는 어미 사자, 사냥은 나쁜걸까.


이번 취재를 통해 좀 쌩뚱맞지만 포식자들의 사냥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인간이 고기를 먹는 행태 자체가 과연 나쁜 것일까.

자연에서 포식자들이 다른 동물을 잡아 먹는 먹이 사슬에 의한 사냥 행위는 악(惡)한가.


자신의 한 몸 건사를 위해 다른 생명을 잡아 먹을 수밖에 없는 포식자의 삶.

내 새끼를 먹여 살리기 위해 남의 새끼를 죽이는 포식자의 삶.


이건 선과 악의 문제는 아닙니다.

보통은 자연의 섭리라고 이해하는 부분이죠.


그럼 인간이 개식용 농장을 만들어 고기를 섭취하는 부부은 어디가 잘못된 걸까요?


우선 인간은 특정 개체의 섭취를 위해 해당 개체들을 작위적으로 그리고 억지로 교배시키고 번식하도록합니다.


그리고 영문도 모르고 생산된(?) 생명들을 고통 속에서 억압하고 고통 속에서 죽게합니다.

모든 전 과정에서 자연의 섭리를 위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인간 사회가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그래도 가야 할 길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안도는 됐습니다.


그리고 세상엔 정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귀중한 생명들의 무차별한 고통과 희생을 저지하기 위해 일해 주시는 분들도 많다는 걸 알아가고 있습니다.


저도 그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템이 되고자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조금이라도 시간을 할애해 지속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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