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냥구조대를 시작한 이유]
저는 동물을 좋아합니다.
많은 어린아이들이 동물을 좋아하듯 저도 어린시절부터 동물을 좋아했습니다.
학교앞에서 병아리를 팔 때면 해가 지도록 그 앞에서 병아리를 보다 결국 코 묻은 돈을 모아 병아리를 사왔습니다.
대부분은 결국 죽었고, 저는 눈물 콧물 다 빼면서 죽은 병아리를 들쳐 안고 엄마 몰래 주방에서 반찬통을 가져와 죽은 병아리를 고이 담아 이불을 덮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통을 관 삼아 뒷산으로 가 삽으로 흙을 파 땅에 묻어주곤 했습니다.
(종종 메추라기나 오리도 있었습니다.)
길을 가다 아스팔트 위 지렁이를 만나면 온 용기를 다해 집어들어 다시 흙으로 돌려보내주었습니다.
언젠가 한 번은 지하철에서 토끼를 파는 할머니를 보았는데, 그날 토끼를 집에 데려왔다가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을 수차례 당한 기억도 있습니다.
유기된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와 엄마 몰래 옷장에 숨겨두고 제 밥을 남겨 먹이다 하루만에 걸려서 혼난 적도 있습니다. 다행히 그 강아지는 원래 주인인 이웃 할머니 할아버지 댁으로 돌아가는 해피앤딩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정말 숱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둘러싼 어른들은 저처럼 동물들을 좋아하고 아까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강아지를 키우다 파양하셨고, 아빠는 키우던 금붕어가 죽으면 변기에 흘려보내셨습니다.
어린시절엔 금순이(키우던 금붕어 이름)를 변기물에 내려보낸 아빠가 얼마나 그렇게 야속하게 보였는지..
아이 셋 키우며 먹고 살기 힘들었던 제 부모님들에게 동물은 그냥 소유물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로 여겨졌으리라 생각합니다.
한번은 동네 뒷산을 산책하다가 들개들을 잡아 먹은 동네 할아버지들의 흔적도 발견하곤했습니다. (개들의 뼈들이 나뒹구는 모습입니다..)
그 시절에는 왜 그렇게 동물들이 좋았을까요.
지금 동물이 좋은 이유는 명확합니다.
동물은 기획을 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생존을 위한 계획을 세울 수는 있지만, 먼 미래를 기획하지 않습니다.
지금을 살아갈 뿐이죠.
동물은 최소한의 도리는 지키며 살아갑니다.
모든 동물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지니며 살아갑니다.
사냥을 하는 동물은 있어도 배신을 하는 동물에 대해 들어 본 적은 없습니다.
영역다툼을 위해 몸을 던져 싸우는 동물은 있어도 강간을 하는 동물이 있다고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자신의 생에 대한 책임과 존엄이 있기에 상대에 대해서도 존중을 기할 수 있고 함부로 쉽게 그 선을 넘지 않습니다.
선을 넘는 순간 생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입니다.
자신들만의 세상에서 만든 규칙은 쉽게 깨지지도 그리고 바뀌지도 않습니다.
저는 그래서 저와 다른, 또 어떤 면에서는 저와 다르지 않은 동물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