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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문 May 02. 2019

행복도 유행처럼 돌고 도나요?

영화 [소공녀] 리뷰

  담배, 위스키, 그리고 남자 친구 한솔만 있으면 뭐든 만사 오케이인 초 긍정녀 미소에게도 시련이 찾아온다. 오를 대로 올라버린 물가 상승 여파가 담배 가격 인상까지 이어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2,000원가량 오른 담배 가격을 부담하기 위해 집을 비우는 미소에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의식주 아니냐며 구태여 성낼 필요가 있을까? 

미소에게는 담배, 위스키, 그리고 남자 친구만 있으면 돼


갈 곳이 없어진 미소는 함께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예전 밴드 멤버들을 찾아 나선다. 하룻밤 신세를 지기 위한 방문이 비록 친구가 보고 싶어서 왔다는 겉포장으로 쌓여있더라도 그녀의 사랑스러움으로 무장한 뻔뻔함에 도리어 빡빡한 현실을 살아가는 친구들이 미안해진다. 미소라는 캐릭터가 나오고 영화를 본 관객에게 그 인물이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살기 힘든 현실 속의 자신 역시 그 삶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싶은 작은 충동의 의인화였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자꾸 현실을 도피하려는 이러한 낭만주의적 기류가 촌스러운 히피문화로 번지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얼마 전 우연히 보게 된 어느 전문가의 말이 생각난다. 행복은 삶의 목적이 아니라 구성이라고, 추구하지 말고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하는 이 말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지금의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해줘야 할 메시지인지는 의문이다. 어느 때보다도 ‘행복’의 목적 지향성 대신 자신의 가까운 곳에서 발견하려는 움직임은 ‘소학행’, ‘길티 플레져’ 등 온갖 매체들이 떠들어대는 만큼이나 확실히 이미 많은 이들이 그 생각에 동의하고 행동하려 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위로랍시고 건네는 이러한 말들이 정말 맞는 걸까? 왜 행복을 목적으로 두는 것이 부정적으로 비쳐야 할까? 행복이라는 것을 수치화할 수 있고, 높낮이를 비교할 수 있다면 행복의 목적 지향성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삶을 사는 올바른 길 아닌가.

남들처럼 못 해주는 것이 계속 마음에 걸리는 한솔


물론 위의 생각은 굉장히 위험한 생각으로 비칠 것이다. 행복을 감히 비교하려 한다고?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선 절대 행복해질 수 없어!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야 해! 그러나 정말 이런 생각들이 옳다고 확신할 수 있냐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라는 규범 안에서 문화권을 만들어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 같은 문화에 살아간다는 것이 곧 타인과 자신을 공동체로 결속시키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역할은 우리의 본능에 내재된 타인과의 공통점을 찾으려는 습성에서 발견할 수 있다.


[소공녀] 속 미소를 이해해주고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은 예전 밴드 동료들이 아니라, 미소의 고용주 민지(술집에서 접대부 일을 하는 여성) 뿐이다. 모두에게 신세만 지고 결국 돌고 돌아온 민지의 집에서 임신으로 인해 상처 받은 그녀를 안아주는 것은 평범한 테두리 안에 들어오지 못한 미소뿐이며, 록이(밴드 보컬)의 아버지 장례식에 미소를 제외한 옛 밴드 동료들의 만남은 그러한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열심히 살아온 동료들의 현재에서 발견되는 불행한 모습들과 미소의 관점에서 바라본 옛 친구들의  기이함은 어떤 그릇에 담겨있느냐는 차이일 뿐이다. 행복은 비교할 수 없다는 감성적인 말들을 내놓는 부류의 사람들이야말로 자신의 행복을 자신은 남들과 다르다며 희소성을 가치로 환산해 내놓는다. 히피들의 결말은 역사가 알려주었고, 미소의 결말은 남자 친구 한솔이 떠나가며 끝이 난다. 열심히 청소 일을 하는 미소가 방 값 하나 구할 수 없게 묘사하는 이 영화 속 가증스러움만큼이나 온갖 매체에 나와서는 대단한 것들을 이뤄내신 분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꿈같은 거 없어도 괜찮다며 위로하는 게 가증스럽다. 이 유행을 가증스러워하는 내가 이상한 것일까, 미소의 사랑스러움에 속는 그들이 이상한 걸까.

청소에 프로페셔널한 모습까지 보이는 미소가 왜 돈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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