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후 에세이
저녁을 대충 먹고 라디오를 들을까 하다가 갑자기 오늘은 LP가 당겼다.
판을 하나 꺼내서 바늘을 올려놓으니 찌지직 긁히는 소리와 함께 돌기 시작했다.
광식이 형 노래는 매일 들으면 재미없다.
오랜만에 들으면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
왜 세상을 등졌는지는 잘 모르지만, 음악은 등지지 않았다.
해묵은 잡지 하나를 펼쳤다.
<낚시춘하추동 6월호>
대어를 들고 찍은 사진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었다.
낚시업체의 광고와 호황 낚시터가 반을 차지한다.
몇 년 전 강회도 저수지에서 아침 첫 캐스팅에 넣자마자 찌가 솟구쳤다.
떡밥을 물고 나온 붕어는 대어였다.
얼마나 심장이 쿵쾅대던지 잡아본 사람은 안다.
그 두근거림을 맛보기 위해 수많은 강태공은 출조를 감행한다.
피곤했는지 음악 들으면서 깜박 잠이 들었다.
요즘은 TV를 보다가 잠이 스르르 든다.
나이가 50쯤 되면 다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잠이 쏟아진다.
살면서 삼분의 일을 잠으로 잔다는데...
깨어있는 동안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말처럼 시간을 허비하는 게 다반사다.
나이 들면서 시간이 금이라는 말이
피부로 느껴질 때가 점점 다가오는 것 같다.
늙었는가 보다.
인생 60부터는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인생은 언제부터가 없다.
저세상 가는 건 순서가 없으니...
다만 즐길 뿐 그게 다라고 생각한다.
올해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워낙에 더위와 추위를 많이 타는지라 가을부터 내복을 입고 봄이 되면 내복을 벗는다.
5월부터 9월까지 에어컨 없이는 살지를 못한다.
갑상샘에 문제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뒤척이다 담배를 피우러 밖으로 나왔다.
떠 있는 달을 향해 도넛을 만들어서 보냈다.
달이 도넛 안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