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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시 Feb 09. 2024

“불량 복제견 AS됩니다”…‘반려견 복제’ 동의하시나요

[댕냥구조대 '여섯번째(6)' 이야기]

경제지 기자가 본업이지만 일을 사서 하느라 동물 관련 취재를 별도로 해 되는 대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걸 하지 않으면 불면증이 나아지지 않을 거 같아 시작한 일입니다.


'댕냥 구조대'에선 제가 작성한 동물 관련 기사 링크를 걸어둡니다.


브런치에 남기는 글은 기사 관련 '취재과정'과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뒷이야기'를 풀어내려 합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8/0005662539?sid=102



1억원.


저 돈이면 무지개 다리를 건넌, 내 개를 복제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라면 하실 거 같나요?


이번 보도 내용은 한 통의 이메일을 받으며 알게 됐습니다. 

생명 복제라는 주제는 SF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취재를 해 보니 생명 복제는 우리에게 참 가까이도 와 있더군요.

다만 인간이 인간을 복제하지 못하는 이유는 '생명윤리법'에서 이를 금지하고 있어서 입니다.

인간이 개를 복제할 수 있는 이유는 법에서 이를 금지하고 있지 않아서 이고요.


생명 복제에 대해 알아갈수록 혼란스러웠습니다.

서울대 수의학교 이병천 교수가 생산한 복제견 ‘메이’. 당시 연구 후 식용견으로 버려진 메이가 정신없이 사료를 먹다 코피를 쏟기도 하고 움푹 파인 허리와 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모습


크게 세가지 측면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무분별한 희생.

내가 키우던 개의 유전자와 동일한 개를 만들기 위해 적게는 수 마리에서 수십마리 이상의 개들이 희생될 수 있습니다. 운이 좋아 불특정 개들이 희생되지 않는다해도, 난자 공여견과 대리모견은 이유도 모른 채 강제로 호르몬제와 약물을 투여받아야 하고 수술도 받아야만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식으로 활용되는 개들을 사육하고 있는 환경에 대해 복제 업체들은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어떤 변명이 붙는다해도 무분별한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입니다.

동물복제 대리모견의 제왕절개 수술모습(사진=동물자유연대, KBS뉴스)

둘째, 복제견의 고통

가까스로 성공해 태어난 복제견들마저도 1000마리 중 5~6마리는 생명에 지장을 주는 질병이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상당히 긴 혀와 근육 변형으로 생명에 지장을 받는 질병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태어난 생명은 또 무슨 죄가 있는 걸까요.

거대설증을 겪고 있는 복제견의 모습.

마지막으로 과연 가치가 있는 행동일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전 기사의 댓글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대부분은 기사보다 댓글이 현명한 경우가 많으니까요.)

아무리 내가 키우던 개와 동일한 유전자의 개를 복제한다 한들, 내가 키우던 개와의 추억까지 되 살릴 순 없는 일입니다. 

복제를 한다고 해도 전혀 의미가 없는.. 그냥 한 인간의 슬픔을 달래 주는 인형 정도의 역할을 해내는 것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넷플릭스 다큐 '지구 위의 생명'을 정주행했습니다.


인간은 지구 역사에서 참 얼마 되지도 않은 가장 최근에 생겨난 후발주자입니다. 그럼에도 그 어떤 생명체도 해내지 못한 풍족한 번영을 이뤄낸 종족입니다.


그럼에도 인류는 그 뛰어난 지능으로 인한 오만으로 오히려 자멸해 가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이 생명의 탄생과 죽음에 깊이 관여하면 할 수록, 그로 인해 발생할 부작용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미쳤습니다.


지금까지 지구는 대멸종을 총 5차례 견뎠습니다. 

그 때마다 모든 생명의 3/4이상이 전멸했습니다. 

대멸종이 있은 후에는 지배적인 종이 바뀌곤 했죠. 

공룡시대엔 파충류였던 지배종이 공룡이 멸종하고 난 후 포유류로 바뀌곤 했죠. 현재 인간은 지구에서 절대적으로 지배적인 종입니다.


그런 인간은 지구 서식지 절반 이상을 차지해 버리고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지구는 빠른 속도로 뜨거워지고 있고 

그로 인해 높아진 바다온도가 지구 생명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이로 인해 극심한 날씨 변화가 발생하고 지구 곳곳이 황폐해져가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생명의 탄생과 죽음을 통제하기 이르른다면, 

과연 지구가 여섯번째 대멸종을 안하고 버틸 수 있을 지란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다큐는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 '선택'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 선택할 수 있음이 왜인지 전 더 두렵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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