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 기획자, 마케터, 홍보 담당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해봤을 겁니다.
"대체 뭘 해야 대중이 움직일까?", "우리 메시지가 왜 닿지 않을까?"
누구나 알고 있듯, 오늘날의 대중은 하루에도 수백 개의 메시지를 스쳐 지나갑니다. 공공 캠페인부터 브랜드 메시지까지, 세상은 너무 많은 ‘전달하려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단 하나의 메시지라도 사람들 마음에 오래 남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단언합니다. 성공적인 캠페인을 만드는 진짜 힘은 ‘아이디어’라고.
20년 넘게 현장에서 수많은 캠페인을 보고 기획하며 느낀 건 단 하나의 진실입니다.
대중을 움직이고, 사회의 작은 행동 변화까지 만들어낸 캠페인에는 언제나 심장을 뛰게 하는 강력한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큰 반향을 일으킨 캠페인에는 다음 네 가지 요소가 빠지지 않았습니다.
정책이 아무리 복잡해도, 대중에겐 한 문장만 남습니다.
좋은 캠페인은 이 한 문장을 기가 막히게 뽑아냅니다. ‘쉽다’는 것은 곧 ‘전파된다’는 뜻이니까요.
뻔한 캠페인은 주목받지 못합니다.
조금은 유쾌하고, 조금은 파격적인 요소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긍정적 감정까지 불러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듣는’ 캠페인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직접 해보고, 참여하고, 경험하는 캠페인이 확산력 면에서 압도적입니다.
데이터는 이해를 돕지만, 스토리는 마음을 움직입니다.
좋은 캠페인은 사람들의 ‘이야기 욕구’를 채워주죠.
캠페인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 우리가 가장 먼저 시도하는 방법이 뭘까요? 아마 대부분 '브레인스토밍'을 떠올릴 겁니다. 저 역시 수없이 많은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주재하고 참여해왔죠. 브레인스토밍은 1940년대 광고 전문가 알렉스 오스본이 고안한 집단 사고 방식으로, '판단하지 않고 가능한 한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것'을 핵심으로 합니다. 'SCAMPER'나 '5가지 왜(Why) 분석' 같은 체계적인 기법들도 이 확산적 사고를 돕기 위해 개발되었고요.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전통적인 브레인스토밍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이론은 완벽한데 현실은 왜 이럴까?' 싶은 순간이 많았거든요.
다 같이 아이디어를 내자고 모여도, 꼭 몇몇은 다른 사람에게 묻어가려는 '무임 승차' 현상이 나타납니다. 결국 소수의 인원만 열심히 아이디어를 내고, 나머지는 그저 앉아있는 경우가 생기죠.
팀원들끼리 서로 눈치를 보거나, 주도적인 사람의 의견에 휩쓸려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국 다양하고 파격적인 아이디어보다는 무난하고 '안전한' 아이디어만 나오기 쉽죠.
흥미롭게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원이 많을수록 아이디어 개수가 줄어든다'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는 그룹 규모가 커질수록 개인의 책임감이 희석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한계들 때문에 캠페인 기획자들은 아이디어 발상 과정에서 스트레스와 부담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창의적 장애(creative block)'에 부딪히는 순간도 오고요. 이제는 전통적인 브레인스토밍의 단점을 보완하고, 아이디어 발상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무언가'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AI는 아이디어 발상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는 ‘제3의 파트너’ 역할을 하며, 전통적 브레인스토밍이 갖지 못한 예측 불가능한 조합, 빠른 발산, 편견 없는 사고 탐색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제 캠페인 기획자의 역할은 아이디어를 ‘완전히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AI가 제안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방향을 잡고, 다듬고, 실행력을 설계하는 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창의성의 기반이 흔들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촘촘해지고 있습니다.
좋은 캠페인은 결국 ‘사람’을 움직입니다.
사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좋은 아이디어,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좋은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이제 AI와 함께하는 ‘하이브리드 아이디어 시대’가 열렸습니다.
캠페인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지만, 캠페인을 기획하는 방식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죠.
지금 홍보·마케팅 업계에 필요한 건 바로 이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